단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바다에는 인적이 끊겼다.
비바람이 치는 바다는 텅 비어 있었고, 지난 여름의 흔적들은 모래사장 한 구석에 놓인 반쯤 남은 소주병에 담겨 있었다.
'텅 빈 바다', 그러나 바다는 결코 '텅 빈 충만'이었다.
바람과 빗방울과 파도와 그들이 작은 틈새를 파고들면 내는 휘파람 소리와 파도의 철썩 거리는 소리와 밀물과 썰물이 만드는 그림들은 하나의 완전한 창조의 순간이었다.
인적이 끊긴 바다에서 유난히 펄럭이는 깃발이 보였다.
그 깃발이 잔잔한 날, 그곳의 풍경들이 하나둘 그려지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도 들려오는 듯하고, 젊은 청춘들의 낭낭한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듯도 하다. 늦은 밤, 술 취한 이들의 노랫가락도 흐느적거리며 들려온다. 이젠, 모두가 지나간 여름밤의 추억이다.
추억으로 남았으니, 아름답다.
왜냐고 묻는다면 '추억은 아름다워야 하는 것'이므로, 지나간 것은 아픈 것도 아름답게 간직할 수 있는 것이라고 대답하겠다. 영영 상처로 남을 것 같았던 아픔도 더 오랜 시간 지나니까 추억이더라.
바다와 항과 방파제를 오가며 바람을 몸으로 맞았다.
바람은 그것만으로는 성이 안 차는지 틈새마다 파고들며 휘파람을 불어댔다.
빗방울은 사정없이 내 얼굴이 표적인 양 때렸다. 긴장감이 가득 감도는 봉포에서의 아침은 행복했다.
덧붙이는 글 | 위의 사진은 8월 17일(수) 봉포해수욕장과 봉포항에서 담은 것입니다. 날씨가 흐려 장노출로 담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