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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서명부 열람이 시작된 지난 4일. 일부 서명부를 확인하고 돌아온 민주당 서울 강서갑 지역위원회 한 관계자가 신기남 위원장에게 결과를 다급하게 보고했다.


"위원장님, 생각보다 심각한데요. 동일한 서명으로 보이는 서명부가 부지기수예요."

"그래?"


"일부 샘플만 확인한 건데요, 더 확인하면 더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서명부를 전부 확인하세요."


신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강서구 지역위원회는 1주일 동안 서명부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이렇게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던 지난 7일 강서구청 앞에서 '1차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1차 검증대상인 8500장 중 대리·허위서명 등의 의혹이 있는 서명부는 1757장이었다. 전체 검증 대상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강서구에서 터지기 시작한 '불법서명 의혹' 사례는 서명부 열람이 끝나자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주일 동안 야당과 시민단체가 확인한 대리·허위서명 등 불법서명 의혹 사례는 무려 13만4000여 장에 이르렀다. 


이것은 전체 81만5000여 서명 중 75% 정도만 확인한 결과다. 서울시에서 자체 검증한 결과에서도 26만7000여 개가 무효서명으로 확인됐다. 서명 10개 중 3개가 '무효'라는 얘기다.


"주민투표 불법서명, 거대한 조직 동원된 사기극"


가장 앞장서 '불법서명' 확인작업을 벌였던 신기남 위원장(현 민주당 상임고문, '더 좋은 민주주의 연구소' 이사장)은 지난 13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객기를 부려 시작한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서명 과정은 무법천지"라며 "무상급식과 주민투표가 옳으냐 그르냐는 문제를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신 위원장은 사실상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도한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더러운 투표"라고 표현했다. 그는 최근 쓴 '더러운 주민투표 거부를 민주당의 당론으로 정하라'는 글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의 고유 권한과 예산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며, 오세훈 시장의 대권 도전을 위한 불법 선거운동이다. 한나라당의 현역 국회의원들과 당직자, 서울시 산하 공무원들이 주민투표 청원 서명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물론, 거대한 조직이 동원된 '단군 이래 최대의 주민등록 도용사건'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쓴 초유의 '대국민 사기극'이다."


신 위원장은 "오세훈 시장은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하겠다는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고 그것도 모자라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서명작업을 벌이더니 결국 '불법서명'이라는 절정을 만들어냈다"고 꼬집었다.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는 인기 없는 투표다. 게다가 무상급식 반대는 민심에도 반하는 것이다. 그러니 주민투표 서명부가 채워질 수 없다. 어려운 주민투표 목표치를 조급하게 달성하려다가 (대리·허위서명이라는) 엄청난 무리수를 둔 것이다."


신 위원장은 "필체가 같은 서명부가 연속해서 50장, 100장 나왔는데 이런 것들은 민주국가에서 일어날 수 일이 아니다"라며 "이것은 시민의 자존심을 짓밟고,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아주 중대한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위원장은 "오 시장이 대권도전을 위해 한나라당 내부에서 자신의 '강력한 투쟁력'을 인정받고 싶었던 것 같다"며 "전혀 타협하지 않는 극단적 노선으로 일관한 것을 보면 그렇게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보수세력의 동원능력을 무시하면 안 돼... 투표 보이콧 해야"


하지만 민주당은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대응 방침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투표 자체를 거부할 것인지' 아니면 '반대투표를 조직화할 것인지'를 당론으로 확정하지 못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신 위원장은 '강력한 주민투표 거부론자'다.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는 명백하게 불법하기 때문에 주민투표를 보이콧해야 한다. 민주당과 서울시당은 빨리 '보이콧' 방침을 정해야 한다. 무상급식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으로 관점이 옮아가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서명받는 과정의 '더러운 투표'가 더 부각되어야 한다."


신 위원장은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는 '5% 서명'이 달성된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이것 자체가 불법으로 얼룩져 있다"며 "이것(불법서명)을 인정한 채 투표에 참가해 반대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나만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투표를 진행해도 가만 놔두면 유효투표에 미달할 것이다? 투표에 들어가도 우리가 이긴다? 안이한 생각이다. 이렇게 방심하는 사이에 한나라당이 당력을 집중하고 보수언론의 비호를 받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안심할 때가 아니다. 보수세력의 동원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빨리 보이콧 운동을 벌여야 한다."


또한 신 위원장은 "오세훈 시장은 '(무상급식 반대 서명은) 내가 아니라 주민이 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누가 봐도 책임회피"라며 "이 문제(무상급식 반대)를 일으키고 여기(주민투표)까지 끌고 와 대량 허위·대리서명 사태를 일으킨 것은 오 시장이기 때문에 그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위원장이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은 오 시장의 '자진포기'다. 그는 오 시장을 향해 "무리한 주민투표 시도, 불법성을 인정하고 '주민투표 포기'를 선언해야 한다"며 "그것이 역사와 사회에 책임지는 방법"이라고 주문했다.


신 위원장은 "오 시장이 자진포기를 선언하지 않는다면 포기 선언을 하게 하도록 한다"며 "주민투표에 반대하는 '촛불시민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기남#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표#오세훈#강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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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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