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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도 통합 테이블에 앉지 않았는데 우리가 먼저 가서 앉는다? 그건 우리만 민주당과 통합하는 꼴이 된다. 당원들이 못 받아들인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창천동 당사에서 진행된 <유시민의 따뜻한 라디오>에서 '야권대통합론'에 대해 보다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유 대표는 게스트로 출연한 문성근 '백만민란' 대표와 야권단일정당과 통합진보정당에 대한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방송은 당초 예정보다 30분을 훌쩍 넘긴 뒤에야 끝났다.

 

유 대표는 "참여당의 판단보다는 민주당의 진실된 통합 의지가 만천하에 확인되고 민주노동당이 이에 동의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지금은 토론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어떤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향한 참여당 구성원들의 '감정'도 언급했다. 유 대표는 "우리가 진보정당에게 모욕적인 비난과 공격을 받으면서도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참여정부 당시 정책·정치로 피해를 입었던 이들에 대한 책임감을 스스로 느끼기 때문"이라며 "반대로 민주당에 대해서는 우리가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을 없앴고 노무현 대통령을 당에서 나가라고 했다. 노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을 때 지켜주지도 않았다. 그동안 민주당 쪽에서 우리의 아픔을 살펴보려 했다면 (감정의 골이) 풀렸을 것이다. 그러나 창당 1년 반 동안 민주당의 행동을 보면, 우리를 향해 '너희는 잘못 태어난 놈들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내 개인의 생각이 아니라 일반 당원들의 생각이다."

 

"사방에서 공격받으며 얼마나 깊게 골이 패었는지 매일 느낀다"

 

문 대표는 "2009년 5월 민주진보진영 모두가 보수세력에 포위돼서 융단포격을 당하는 시점에 노 대통령이 몸을 던져서 포위망이 일거에 해체됐던 것 아니냐"며 "지금 이명박 정부와 같은 괴물을 만나고 있는데 민주진보진영이 과거의 감정 때문에 통합 못하는 게 우매하지 않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유 대표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각자의 마음속에 얼마나 깊은 골이 패어있는지 저는 사방에서 비난받고 공격받으며 매일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자신이 전국농민회총연맹 방문 당시 경험했던 일을 예로 들며 "막상 직업정치인, 열성당원, 활동가 등 정치주체들이 서로를 용납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농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전농 사무총장께서 '민중에 대한 폭군은 이명박이지만, 농민에 대한 폭군은 노무현'이라고 말했다. 돌아가신 분에게 그런 말을 하기도 어려울 텐데, 정말 가슴에 원망과 아픔을 갖고 있다고 느꼈다. 과거로부터 축적된 이 감정을 어느 정도 완화하고 극복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는 이어 "참여당이 지난 10일 중앙위원회에서 90%에 육박하는 압도적 찬성으로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위원회'를 발족했지만 이에 찬성하는 위원조차 (통합에) 반대하는 속마음이 49%라고 했다"며 "논리와 이성만으로 (통합을) 해낼 수 없다, 상대방의 눈높이에서 과거를 살피고 상대방의 마음 밑바닥까지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연합정당을 건설하자는 것이다"며 "참여당이 진보대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것에 절반만 하더라도 대연합정당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진보대통합도 장담 못하는데 민주당까지 합치자? 어렵다"

 

유 대표는 야권단일정당의 실현가능성도 문제 삼았다. 그는 "당사자인 정당 입장에서 이론적으로, 당위적으로 (단일정당이) 옳다고 무조건 따라갈 수는 없다"며 "(단일정당을 위한) 대화의 과정 등을 생각하면 할수록 (실현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진보신당은 지금도 참여당에 대해 매우 적대적이다, 민노당·진보신당·참여당이 함께 하는 통합진보정당도 될 수 있을지 장담 못하는 상황"이라며 "하물며 민주당까지 포함한, 야5당 단일정당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문 대표가 "연합정당이기 때문에 더 쉬울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참여당만이라도 먼저 협상테이블에 앉아볼 수 없느냐"고 권유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유 대표는 "위험성이 높다, 참여당이 협상장에 가는 순간 민주당 중심의 소통합론이 대두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참여당을 없애고 진보정당과는 연대하는 것이 민주당의 속내라고 당원들이 오해할 수 있는 정치적 맥락이 있다"며 "이 상황에서는 우리 당의 어느 의결단위에서도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을) 동의해주지 않는다, 그게 우리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야권대통합 논의를 제안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러한 오해를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대화부터 선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시민#진보대통합#야권단일정당#국민참여당#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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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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