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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를 수확하고 있어요 이것저것 다 따보아야죠
고추를 수확하고 있어요이것저것 다 따보아야죠 ⓒ 방제식

도시농업이 열풍입니다. 도시농업이라는 말이 불과 2년 전만 해도 생소한 용어였는데, 이제는 도시농업지원법까지 만들어지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마당텃밭? 이상한 용어입니다. 마당에 있는 밭이 원래 텃밭인데, 마당텃밭이라니. 시멘트 위에 상자를 놓고, 그 안에 흙을 담아 농사를 짓는 상자텃밭을 이용하다 보니 그렇게 이름을 지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다양하게 시도하던 상자텃밭을 작년에 이어 올해는 사무실 앞 마당에서 시도해보았습니다.

4월 초에 심은 감자는 아직 수확하기에는 잎이 너무 파릇파릇합니다. 그런데 다음주까지 내내 비 소식이 있어서 그냥 빨리 캐보고자 아이들 학교 끝나면 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포트에 심어 상자텃밭 위에 올려놓았는데 본 화분에 뿌리를 깊이 내린 호박과 오이 모종을 감자를 캐고 난 빈 상자텃밭에 얼렁 옮겨 심어야겠기에.

큰 딸래미인 하연이가 같은 반 친구 혜지와 함께 왔는데, 제가 일하는 사무실 근처에 집이 있는 석우도 우연히 조우했습니다. 그리고 하린이는 언니, 오빠들 따라서 흙장난에 신났습니다.

사실 올 초에 상자텃밭에 처음 감자를 심었을 때, 오래된 연립주택이라 유난히 많은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두 "그거 밑이 들라나 몰라? 그냥 고추나 심지" 하고 한마디씩 거드셨습니다.

그리고 마당텃밭에 있는 작물들에 대해서 작년과는 다르게 말이 많습니다. 작년에는 첨으로 시도해본 것이라 이것저것 키우기만 했지 잘 자라지 않았는데, 올해는 정말 잘 자라고 수확도 많이 하니 오며 가며 한마디씩 하십니다.

"아유~ 아저씨, 우리 모종 좀 나눠줘."
"아저씨, 올해는 정말 잘 됐네."
"벼도 심을라고?"
"막걸리 한 사발 받아올까?"

그런데 드디어 그 말 많던 감자를 캐는 순간,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듭니다.

"어? 정말 밑이 들었네?"
"햐~ 거기 감자가 그렇게 열렸어?"
"참, 신기하네. 허~."

야쿠르트 아줌마도 한마디 거듭니다.

"거기서 나온 거예요? 정말로?"

아이들 주먹만 한 감자들이 한 상자에서 5-7개씩 달려 나왔습니다. 이왕 친구들까지 온 김에 인심 썼습니다.

감자캐기 감자를 뽑은 후 흙 속에서 감자를 손으로 쥐어 올리면 아이들은 마술처럼 신기해합니다. 그리고 나서 바로 반응이 오죠. "나두 할래요"
감자캐기감자를 뽑은 후 흙 속에서 감자를 손으로 쥐어 올리면 아이들은 마술처럼 신기해합니다. 그리고 나서 바로 반응이 오죠. "나두 할래요" ⓒ 방제식


가지수확 가지를 수확하다가 가시에 찔렸습니다. 가지는 가시를 조심하세요.
가지수확가지를 수확하다가 가시에 찔렸습니다. 가지는 가시를 조심하세요. ⓒ 방제식


수확물 중간점검 당근 감자. 이 외에 부추 가지 고추 상추를 더 캤습니다.
수확물 중간점검당근 감자. 이 외에 부추 가지 고추 상추를 더 캤습니다. ⓒ 방제식


올 초에 아파트에 버려진 책장을 주워다가 흙을 담고 심어 놓은 책장텃밭에 있는 상추도 맘껏 뜯으라고 하고, 가지도 하나씩 수확했습니다.

혜지는 가지를 뜯다가 "아얏" 하고 놀랍니다. 가지에는 가시가 있어서 아이들이 건드리다가 한눈 팔면 금세 찔리지요. 고추도 몇 개씩 따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당근도 뽑았지요.

아이들은 신나서 따고, 그 이후에 처리는 별로 관심 없습니다. 그저 엄마에게 감자 쪄달라고, 상추는 가져가겠다고. 한마디씩 하고는 마당에서 마냥 신나게 소리지르면서 뛰어다닙니다.

수확의 즐거움 수확한 양은 적어도 마냥 즐겁습니다.
수확의 즐거움수확한 양은 적어도 마냥 즐겁습니다. ⓒ 방제식

수확 후 즐거워 하는 아이들 수확한 작물을 들고 신나하는 아이들
수확 후 즐거워 하는 아이들수확한 작물을 들고 신나하는 아이들 ⓒ 방제식

다음 날 학교 급식도우미를 하는 하연 엄마를 학교에서 만난 혜지와 석우가 한마디씩 했답니다.

석우는 그런 것(상추를 뜯고 감자를 캐는 것) 처음 해본다며 어제 가져간 상추를 저녁 밥 먹을 때 다 먹었다고 했답니다. 혜지는, 혜지 엄마를 통해서 전해 들었는데, 그날 저녁에 오자마자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네요.

"엄마, 우리 아빠도 작은 사무실 하나 내면 안돼? 하연이 아저씨처럼 사무실도 내고, 거기다가 감자랑 상추도 심었으면 좋겠어."

앞마당이 있어서 작은 텃밭을 일구고, 개를 키울 수 있는 집으로 이사 가는 것이 우리 가족의 꿈입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이 두 개 있어도 모자라기에 아직은 꿈으로만 가지고 있지만, 아이들의 이런 소리들에 그 꿈을 더 키워갑니다.

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 게제합니다



#도시농업#마당텃밭#상자텃밭#책장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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