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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시위'가 주효했던 것일까? 아니면 청와대의 '발언'이 먹힌 것일까?

 

여야가 13일 사법제도개혁특위(사개특위) 활동을 6월 말에 끝내기로 합의했다. 이는 1년 4개월 동안 논의해온 대검 중앙수사부(중수부) 폐지, 특별수사청 설치 등 검찰개혁과제가 백지화됐음을 뜻한다.

 

사개특위는 "향후 국회 법사위로 과제를 넘겨 시간을 두고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사위 논의'라는 여지를 남겨두긴 했지만 특히 대검 중수부 폐지는 물건너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칼자루를 쥔 '과반여당'이 검찰의 시위, 청와대의 발언에 밀려 '폐지 반대'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법사위로 넘겨졌다고 해서 검찰개혁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안돼"

 

 전해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전해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지만 13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전해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현 법무법인 해마루 대표변호사)은 "대검 중수부 폐지 등 검찰개혁이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사개특위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적절했다. 사법개혁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소위를 구성했고, 논의 시한을 정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법사위로 넘어갔다고 해서 사법개혁이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여야가 법사위에서 (사법개혁을 논의할) 소위를 만들면 된다."

 

그는 "이번 정기국회를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법사위에서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이명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 이것을 의제로 삼겠다고 하지 않았냐?"고 말했다.

 

전해철 전 수석의 지적처럼 대검 중수부 폐지 등 검찰개혁을 포기하기에는 국민 여론이 아주 따갑다. 사개특위가 구성된 배경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간 대검 중수부의 무리한 수사가  있었다는 점에서 국민 여론을 헤아리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대검 중수부가 박연차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 서거와 마주했다"며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표적수사, 피의사실 공표 등 명백히 불법적인 표적수사에 의해 초래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대검 중수부의 무리한 수사가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고, 그것이 반영돼 지난해 2월 사개특위가 구성됐다"며 "그런 점에서 대검 중수부 폐지 등은 여전히 유효한 개혁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전해철 전 수석은 사개특위에서 활동했던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 등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지난 2007년 사법개혁 법안이 원안대로 대부분 통과될 수 있었던 것도 주성영·이상민 의원 등 소위 위원들 덕분"이라며 "이번 사개특위 소위에서 논의한 성과가 없어지지 않고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성영·이상민 의원 등은 사법개혁의 공신이라고 할 만하다"며 "특히 주 의원은 사법개혁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역사적 자부심을 강하게 가지고 있어 소신을 갖고 활동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 의원은 검찰 출신인데다가 한나라당 의원이기 때문에 그가 주장하는 '대검 중수부 폐지'는 그 자체로 근거를 갖고 있다"며 "오히려 대검 중수부 폐지를 반대하는 분들이 납득할 만한 논거를 못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검찰의 중립성을 원하는지 의문"

 

하지만 검찰개혁이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 있는 데는 전해철 전 수석의 책임도 없진 않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5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면서 검찰개혁과제 등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책임론과 관련, 그는 "당시 각 수석실별로 임기말까지 처리해야 하는 법안을 챙겼는데, 민정수석실에서는 공수처(공직비리수사처) 법안이 제일 중요했다"며 "하지만 여대야소가 무너진 상황에서 (공수처 신설 등 검찰개혁은) 정부여당에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특히 그는 "대검 중수부의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굉장히 높아서 (대검 중수부를) 제도적으로 개혁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참여정부에서 검찰개혁이 전부 흐지부지되었다는 평가에는 동의할 수 없다. 다만 검찰권을 통제하기 위한 공수처 신설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등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았다는 비판은 가능하다."

 

그는 "참여정부에서는 공수처가 신설되면 검찰권을 견제하는 게 가능하고 대검 중수부도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으로 봤기 때문에 대검 중수부 폐지를 적극 추진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여전히 공수처나 고비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근원적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당시 여당 의원들이 모두 공수처 법안에 찬성하지 않았지만 민정수석실에서 끊임없이 입법부와 토론하고 설득했다"며 "이렇게 입법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입법권을 철저하게 존중했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와 확연히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여야가 합의한 대검 중수부 폐지 등을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검찰은 물론이고 청와대조차도 여야의 합의를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이후 한나라당은 '대검 중수 폐지 반대'로 돌아섰고, 이는 사개특위 활동 마감 합의로 이어졌다.

 

그는 "개혁을 추진하기 힘든 집권후반기라고 하지만 과연 청와대가 검찰 중립성을 진정 원하는지 의문"이라며 "청와대가 지나치게 검찰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참여정부 때 왜 대선자금 수사가 잘 되었겠나?"라고 물은 뒤, "대검 중수부 검사들이 수사를 잘해서이기도 하지만 '성역없이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중수부#전해철#사개특위#주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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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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