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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 ⓒ 자료사진

이명박(MB)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 '비핵개방 3000'도, '그랜드바겐'도 모두 실패했다. '기다리는 전략'도, '전략적 인내'도 아무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북한은 더 깊이 중국의 품속으로 들어갔고, 북한은 초조해 하지도 않는다. 김정일 위원장은 최근 중국 방문에서 건강을 과시했다.

MB는 2007년 8월 대선 후보 시절 김대중도서관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왔다. 김 전 대통령은 이명박 후보에게 "남북이 교류를 확대해야 하고, 돈벌이를 같이 해야 하고, 북한에 들어가 경제를 일으켜야 하고, 철의 실크로드로 진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6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동북아 안보체제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같은 생각이다" "남북통일이 세계 1, 2위로 가는 관건이다" "한국기업이 북으로 가야 한다"며 김 대통령의 말에 여러 차례 공감을 표시했다. 심지어 "같이 상고를 나와서 생각도 같다"고까지 말했다. MB는 동지상고를 나왔고, 김 대통령은 목포상고를 나왔다.

김 대통령은 그날의 대화가 참 잘됐다며 흐뭇해했다. 사실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후 김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이 사업도 하신 분이고 실용적으로 생각한 분이기 때문에 남북관계만큼은 잘 풀어갈 것이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MB, '한국판 네오콘' 현인택 장관과 김태효 비서관을 물러나게 하라

MB 취임 후 상황을 지켜보던 김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속절없이 악화되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취임 1년이 지난 2009년 1월 MB의 대북정책에 크게 실망한 김 대통령은 "10년 공든탑이 무너졌다" "내가 잘못봤다"며 자책하기까지 했다. 서거 1년 후인 2010년 8월 <김대중 자서전>이 발간됐다. 김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이렇게 썼다.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한 철학이 없다." (<김대중 자서전 2권 582쪽)

MB는 실용주의를 내걸고 정권을 잡았다. 한때 국민은 MB의 실용주의가 남북간 경제교류와 협력에 더 많은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MB는 "신앙에 기반한 현실주의"에 입각해 "자신이 희망하는 현실에 매달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했다."(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교수)

MB는 자신의 신념대로 북한을 요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겠지만, 북한은 더 많은 옵션(북핵 개발, 북중 외교 등)을 가지고 현실을 앞서갔다. 현실을 외면한 MB는 자신의 확신에 더 매달려야 했고, 실용주의는 여지없이 실종됐다. 낡은 신념과 구호에 매몰된 MB의 희망은 이렇게 길을 잃고 말았다.

MB의 대북정책이 왜 실패했는지는 더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이미 평화를 잃었고, 북방경제를 잃었고, 중소기업의 꿈을 잃었고, 이산가족의 소망을 잃었다."(임동원, 6.15공동선언 11주년 학술회의 기조연설)

 현인택 통일부장관이 3일 국회 외교안보통일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현인택 통일부장관이 3일 국회 외교안보통일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2006년 10월 9일 북한의 1차 핵실험이 있었다. 네오콘에 둘러싸여 북한에 대한 압박과 봉쇄정책을 추진하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결국 북한의 핵실험을 막지 못했다. 미국 조야와 언론으로부터 부시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고 비판을 받았다. 미국 언론은 북핵에 대한 부시의 책임을 물었다. 이라크전에서 보여준 동맹국을 무시한 부시의 독불장군식 일방주의 외교는 그해 11월에 실시된 미의회 중간선거에서 부시 공화당에게 참패를 안겨주었다.
중간선거에 참패한 부시 대통령은 2001년 '악의 축' 발언 이후 7년여 동안 지속해온 북한에 대한 압박, 봉쇄정책을 바꿨다. 9.19공동성명 후속조치로 2007년 6자회담에서 2.13합의가 이루어지고, BDA(방코델타아시아) 문제로 시간은 지체되었지만 미국은 결국 북한에 대해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기에 이른다. 임기말에 시작한 대화 시도가 끊임없는 네오콘들의 방해와 북한의 실기로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실패에 대해 변명하지 않고 정책을 바꿨다.

MB 역시 지난 3년반 동안 '한국판 네오콘'에 둘러싸여 있다. '강력한 반북주의자' 현인택 통일부장관(<김대중 자서전> 2권 582쪽), MB의 귀를 잡고 있다는 '대북강경파'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등이 그들이다. 이제 이들을 뒤로 물러나게 해야 한다. 그들에게 기회도, 시간도 줄 만큼 줬다. 최근 베이징 비밀접촉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정세판단 능력도, 대북대화 프로세스를 추진할 능력도 없어 보인다.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냥 물러나게 하면 된다. 더 이상 붙들고 있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원칙'은 멀어졌고, '전쟁'은 가까워 졌다

베이징 비밀접촉을 보면서 MB 정권도 대북정책에서 무언가 전환이 필요하고 성과도 필요하다고 느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일관성과 원칙을 강조하던 MB 정권이 비밀리에 북을 만나 뒷거래식 접촉을 시도한 것은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는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대화에는 순서가 있다. 대화에서 먼저 필요한 것은 대화 상대방과 신뢰를 쌓는 일이다. 분위기도 잡지 않고 데이트를 신청할 수는 없다. 하물며 정상들 사이의 대화에서 신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비밀접촉까지 하면서 무려 세 차례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려고 했다면,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줘야 했다. 풍선에 삐라를 달아 날려보내 대화 상대방을 갖은 험담으로 조롱하고, 심지어 대화 상대방의 얼굴을 표적지 삼아 사격훈련을 하게 해놓고, 만나서 대화하자고 한다면 그 누가 그 진정성을 믿겠는가.

역사는 MB와 한국판 네오콘들의 신념대로 MB 정부를 '원칙을 지킨 정부'로 기억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을 전쟁 위협으로 내몬 최악의 정부'로 기억할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에게 MB의 '원칙'은 멀리 있고, '전쟁'은 가깝게 있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MB의 '원칙'은 이념이고 선동이지만, '전쟁 위협'은 체감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실용주의'로 돌아가야 할 이유이다.

경찰 보호받으며 대북전단 또 살포 자유북한연합, 북한민족해방전선 등 탈북자단체 회원들이 4월 2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대북전단을 살포를 준비하는 가운데, 전단살포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과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들이 망배단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경찰 보호받으며 대북전단 또 살포자유북한연합, 북한민족해방전선 등 탈북자단체 회원들이 4월 2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대북전단을 살포를 준비하는 가운데, 전단살포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과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들이 망배단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 권우성

이미 많이 늦었다, 햇볕정책으로 돌아가라

MB 임기가 1년 6개월 남았다. '햇볕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 '햇볕정책'이 그렇게 싫다면, 적어도 MB의 통일부가 표방한 '상생'과 '공영'의 남북관계로 돌아가야 한다. 이대로 임기가 끝나면 MB는 역대 보수정권 중에서 가장 남북문제를 악화시킨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청와대는 겉으로는 원칙을 지켰다고 의연한 체하지만 속으로는 초조할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역사의 평가를 의식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임기말이 가까워질수록 이런 초조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6.15공동선언 11주년이다. MB가 남북기본합의서(1991년), 6.15공동선언(2000년), 10.4선언(2007년)을 다시 읽어보기를 바란다. 거기에는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는 길, 화해와 협력의 방도, 남북 상생과 번영의 길이 들어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쌓아놓은 금자탑 같은 문서들이다. 이제 MB가 결단할 때다. 남은 1년 반 그 위에 무엇을 쌓아올릴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미 국민의 기대는 많이 무너져있지만, 11년 전 6.15남북정상회담의 감동을 기억하는 국민이 보내는 MB에 대한 마지막 요구다.

덧붙이는 글 | 최경환은 김대중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으로 있다.



#6.15남북정상회담#김대중#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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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을 보좌한 마지막 비서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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