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매기도 힘들지만, 이거 비닐 안씌우면 작물이 안 된다"
한바탕 시원한 빗줄기가 쏟아지기 전날. 때맞춰 플라스틱 포트에 씨를 뿌려놓은 오이가 싹이 트고 검지 손가락만큼 자라났기에, 엄마는 모내기도 끝냈으니 오이를 심어보자고 했다.
그래서 우선 윗밭에 오이를 심을 자리를 살피고 대충 잡초를 괭이로 걷어냈다. 전주에 비가 한차례 내린 뒤, 허허벌판이었던 밭에는 풀이 땅속에서 솟아나와 뒤덮기 시작해 오이를 그냥 심기에는 무리였다.
그리고 작년에 오이와 방울토마토를 심었던 자리에서 다시 오이와 토마토가 싹을 틔우고 자라고 있어, 조심스레 주위 흙과 함께 떠냈다.
엄마가 그러시던데 방울토마토는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지만, 오이는 연약해서 잘 떠내야 한다고 한다.
그 말씀에 더 조심해서 오이 모종을 피해 풀을 걷어내니, 비가 오기 전에 몸에서는 땀이 빗방울처럼 맺혔다. 씨를 뿌리고 작물을 돌보는 것 중에 가장 힘든 것은 역시 잡초 제거라는 것을 또 한번 실감했다.
그렇게 얼추 밭을 정리하고는 퇴비도 뿌려주고 난 뒤, 고추밭을 만들 때 사용하고 남은 검은 비닐을 넓게 펼쳐 깔았다. 풀이 나지 말라고 검은 비닐을 씌운 것인데, 바람에 비닐이 살랑이는게 마치 힘든 농사꾼을 희롱하는 듯 싶었다.
여하간 자투리 비닐로 오이와 방울토마토를 심을 자리를 깔고는, 폐비닐로는 풀이 무성하게 자라기 시작한 고랑창도 덮어 씌웠다.
마치 유명스타들을 위한 레드카펫을 깔듯이, 오이와 방울토마토를 위해 저녁해가 넘어간 뒤에도.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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