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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로부터 시설물 철거에 대한 허락을 받아 인테리어공사를 진행하던 임차인이 잔금지급일을 지키지 않아 건물주가 공사 중단과 퇴거 요구를 하자, 임차인이 화가 나 그곳 유리창을 깨뜨렸다면 '재물손괴죄'로 처벌될까.

항소심 법원은 건물주의 사전 승낙이 있어 철거가 예정돼 있던 것이므로 유리창 손괴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임차인이 계약을 지키지 못해 건물주가 시설물 철거에 대한 동의를 철회한 것으로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건축업자 K(48)씨는 2009년 2월 초 안산시 상록구 한 상가건물 1층에 대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건물주로부터 잔금지급일(3월 30일) 전에 인테리어공사를 할 수 있도록 승낙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면서 기존에 있던 시설물 대부분을 철거했다.

하지만 K씨는 잔금지급일이 지나도 계속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이에 건물주와 아들은 4월22일 인테리어공사 현장을 찾아가 K씨에게 '공사 중단과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K씨가 화가 나 바닥에 있던 도끼를 들어 상가 1층 유리창(66만원 상당)에 집어던져 깨뜨렸다.

K씨는 결국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인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2단독 김순열 판사는 지난해 1월 K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K씨가 "건물을 임차하면서 인테리어공사를 하도록 승낙을 받았으므로 깨뜨린 유리창은 철거가 예정돼 있던 것으로 재물손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항소했고, 수원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우룡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K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건물주로부터 잔금지급일 전에 인테리어공사를 할 수 있도록 승낙을 받았고, 그에 따라 인테리어공사를 하면서 임차 부분에 설치돼 있던 시설물의 대부분을 철거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깨뜨려 손괴한 유리창은 건물주로부터 인테리어공사를 하도록 승낙을 받아 철거가 예정돼 있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승낙이 있었던 것으로서 형법 제24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했어야 함에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K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수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낸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건물주가 유리창 파손행위 전에 피고인에게 임대차보증금 잔금 미지급을 이유로 인테리어공사를 중단하고 퇴거를 요구하는 의사표시를 했다면, 이로써 건물주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인에게 한 시설물 철거에 대한 동의를 철회됐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승낙이 있었던 것으로서 형법 제24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속단해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피해자의 승낙의 철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재물손괴죄#퇴거요구#공사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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