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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퍼스트 오브 모히칸 공연 '성주생명문화축제'가 펼쳐진 성밖숲 안, 너른 터 한 쪽에서 인디언 차림을 한 이들이 연주를 합니다.
화려한 깃털 장식으로 된 옷을 걸치고, 얼굴에 색색으로 그림을 그린 이들이 피리 연주를 합니다. 이들은 에콰도르인인 음악 아티스트였어요.
난생 처음 보는 인디언들의 춤과 연주, 또 노래... 한 시간 남짓 세 사람이 공연을 펼치는데, 눈을 뗄 수가 없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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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현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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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게 뭐지? 저기 봐봐. 온통 깃털을 둘러쓰고 있는데?"
"가보자! 뭔지 몰라도 재밌겠는 걸?"등 뒤에 오색 깃털로 장식한 커다란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어요. 무언가 재미난 공연을 펼치는 듯 보였답니다. 지난 5월 28일, '성주생명문화축제'가 열리는 경북 성주군 성밖숲에 갔을 때였어요.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큰 잔치인데다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생기가 넘쳤답니다. 구석구석 차려진 작은 무대마다 크고 작은 공연을 많이 하더군요.
'성주생명문화축제' 여러 가지 공연7080밴드도 있고, '차매사운드'라고 이름 붙인 키보드(전자오르간) 연주를 하는 이들, 참외 농사를 지으며 짬짬이 배우고 익힌 색소폰 공연도 하고요. 또 신명나는 풍악놀이도 했답니다. 무엇보다도 아주 오랫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재미나게 구경했던 공연이 하나 있는데, 바로 인디언들의 피리 연주였답니다.
깃털 장식을 한 옷을 입고 얼굴에 색칠을 하고 인디언 복장을 한 우리네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한 이들이 나와서 피리 연주를 합니다. 한 시간 남짓 펼치는 공연을 보는데, 세상에나! 난 피리 종류가 그렇게나 많은지 처음 알았답니다. 크기와 길이도 다르고요. 또 팬플룻도 있었는데, 이 악기의 소리도 참으로 묘한 매력이 있더군요.
피리 종류가 저렇게 많아?피리 연주 중간에 새소리를 들려주는 악기도 따로 있더군요. 마치 호루라기처럼 생긴 아주 작은 악기인데, 그 소리는 새소리와 진짜 많이 닮았답니다. 게다가 인디언 특유의 소리(어릴 적 인디언 흉내를 낼 때, 손바닥으로 입을 톡톡 치면서 '오바바바바' 하며 내는 소리)도 들려주는데, 참으로 신명나고 재미났어요. 관중들과 함께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틈틈이 "박수 치세요!" 라고 외치기도 하고, 반응이 조금 덜하다 싶으면 화려한 깃털을 펄럭이면서 마당으로 뛰어나와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어요. 보는 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흥을 돋우는 연주와 그 몸짓에 우리도 덩달아 신이 났답니다.
정확하게 곡 제목은 모르겠지만, 귀에 익은 연주도 여러 곡 있었답니다. 이 멋진 볼거리를 우리끼리만 볼 수 없다고 사진을 찍다 말고 손전화기로도 찍어서 엄지뉴스로도 내보냈지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한 곡을 연주하는데 쓰이는 피리 종류가 무척 많았다는 것과 어린 아이 키만큼 큰 팬플룻을 두 개씩이나 겹쳐 들고 연주하는 모습이었답니다.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멋진 인디언 공연을 보면서 그 음악소리에 어딘지 모르게 애절하고 애틋한 마음이 들었어요. 마치 우리네 국악처럼 말이에요. 우리 국악은 '신명'과 '한'이 담겨있지요. 오랜 세월 힘겨운 삶을 이겨내며 살아온 우리네 정서가 음악에 그대로 묻어나지요. 바로 그런 애절함을 이 인디언들의 음악에서도 느낄 수 있더군요.
인디언들의 역사와 닮은 우리, 음악도 닮았구나!영화 '라스트모히칸'의 배경이 미국식민지, 미국 대륙을 차지하기 위한 '영불전쟁' 때에 사라져가는 종족 인디언 '모히칸'의 마지막 후예와 그들의 손에서 키워진 백인 청년의 모험과 투쟁, 사랑을 그린 것이지요. 사실 이 영화를 떠올리게 된 건, 이곳에서 공연을 펼치는 인디언들의 이름을 듣고 생각났답니다. 이들은 에콰도르 인디언인 '더 퍼스트 오브 모히칸'이랍니다. 처음엔 발음을 잘못 들어서 엄지뉴스에 사진을 보낼 때엔, '몰카' 공연이라고 올렸어요. 나중에 공연을 마친 뒤에, 이들이 쓰는 물건들을 전시해놓은 곳을 둘러보면서 이들이 낸 음반을 보고 알았어요.
식민지 지배를 받으며 힘겹게 살아야했던 인디언들, 힘겨운 환경 속에서도 끝까지 지키고 이겨내야겠다는 정신으로 살아온 전사의 모습과 잘 알 수는 없지만, 그 옛날 그들의 삶이 어쩌면 우리네와도 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답니다. 어쩐지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 속에 우리 국악의 신명과 한이 배어나온다는 걸 많이 느꼈거든요. 이들 모히칸의 공연이 끝난 뒤, 바로 뒤 또 다른 무대에서 펼쳐졌던 풍악놀이를 할 때, 모히칸 멤버 가운데 하나가 곁에 와서 오랫동안 그 공연을 지켜보던 모습이 내내 기억에 남습니다. 어쩌면 그도 나처럼 왠지 모르게 음악이 닮았다고 느끼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낯선 사람들이 펼치는 공연, 왠지 모르게 우리네와 닮아 있는 듯 보이는 음악과 춤, 그래서 더욱 '정'이 느껴지는 인디언 모히칸의 공연을 보면서 어깨춤을 추며 함께 느끼고 생각할 수 있었던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