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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10만인클럽 특강'에서 '2012년과 노동집권플랜'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10만인클럽 특강'에서 '2012년과 노동집권플랜'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권우성

"이번에 실패하면 진보정당은 소멸의 길을 갈 것이라는 절박한 각오로 통합 작업에 임할 것이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근 본격화 되고 있는 진보정당 통합에 나서는 각오를 이 같이 밝혔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에서 열린 '10만인 클럽' 특강에서 '노동자의 정치투쟁'을 스웨덴 사례를 통해 강조한 것처럼, 브라질의 사례로 '노동자 정당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사실상 파쇼정권이며 반노동, 친재벌 정권인 MB정권은 노동자 정당으로 돌파해야 한다. 브라질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 브라질 노동자들은 군사정권의 극심한 탄압에도 전국 3000만 명이 참여하는 파업을 실행했다. 하지만 총선과 대선에서는 패배했고 더욱 탄압을 받았다. 그러자 그들은 노동자 정당을 세우고 집권의 길로 나섰다. 결국 룰라 대통령이 집권에 성공하고 재선까지 갔다."

그가 기대하는 노동자 정당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분열된 진보정당이 통합된 새로운 정당이다. 김 위원장은 "진보정당을 하나로 묶는 진보대통합과 새 진보정당 건설 논의가 3차 합의까지 나왔다"며 "이를 대중적으로 펼치기 위한 '진보의 합창'도 본격화 됐다"고 말했다.

'진보의 합창'은 시민사회와 노동계, 학계가 참여한 진보정당 통합을 위한 캠페인 단체다. '진보의 합창'은 "진보판 민란('국민의 명령, 대표 문성근) 버전"이라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진보의 합창은 지난 4·27 재보선 이후 야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야권대통합론을 반박하고 있다. "원칙과 가치가 불분명한 야권대통합정당은 옳지도 않고 현실성도 없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 또한 이날 강연 이후 이어진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대담에서 민주당, 국민참여당 등과의 연대 또는 연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했다.

"10만 당원 가입, 100억 세액공제로 진보정당 통합시킨다"

김 위원장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 대해 "한-미 FTA나 이라크 파병, 비정규직법 등 신자유주의를 대하는 태도가 명확히 전제돼야 한다"며 "아직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진정성이 재고되지 않으면 연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과의 연대와 관련해서는 '아름답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의 말을 인용했다. 김 위원장은 "합쳐야 한다는 것은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막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 때문"이라며 "내년(2012년) 총선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지만 의회 권력을 진보야권에서 쥔다면 한나라당이 재집권 한다 해도 MB정부 같은 정권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 오 대표가 나눈 대담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노동집권플랜을 이루기 위해 우선적으로 나눠졌던 진보정당을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보의 합창'이 이를 압박하는 셈이다. 9월 까지는 이뤄내겠다고 했다. 과연 두 진보정당은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은가?
"이번 9월까지 기필코 반드시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사실 2002년 창당 때보다 어렵다. 새로 만드는 것보다 분열됐던 곳을 다시 합치게 하는 게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진보는 다양할 수밖에 없다. '주사파'다, 'NL'이다, 'PD'다 가르기 시작하면 절대로 합쳐질 수 없다. '구동존이'(같기를 구하고 다름을 이해함) 정신으로 나가야 한다. 이 문제를 정치 상층의 논의에만 맡길 수 없기 때문에 '진보의 합창'이라는 시민사회와 함께 하는 운동을 만들고 있다."

- 강연 중에 스웨덴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보수 언론은 민주노총이 스웨덴 모델을 따라가려고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북한을 따라간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은 북한의 사회주의를 어떻게 생각하나? 진보 대통합을 논의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북에 대한 입장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런 점에서 위원장 개인의 생각은 어떤가?
"진보대통합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그것이다. 진보정당 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는 세 가지 과제가 있다. 하나는 당내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또 하나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어떤 방침을 가질 것인가. 나머지 하나가 바로 북에 관한 문제다.

현재 민주노동당을 주사파 내지는 종북주의 세력으로 묘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현재 1차 합의를 이룬 것은 '어떤 사안에서도 자주적인 입장을 갖는다'는 것이다.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지지할 것은 지지한다는 취지다. 그런 차원에서 연평도 포격에 대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입장을 유보한 것은 연평도와는 완전히 다른 문제기 때문이다."

- 진보정당 내 크게 두 정파가 있는데 민주노총도 분당 이후 같은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에 둘을 합치게 할 만한 힘이 있는 것인가?
"통합을 시키려는 것은 의지만으로는 안 된다. 노동자들이 하나 된 진보정당을 원한다는 진정성과 합치게 만드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 민주노총은 (통합 진보정당) 10만 당원 가입 운동과 100억 세액공제라는 집단적인 운동으로 실현할 것이다.

민주노총 내 정파들은 그 운동의 길을 같이 가자고 맞춰졌다. 2002년 민주노동당 창당도 민주노총 세 정파가 합의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가능하다. 이번에 통합에 실패하면 진보정당은 소멸의 길을 갈 것이라는 절박한 각오로 통합 작업에 임할 것이다."

국민참여당에 진정성 요구, 민주당과 연합은 유보

- 일각에서는 집권의 방법으로 야권 단일 정당을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문성근씨가 제안한 '국민의 명령'처럼 국민참여당과 민주당까지 범위를 넓힐 수 있느냐가 문제다. 유시민 대표는 가능하다고 이야기 하고 이정희 대표는 약간 거리를 두고 있다.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부담스럽다. 유시민 대표는 자신을 진보적 리버럴(자유주의)이라고 한다. 유 대표가 진보정당과 같이 할 수 있다는 이유는 이명박 정권을 사실상 독재 정권과 다를 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독재를 만났을 때 자유주의자와 진보는 연대를 통해 공동의 상대를 둘 수 있고, 진보적 자유주의자로서 노동자, 서민 정당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 대표가 말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데 자산은 승계하지 않고 부채만 승계하겠다'고 한 점을 훌륭하게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 FTA나 이라크 파병, 비정규직법 등 신자유주의를 대하는 태도가 명확히 전제돼야 한다. 아직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진정성을 제고해야 한다. 그게 되지 않는다면 연합은 쉽지 않을 것이다."

- 더 큰 틀에서 민주당까지 함께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실성이 떨어진다. 노회찬 전 대표의 말처럼 '아름답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인위적으로라도 합쳐야 한다는 것은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막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모든 것이 여기에 복무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런 절박함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권의 독주는 의회 권력과 중앙권력을 모두 선점한 결과다. 내년(2012년) 총선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지만 의회 권력을 진보야권에서 쥔다면 한나라당이 재집권 한다 해도 MB정부 같은 정권은 되지 않는다. 총선이 먼저오고 대선이 뒤라 (민주당과의 연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이정희, 심상정, 노회찬 같은 인물 발굴할 것"

- <진보집권플랜>처럼 실명으로 인물평을 해보자. 민주당, 국민참여당과 대선에서 연합을 한다해도 이정희, 노회찬, 심상정 등이 진보진영에서 대선 후보로 거론될 수 있다. 평소에 어떻게 생각하나?
"이정희 대표는 권영길 노동자 국회의원과 강기갑 농민 국회의원의 뒤를 잇는 진보 지식인 국회의원이다. 민주노동당이 어려운 시기에 진보의 감수성을 자극하며 진보를 친근하고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준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심상정 전 대표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 한 번도 위원장을 하시진 않았지만 중요한 역할을 많이 하신 분이다. 여성으로 금속노조가 쉽지 않은 곳인데 그런 부분에서 대단히 강단있는 분이다. 지난 지방선거 때, 당 내외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신을 펼쳤던 점도 그렇다. 노동을 이해하는 실력 있는 정치인이다.

노회찬 전 대표는 우선 '달변가'이시다.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10명의 국회의원을 만들 때 사무총장이면서도 자신을 당선이 불투명한 비례대표 8번에 놓으면서 헌신을 했다. 진보정당을 대안정당으로 볼 수 있게 만든 소중한 정치인이다.

다른 분은 언급하기는 어렵고 우리 (민주노총) 조합원 가운데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국 교수노조 출신이시다. 조국 교수는 교수노조 가입을 안 하시나 모르겠다. 이정희, 심상정, 노회찬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오랜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노동의 현장에서 만들어 진다. 더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또 그런 인물이 나올 것이다."

김영훈 위원장은 강연을 마치면서도 노동자 정당의 집권을 확신했다.

"우리는 노동자라는 말 하고 싶다. '모든 시민은 기자'라는 <오마이뉴스>의 모토처럼 '임금을 받는 모든 시민은 노동자'다. 우리는 노동이란 이름으로 하나다. 민주주의가 다수결의 원칙이라고 할 때 다수인 노동자 정당의 집권은 당연한 일이다."


#민주노총#김영훈#진보의 합창#국민의 명령#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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