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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나는 가수다>

MBC 일밤의 <나는 가수다>가 돌아왔다. 한 달 전 인터넷과 음반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그래서 예능의 전설 김영희 PD를 하차시키고 국민가수 김건모마저 덜덜 떨게 만들었던 그 <나는 가수다>가 재개되었다.

많은 이들이 예상했듯이 <나는 가수다>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역시 폭발적이었다. 한 달 동안 지리멸렬했던 MBC 주말 예능은 단숨에 두 자리 수 시청률로 복귀했으며, 일요일 예능계의 강자 KBS <1박 2일>의 대항마로 떠올랐다.(<1박 2일>이 얼마나 다급했으면 여배우 6명을 투입시킨다고 했겠는가!)

각종 게시판들은 <나는 가수다>의 감상평으로 도배되었으며, 많은 이들이 그 감동을 되새기기 위해 다시 그 노래를 찾고 있는 중이다. 오죽하면 많은 이들이 박명수의 출연료가 임재범의 그것보다 많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지 않은가.

프로그램과 가수들의 진화

그렇다면 과연 이런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나는 가수다>의 저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미 전에도 지적한 바 있듯이 프로그램 자체가 지니고 있는 진화의 힘이다. 최고의 가수들을 모아 서바이벌이라는 극단적인 경쟁으로 몰아붙이는 모순적인 진행방식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화시키고 그것이, 프로그램의 매력을 배가시킨 것이다.

김건모의 재도전으로 드러난 균열을 프로그램은 한 달 간 조정 기간을 거치면서 다른 방식으로 봉합했다. 재도전을 없애는 대신 방청객들의 선택권을 늘이고, 경연의 횟수를 늘임으로써 서바이벌의 살벌함을 누그러뜨리고 축제의 의미를 강화한 것이다.

왕의 귀환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임재범
▲ 왕의 귀환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임재범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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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이 아니다. 프로그램의 진화와 함께, 참여한 가수들 역시 그만큼 달라진 듯하다. 처음 참여한 김연우나 BMK, 임재범은 자신의 대표적인 노래를 열창함으로써 청중들을 매혹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반해, 그들에 비해 비교적 여유를 가지고 있던 기존 가수들은 서바이벌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방청객들이 잘 알고 있는 노래를 택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자신이 아끼고 잘 놀 수 있는 음악을 가지고 나왔는데, 이는 방청객들이, 자신들의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는 전제 아래 축제에 참여한 것을 의미한다. 방송에서는 김범수의 '색소폰'을 웃음의 소재로 사용했지만, 이는 그만큼 그가 예전과 같은 부담감을 떨치고 축제의 기분으로 참여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요컨대, 살벌하기만 했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프로그램과 가수들의 진화로 말미암아 공존의 축제에 가깝게 한 발자국 더 진화한 것이다. 혹자의 말대로 '신들의 경연'에는 탈락자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젠 방청객들의 진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프로그램과 가수들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수다>는 저번 방송에서 또 다른 한계를 드러내었다. 혹자의 표현대로 '나가수 용 가수'에 대한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좀 과잉되더라도 열창만 하면 최고가 되는 <나는 가수다>의 가수.

이는 김범수의 꼴찌 사실에서 드러난다. 대부분의 가수들이 편하게 노래를 부른 김범수에게 높은 점수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방청객들은 김범수의 노래를 가장 적게 찍었다. 다른 가수들의 평가와 달리 관객들은 김범수의 편안하고 절제된 노래를 밋밋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앞으로의 경연이 이와 같다면 결국 <나는 가수다>는 구조적으로 열창 중심의 가수와 노래만을 뽑을 것이다. 비록 지금은 가수들이 자신들의 노래를 가지고 실험해보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다시금 열창으로 돌아갈 것이며, 그러다 보면 힙합이나 랩과 같은 다양한 음악들이 무대를 밟기는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방청객들, 시청자들의 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프로그램과 가수들은 일정 부분 진화를 이루었다. 이제 좀 더 다양한 음악을 듣기 원한다면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

다행히 지난 방송에서 박정현의 2위는 그 일말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물론 박정현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풍부한 성량으로 열창을 했지만, 어쨌든 그 노래는 방청객들의 귀에 익숙하지 않았던 바, 가수와 방청객 그리고 프로그램이 함께 노력만 해준다면 얼마든지 좋은 노래를 발굴하고 즐길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가수다>의 또 다른 진화를 기대해 본다.


#나는 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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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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