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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궐선거(이하 재보선)가 끝났다. '미니 총선'으로 불릴 정도로 그 열기가 대단했던 선거였다. 열기가 대단했던 만큼 많은 논란과 진통도 있었다.

 

이번 재보선에서는 주목할 만한 선거 결과가 나왔다. 바로 분당 을 손학규 후보 당선과 강원도지사 최문순 후보 당선, 김해 을 김태호 후보 당선이 그것이다.

 

분당 을의 경우, 여당인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인 만큼 일찍부터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의 당선이 점쳐졌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출마를 선언하며 선거 향방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한나라당 텃밭'이라는 견고한 사실은 변할 줄을 몰랐다.

 

강재섭 후보와 손학규 후보 둘 다 시민들 속에서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방식은 확연히 달랐다. 강재섭 후보의 방식은 여느 선거운동과 다름없었다. 한나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점퍼와 홍보용 어깨띠를 갖추고 당내 유력인사들과 시민 속을 누볐다.

 

반면, 손학규 후보는 당내 유력인사들이 함께하지 않았고, 홍보용 어깨띠도 두르지 않은 양복 차림이었다. 물론 선거운동 후반에 홍보용 어깨띠를 착용하긴 했지만 말이다. 이것은 얼핏 보기에 지극히 평범한 양복 차림으로 보일 수 있으나, 민주당을 상징하는 녹색 넥타이나 녹색 재킷을 착용하여 은연중에 사람들이 민주당 후보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선거 운동에서 후보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정당을 상징하는 색의 점퍼와 어깨띠를 착용하고 시민들 속을 누비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단순히 시민들의 손을 잡고 악수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하며 시민들 속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강재섭 후보와 마찬가지로 노인종합복지관에 방문했지만, 강재섭 후보가 복지관에 계신 어르신들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한 것과는 달랐다. 손학규 후보는 직접 어르신들과의 당구나 탁구에 참여함으로써 좀 더 친근감을 이끌어냈다. 오리역에서는 젊은 지지자들과 함께 선거 캠페인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20~30대 젊은이들의 투표를 이끌어내고자, 일일이 손을 잡고 호소하는 홍보보다는,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벤트를 택한 것이다.

 

여당의 텃밭이라 불리는 분당 을에서, 손학규 후보는 선거운동에서 기존의 후보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찌 보면 '한가하고 느긋하다'라고도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손학규 후보의 색다른 선거운동도 선거결과에 작용했겠지만, 선거 막판에 있었던 강재섭 후보의 '색깔론' 발언도 선거결과에 유효했으리라 생각된다. 4월 13일, 강재섭 후보는 "좌파로부터 분당을 지키자"는 발언을 했다. 선거 막바지인 4월 25일에는 "좌파세력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손학규 후보 우세'가 나타나자, 그동안의 '지역일꾼' 카드를 버리고 '색깔론' 카드를 택한 것이다. 상투적이고 진부하기까지한 '색깔론' 카드는 시민들이 강재섭 후보에게 부정적 인식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강원도지사의 경우, 일찍부터 유명앵커 출신의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의 우세가 점쳐졌다. '대통령보다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며, 민주당 최문순 후보를 손쉽게 이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불법선거운동'에 대한 엄기영 후보와 최문순 후보의 대응은 둘의 판세를 뒤집어 놓았다. 4월 22일 엄기영 후보 측의 '불법 전화 운동원'이 선관위와 경찰에 적발되며 불법선거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한나라당은 "엄기영 후보는 몰랐던 일"이라며, "자원봉사자들의 도를 넘은 지지 때문에 벌어진 것으로, 후보가 몰랐던 일이니 이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또한 "민주당의 불법선거 정황이 있고, 추가로 발견되면 공개하겠다"며 잘못을 시인하고 사죄하기보다는 이를 무마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여론조사 결과가 1% 차이로 초박빙"이라는 허위문자를 보낸 불법선거 정황이 드러난 최문순 후보 측의 태도는 이와 달랐다. 물론 정식 사죄라기보다는 해명과 변명에 가까웠지만 "실무자의 착오로 일어난 일"이라는 답변을 내놓으며 '허위문자 발송'을 인정했다.

 

물론, 이광재에 대한 동정론과 이명박 정권 실정에 대한 불만도 선거결과에 크게 작용했겠지만, 두 후보의 '불법 선거'에 대한 대응의 차이도 유효했으리라 본다.

 

김해 을의 경우, 한나라당에서는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가, 야당에서는 단일화 후보로 국민참여당 이봉수가 출마했다. 김해 을은 국민참여당의 정신적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나 다름없었다.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는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일명 '양파 총리'라고 불렸을 정도로 많은 도덕적 흠결이 발견되었다. 당연히 여당보다는 야당에 지극히 유리한 선거 구도였다.

 

결과는 의아하게도 김태호 후보의 당선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재보선에서 나타났듯이, 정권이 실정을 했다고 해서, 여당에서 흠결이 많은 후보를 공천했다고 해서 무조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아니다. 야당에게 유리한 상황이라고 해도, 야당에서 자격이 있고 합당한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후보를 내놓지 못하면 패배하는 경우를 숱하게 봐왔다.

 

이봉수 후보의 경우도 이와 동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 불리는 김해 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뿌리로 삼는 '국민참여당' 후보로 출마하여, 유력 인사들과 함께 유세를 펼쳤을 뿐, '김해 을'을 위한 후보만의 정책은 부각되지 않았다.

 

분당 을과 강원도지사, 김해 을의 선거결과가 단순히 이번 재보선에만 한정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동안 '텃밭', '인지도', '연고지'가 선거 결과를 결정하던 것과는 달랐다. 이번 선거 결과는 그러한 우위 요소들의 작용을 막고 '당연한' 결과를 뒤집은 것이었다. 재보선 결과가 여당의 '승'이든, 야당의 '승'이든, 그동안의 선거와 달리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것만은 확실하다.  


#4.27 재보선#선거#분당 을#김해 을#강원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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