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 대해 공개 지지를 선언하면서 '친노'의 분열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광재 전 지사는 17일 저녁 손 대표가 희망대장정을 진행하고 있는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취병2리 마을회관을 찾았다. 이 전 지사는 이날 손 대표와 기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 함께하면서 "손 대표가 정권교체를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힘닿는 한 많이 도와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지지 이유로 이 전 지사는 "손 대표는 옛날 어려운 시기에 (민주화) 노력을 했고 외국 유학, 경기지사, 복지부 장관, 국회의원, 당 대표도 지냈다"며 "이제는 대통령 한 사람이 집권 5년 동안 나라를 거꾸로 가지 못하도록 하고 예측 가능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손학규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내년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손 대표의 승리를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이 때문에 손 대표 측은 물론 친노 내부에서도 이 전 지사의 진의에 대해 논란이 이는 등 파장이 일었다.
유시민 '대표' 선출 앞두고 손학규 지지한 이광재
발언 내용뿐 아니라 시점도 미묘했다. 이 전 지사의 지지 선언은 또 한 명의 야권 유력 대권 주자인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이 국민참여당의 대표로 선출되기 직전에 나왔다. 유 원장은 19일 열리는 참여당 전국당원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될 예정이다.
친노 적자 경쟁을 벌이던 이광재 전 지사가 참여당 대표 선출 이후 본격화될 유 원장의 대권 행보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가 연출된 것이다.
사실 이광재 지사가 손 대표에게 애정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전 지사는 대법원 판결 전날인 지난 1월 2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 실장과 손 대표가 대통령 후보 경선을 했으면 좋겠다"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 대표가, 문재인 실장도 경선에 나설지 모르겠지만, 멋진 승부를 벌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전 지사는 춘천에 칩거 중이던 손 대표가 정치 복귀 선언을 했던 지난해 8월 15일 직접 손 대표의 거처를 찾아 "대붕역풍비 생어역수영(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살아 있는 물고기는 물을 거슬러 헤엄친다)"이라고 쓰인 편액을 선물로 전달하기도 했다. 이전에도 손 대표는 춘천에 머무는 동안 이 전 지사와 전당대회 출마 여부 등에 대해 상의하고 조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의 한 최측근은 "손 대표와 이 전 지사는 춘천 칩거 기간과 강원도지사 선거를 거치면서 '혈맹' 관계가 됐다"며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손 대표 쪽으로 합류한 친노들의 움직임도 이 전 지사의 뜻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손학규-이광재는 혈맹"... 친노 분화 본격화차기 대권 행보에서 친노의 지지가 절실한 손 대표로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이 전 지사의 지지 선언이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참여당은 물론 유시민 원장에게도 우호적인 안희정 지사의 존재 등은 여전히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안희정 충남지사를 비롯한 일부 친노 그룹은 정세균 최고위원 지지를 선언했지만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등은 손 대표를 도왔다.
당 밖에서는 4·27 재보선에서 김해을 후보로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을 출마시키려던 손 대표와 참여당의 원내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유 원장의 갈등도 만만치 않았다.
때문에 이광재 전 지사의 손 대표 지지 선언이 차기 대선에서의 친노의 위치 선정(스탠스)를 둘러싼 분열의 촉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친노 핵심인사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차기 총선과 대선을 앞둔 친노의 분화는 피할 수도 없고,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친노들의 생각을 하나로 묶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