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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주말(22일) 잠깐 풀린 날씨에 우리는 섬진강을 걸었습니다. 비록 혹한이지만 계절에 따라 자연이 그러하듯 겨울 섬진강의 멋과 아름다움을 찾고 싶은 마음으로 추운 강바람을 맞으며 갔습니다.

겨울 섬진강 소식과 멋을 기대하던 제 마음은 강둑에 당도하자마자 실망을 넘어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그 아름다운 섬진강 둑길이 온통 시멘트로 포장되어 삭막한 모습으로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겨울 섬진강을 걸으며 물, 얼음, 새, 나무, 마른풀, 바람 뭐 이런 소식들을 전해주려 했는데, 처음부터 엉뚱하게 시멘트이야기로 시작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자괴감마저 듭니다.

 시멘트포장길을 걷는다
 시멘트포장길을 걷는다
ⓒ 민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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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멘트로 포장된 섬진강 둑길
 시멘트로 포장된 섬진강 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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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9월 12일에 걸었던 섬진강둑 모습
 2009년 9월 12일에 걸었던 섬진강둑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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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12일에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그때는 시멘트 포장 길이 아니라 코스모스 핀 흙길이었습니다. 흙으로부터 전해오는 부드러운 감촉, 길 주변에 살아있는 생명체들과의 대화하며 얼마나 행복하게 걸었는지 모릅니다. 지금처럼 시멘트 길로 다리가 쉬이 피곤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아름다운 길을 짧은 기간에 이렇게 험악하게 시멘트로 포장을 해버린 것입니다. 이명박정권은 4대강만 파헤치고 뒤집어서 시멘트로 둑 쌓고, 댐 만들고, 자전거길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곳 섬진강에도 자전거길을 만든다고 이렇게 시멘트로 덮는다고 합니다. 4대강 사업의 일환이라고 합니다. 

이 사업은 주민들도 모르는 사이에 추진된 것이랍니다. 시멘트 포장이 진행되는 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이 시멘트 포장을 반대하고, 이미 포장된 길을 걷어내고 원상으로 복구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섬진강둑길 시멘트 걷어내고 원상 복구하라는 시민단체 현수막
 섬진강둑길 시멘트 걷어내고 원상 복구하라는 시민단체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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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현재 더 이상 포장공사는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포장된 길은 걷어내지 않고 있습니다.

 시민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시멘트 포장이 중단되어있다
 시민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시멘트 포장이 중단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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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낡은 경운기가 길 시멘트길 아래로 내려와 있다
 낡은 경운기가 길 시멘트길 아래로 내려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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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9월 12일 같은 위치에 서 있던 낡은 경운기
 2009년 9월 12일 같은 위치에 서 있던 낡은 경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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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둑길이 자전거길을 낸다는 명분으로 온통 시멘트로 포장된다면 섬진강 맑은 물을 바라보면서 반짝이는 모래에 넋을 잃도록 여유롭게 걷던 사람은 어쩌란 말입니까? 또 멀리 보이는 지리산과 산자락에 걸쳐있는 구름과 끝없는 대화를 나누며 걷던 사람은 어디로 가란 말입니까?

어디 그 뿐입니까? 강과 강 주변에 사는 수많은 새와 짐승 등 갖가지 생명들의 거처는 어쩌란 말입니까?  그들의 안식처를 더 이상 침범하지 말고 원상복구를 하는 것이 아름다운 섬진강을 보호하는 최상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멘트가 굳기전에 동물이 지나간 자국(왼쪽 위), 시멘트가 굳기 전에 뱀이 지나간 자국(첫 번째 세로사진), 수달 발자국(왼쪽 아래), 시멘트가 굳기전에 수달이 지나간 발자국(두 번째 세로사진).
 시멘트가 굳기전에 동물이 지나간 자국(왼쪽 위), 시멘트가 굳기 전에 뱀이 지나간 자국(첫 번째 세로사진), 수달 발자국(왼쪽 아래), 시멘트가 굳기전에 수달이 지나간 발자국(두 번째 세로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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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장에 시멘트 포장으로 말미암아 언짢은 기분을 빨리 지우려고 일부러 마른 풀밭 길을 걷기도 했습니다. 이제 강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우리는 문척교에 당도했습니다. 섬진강에서는 웅장하게 놓인 높은 다리보다는 낮고 오래된 다리가 정겹습니다.

 문척교
 문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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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은 봄을 재촉하는 듯 잔잔한 물결을 끊임없이 치는가 봅니다. 그러다가 기온이 내려가면 얼고, 얼었던 물이 다시 녹고 이러기를 몇 번이나 해야 봄이 올까요.

 얼음이 덮힌 섬진강
 얼음이 덮힌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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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강태공은 이 추위에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봄을 낚고 있는가 봅니다. 봄을 재촉하는 것은 강태공이나 물고기나 또는 당신이나 나나 매 한가지 아닌가요.

 겨울을 낚는 강태공
 겨울을 낚는 강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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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강도 작은 천들이 모이고 모여서 이루고, 큰 강이 모여서 바다를 이루겠지요. 큰 강을 건너기 전에 큰 바다로 나아가기 전에 작은 징검다리를 건넙니다.

 징검다리를 건너다
 징검다리를 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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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하늘도 저렇게 푸르고, 구름 또한 저도록 부드러운지 새삼 알았습니다. 하기사 계절에 상관없이 하늘은 원래의 모습은  변함는 그 모습이겠지요.

 푸른하늘 힌구름을 이고 걷는 섬진강둑길
 푸른하늘 힌구름을 이고 걷는 섬진강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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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노고단에 하얀 눈이 덮여있습니다.  저 눈은 산 아래 마을에 이른 꽃이 필 때까지도 녹지 않을 겁니다. 이제 추위를 녹이고 다음 여정을 위해 산이 품고있는 아늑한 마을에 들어야겠습니다. 

 노고단을 바라보며 걷는다
 노고단을 바라보며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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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지리산#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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