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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마을 수석 분경원’이 있는 군산시 옥산면 남내리 ‘남내마을’ 입구. 오른쪽 담 넘어가 분경원입니다.
‘섬마을 수석 분경원’이 있는 군산시 옥산면 남내리 ‘남내마을’ 입구. 오른쪽 담 넘어가 분경원입니다. ⓒ 조종안

군산시 옥산면 남내리에 있는 '섬마을 수석 분경원'에 다녀왔습니다. 분경(盆景 석부작) 전시실에는 기묘하게 생긴 돌에 흙, 이끼, 야생화 등을 심어 비경을 연출하고 있었는데요. 작품 하나하나가 자연의 축소판 같았습니다.

분경원이 있는 옥산면 남내마을에서는 마을 노인들이 손수 나래를 엮고, 흙벽을 발라 전통 초가 한옥 체험관을 짓는 등 '구불길 마실 터 마을 가꾸기'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어서 옛 농촌의 정취에 흠뻑 빠져볼 수 있습니다.

 흙을 불에 구워 만든 인조석(人造石)으로 연출한 작품. 자연의 절경을 보는 듯합니다.
흙을 불에 구워 만든 인조석(人造石)으로 연출한 작품. 자연의 절경을 보는 듯합니다. ⓒ 조종안

 관동팔경 중의 하나인 동해안 월송정 송림을 떠오르게 하는 작품.
관동팔경 중의 하나인 동해안 월송정 송림을 떠오르게 하는 작품. ⓒ 조종안

실내외 전시실에는 300점이 넘는 분경 작품이 각기 다른 자연의 풍광을 보여주고 있었는데요. 깊은 산 속의 옹달샘에서 하늘로 솟구친 기묘한 봉우리들,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 등을 연출해놓고 있었습니다.

특히 누에가 살아서 기어가는 모습과 흡사하게 생긴 검은 바위에 야생초와 소나무를 나란히 심어놓아 은은한 솔향이 풍기는 듯했는데요. 관동팔경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동해안 월송정의 송림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깊은 산속 옹달샘. 약수로 착각할 정도로 돌과 이끼들이 살아 있었습니다.
깊은 산속 옹달샘. 약수로 착각할 정도로 돌과 이끼들이 살아 있었습니다. ⓒ 조종안

 이끼와 소나무, 지구보 등으로 연출한 작품. 화면으로만 봐오던 금강산 봉우리들이 떠올랐습니다.
이끼와 소나무, 지구보 등으로 연출한 작품. 화면으로만 봐오던 금강산 봉우리들이 떠올랐습니다. ⓒ 조종안

 
크고 작은 바위틈에서 자생하는 이끼는 생물이 살아 숨쉬는 듯 했고, 움푹 파인 곳에 물이 고인 모습은 토끼가 찾아와 물을 마시는 숲 속 옹달샘을 떠오르게 했으며, 주변에 심어진 온갖 야생초는 자연을 축소해서 옮겨놓은 것 같았습니다.

수반 위 바위에 꾸며놓은 분경은 기암절벽이 우뚝우뚝 솟은 금강산의 절경을 보는 듯 했는데요. 바위에 뿌리를 내린 난과 야생화를 보면서는 생명의 고귀함과 끈질김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신 건강에 더없이 좋은 '분경' 

분경은 돌과 식물, 흙, 이끼 등 자연재료를 이용하여 자연경관을 축소해 만든 예술성 있는 작품을 말하는데요.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기암절벽이 연상되기도 하고, 깊은 계곡과 숲길을 거니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분경원 전시실에서 바라본 야외 전시실과 휴게소. 휴게실 안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분경원 전시실에서 바라본 야외 전시실과 휴게소. 휴게실 안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 조종안

30년 전부터 수석을 해왔다는 임경식(57세) 섬마을 수석 분경원 대표는 분경 전시장을 설치한 배경에 대해 10년 넘게 공들여 제작한 작품을 군산을 찾는 분들에게 보여 드리고, 연구도 하면서 배우는 게 목적이라며 작품들을 군산 부근 섬들의 축소판으로 봐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임 대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리려고 나뭇가지를 철사로 감아서 휘거나 비틀지 않고, 윗동가지도 자르지 않았다"며 "돌은 99%가 서해안에서 수집한 해석(海石)이고, 이끼와 야생화도 군산 인근 산지와 섬에서 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향이 군산 앞바다 섬(관리도)이라는 임 대표는 외지나 외국에서 들여온 돌은 일절 취급하지 않으며 개장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관람료는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이고 판매는 하지 않는다고 소개했습니다. (다만, 흙으로 구워 만든 인조석을 재료로 꾸민 작품은 손님의 요구에 따라 가능하답니다.)

 공기 청정에도 좋다는 피라칸타. 꽃말은 ‘알알이 영근 사랑’이라고 합니다.
공기 청정에도 좋다는 피라칸타. 꽃말은 ‘알알이 영근 사랑’이라고 합니다. ⓒ 조종안

임 대표와 분경을 하게 된 계기와 분경원 운영 등에 대해 몇 마디 나눠보았습니다. 

-분경은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하게 되었나요?
"30년 전부터 수석에 취미가 있었습니다. 섬이 고향이고 해서 10년 전부터는 섬마을 풍경을 연출해보려고 노력했던 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기 붉은 열매가 무척 아름답습니다. 무슨 나무인가요?
"가지를 빽빽하게 치는 게 특징인 '피라칸타'라는 나무입니다. 화려한 열매와 울타리처럼 무리를 지어 피는 모습이 장관이어서 주로 관상용으로 재배됩니다. 온대성 식물로 원산지는 한국, 중국 서남부, 유럽이며 약용으로도 사용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분경을 하면 어디에 좋은가요?
"정신과 치료를 받을 때 분경에 취미를 가지면서 효과를 봤기 때문에 하는 얘기인데 마음의 안정, 즉 정신건강에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신경이 예민해서인지 물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광경을 보면 마음의 동요를 일으킵니다. 그래서 남들이 멋있다는 폭포 모양(瀑布石)의 작품은 만들지 않았습니다."

-주로 어떤 돌을 이용했나요?
"군산 부근 서해안에서 흔히 발견되는 해석(海石)을 이용했습니다. 도자기처럼 흙으로 구워 만든 인조석(人造石)을 이용한 작품도 수십 점 되는데 자연석(自然石)과 흡사해서 인기가 좋습니다. 앞으로 인조석이 분경 재료로 많이 이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분경도 예술 감각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분경에 대해 전문적인 교육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고, 선생님에게 칭찬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 걸 보면 예술 감각을 조금은 타고난 모양입니다." (웃음)

-분경에 취미를 가지려면 비용이 적잖을 것 같은데요?
"길가에 버려진 돌로도 얼마든지 아름답게 꾸밀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비용은 들지 않습니다. 이끼, 야생화, 야생초 등 재료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으니까요."

-운영비가 만만치 않을 터인데, 입장료로 가능할까요?
"외지인들에게 다양한 볼거리 및 자연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군산을 보여주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개의치 않습니다. 입장료도 수익과는 관계없이 일부는 떼어서 불우이웃돕기에 사용됩니다."  

-위치가 너무 외진 것 같은데요?
"시골이긴 하지만, 30분마다 시내버스도 다니고, 승용차로는 10분 거리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도시락 등을 가져와서 먹을 수 있는 휴게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자판기 커피도 마실 수 있어서 미니 자연을 감상하면서 쉬었다 가는 장소로 이용하면 좋을 것입니다."   

섬마을분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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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종안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섬마을분경원#군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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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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