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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명문대를 다니던 20대가 자기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뛰쳐 나가 일면식도 없는 행인을 살해했다고 한다. 이 청년은 집에 있는 동안 며칠씩 인터넷게임에 몰두하는 등 심각한 인터넷게임 중독 증상을 보였다 한다.

 

게임중독의 무서움은 실로 간과할 사항이 아니다. 게임에만 몰두한다고 꾸중하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태연히 자기 방에서 또 게임에 빠져드는 20대의 이야기는 이제 낯설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행보는 참 어처구니가 없다.

 

정부는 며칠전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예방하기 위한다며 일명 '셧다운제(Shut Down)'의 내용을 발표했다. 셧다운제는 이용자와 학부모가 요청할 경우 특정 시간대나 일정한 시간을 이용한 뒤에는 더 이상 게임이나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도록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번 발표 내용은 16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셧다운제는 참으로 험난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난 2004년 10월 YMCA, YWCA, 흥사단등의 청소년단체와 당시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그 도입을 주장하면서 이슈화되기 시작한 셧다운제는 2005년 8월과 2006년 10월에 각각 국회에서 추진되었으나 청소년의 게임할 권리를 제한한다는 문화관광부와 게임업계의 논리에 밀려 2007년 5월에 흐지부지됐다.

 

이제 6년여 만에 다시 이 제도를 도입한다는데 이 제도를 두고 인터넷상의 통행금지 제도다, 게임 산업이 위축된다 참 말이 많을뿐더러 더욱 해괴한 것은 이 대상에 고등학생이 제외된다는 점이다. 이론상으로만 따지면 중학생은 게임하면 안되고 고등학생은 밤새 게임해도 상관없다는 것인데, 이는 게임으로 나라를 살찌우겠다면서 그 대표적 이용자인 청소년들이 입는 피해에 대해서는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청소년보호에 생색만 내겠다는 정부의 천박한 발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모바일게임에까지 셧다운제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부모 명의로 개통되는 청소년 휴대폰이 많아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아이건강국민연대 등 시민, 청소년단체들도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보호연령 19세 미만으로 셧다운제를 적용해야 한다며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청소년이 게임할 권리가 중요하다면서 게임중독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할 변변한 대책 하나 제시하지도 못하고선 변죽만 울리는 이런 정부의 태도를 지적하는 부분이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을 보호하고 인터넷 게임중독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제일의 목적인 제도다. 여기에 고부가가치 게임산업 육성을 외치면서 청소년들로부터 막대한 돈을 벌어온 게임업계의 입김에 따라 정부의 시각이 줏대없이 녹여져 있다면 이 제도는 하나마나다. 중요한 것은 게임 산업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외치는 관련 업체나 정부에선 청소년 보호를 위해 그동안 뭘 했느냐는 것이다. 입만 열면 청소년이 미래의 주인공이라면서 게임중독에 대한 제대로 된 제도하나 제시하지 못하면서 무슨 청소년을 위하겠다는건지 그 진정성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겨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셧다운제#아이건강국민연대#청소년 보고#게임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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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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