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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도에서 포사격 훈련이 예정되며 남북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20일 오전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의 상황판에 낙폭을 키우는 코스피 지수와 오름세를 보이는 환율정보가 나타나고 있다.
연평도에서 포사격 훈련이 예정되며 남북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20일 오전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의 상황판에 낙폭을 키우는 코스피 지수와 오름세를 보이는 환율정보가 나타나고 있다. ⓒ 연합뉴스

"별일 없이 지나갔으나…. 제 계좌는 한참 마이너스 되었습니다~ㅜㅜ"(miniXX)

20일 오후 3시6분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트위터의 증권 관련 마당에 올라온 한 개인 투자자의 이야기다. 이 트위터리안의 글에 또 다른 이는 "이럴 땐 정말 다 때려치우고 싶다니까요"라며 공감의 글을 덧붙였다.

이날 오후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증권관련 게시판을 비롯해 각종 금융관련 사이트에선 "힘든 하루였다", "고생했다", "암울하다" 등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넘쳐났다. 어떤 투자자는 "결국 북풍은 힘없는 개미들에게만 몰아쳤다"(ID:sucess xx)고 털어놓기도 했다.

들쭉날쭉하던 주식시장... "북풍은 힘없는 개미들에게만"

이날 아침 금융시장은 말 그대로 '공포'와 '불안'이 지배한 듯했다. 이미 예고됐던 국방부의 서해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이 가져올 '북풍(北風) 리스크' 때문이었다.

종합주가지수 2000을 훌쩍 뛰어넘고, 이른바 연말 '산타랠리(크리스마스 전후로 주식시장의 상승기를 일컫는 말)'에 동참했던 많은 개인 투자자들의 고민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그리고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개인들은 주식을 내다팔기 시작했다.

개인들이 2000억 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내다팔다 보니, 코스피지수도 한때 2000선이 쉽게 무너졌다. 하지만 더이상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유는 외국인들이 개인들이 내놓은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북한의 연평도 포격 때도 그랬다.

지난달 24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다음날에도 개인들은 5718억 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고, 이들 대부분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챙겨갔다. 이후 주가는 꾸준히 오르면서, 2000선을 넘어섰다. 결과론적이지만, 외국인은 북한 리스크를 통해 철저히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채워간 셈이다.

이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인들이 주식을 내다팔고, 외국인이 사들이는 형국은 계속됐다. 대신 시간대별로 바뀌는 사격훈련 발표로 금융시장에서 돈의 흐름은 크게 출렁이고 있었다.

당초 예상했던 오전 사격훈련이 지연되자, 코스피지수는 2010선까지 올랐다. 그러자, 예정대로 오후에 연평도 포 사격이 치러진다는 소식이 나오자 다시 하락했다. 이후에도 연평도 사격 여부에 따라 주가지수는 아슬아슬하게 2010선을 버티고 있었다.

이후 오후 2시를 넘어 연평도 사격훈련이 곧 진행될 것이라는 외신과 국내 보도가 나오면서, 개인들은 다시 주식을 내다 팔았다. 그 사이 이미 북한이 미국과 핵사찰 합의 소식 등을 접한 외국인과 기관은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다.

결국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들은 2673억 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우량 주식을 싼값에 살 기회라고 판단해, 각각 1097억 원과 1133억 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금요일보다 6.02포인트 떨어진 2020.28로 마감했다.

연평도 긴장고조... 북한 외교전의 완벽한 승리?

 20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 모니터를 통해 연평도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시작했다는 긴급속보가 보도되자 지나가는 시민들이 걱정스런 마음으로 급하게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 모니터를 통해 연평도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시작했다는 긴급속보가 보도되자 지나가는 시민들이 걱정스런 마음으로 급하게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코스피 지수가 6포인트 하락으로 다소 선방했다면, 코스닥 시장은 크게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코스피 시장보다 중소형 주식과 정보통신 등이 모여 있는 코스닥의 경우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높다. 이날 코스닥은 500선이 무너진 497.95로 장이 끝났다. 적어도 코스닥 시장에서 '북풍 리스크'가 크게 작용한 셈이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평도 포격은 이미 지난달에 한 차례 크게 치러진 사안이고, 북한 리스크에 대한 어느 정도 내성이 증시에 있다"면서 "불안해 하는 개인들이 오늘도 주식을 내다 팔았지만, 외국인들은 이를 저가매수 기회로 사들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민간증권회사의 애널리스트는 "뒤늦게 연말 상승장세에 뛰어오른 개인들이 이번 연평도 훈련의 피해를 고스란히 가져갔을 것"이라며 "북한 리스크가 실제로 나타나는 방법은 북쪽 말대로 전쟁이 나는 것인데,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와함께 이날 연평도 사격 훈련을 둘러싼 남북간의 긴장 고조로 결국 북한만 국제 외교전에 큰 실리를 챙겼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훈련에 앞서 러시아가 긴급소집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한국정부의 포 사격에 우려를 표명하고, 국제사회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분쟁지역 인식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민간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미국의 전 국무장관이 키신저도 NLL이 국제법상 오류가 있는 지역이라고 할 정도였다"면서 "전세계 유수 언론들이 연평도를 둘러싼 긴장 상태를 보도하면서, 북한의 'NLL 분쟁지역화'라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평도 포 사격과 상관없이 북한이 유엔 핵사찰 요원을 받아들이겠다고 미국과 합의한 것도 중요한 진전"이라며 "그동안 해왔던 북한의 남한 무시전략과 함께 중국, 미국, 러시아 등을 통한 외교전은 진행되고 있으며, 결국 우리 정부만 자칫 안보 이데올로기에 빠진 채 고립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향후 국제 외교 지향상 과거 연평도 포격 이상의 북한 리스크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 말대로라면, 결국 MB표 북풍 리스크의 최대 수혜주는 북한인 셈이다. 물론 이 같은 남북 긴장 구도와 외교 흐름을 꿰뚫은 외국인들은 자신들의 주머니를 더 채우는 기회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연평도포격#금융시장#코스피#코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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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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