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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예산안공동대응모임' 소속 단체 회원과 대학생들이 2009년 12월 23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경기도 무상급식 예산 폐기 규탄, 학생-아동 무상급식 지원 확대 촉구 기자회견'에서 아이들 이름이 적힌 수십개의 식판을 놓고 무상급식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자료사진)
 '2010 예산안공동대응모임' 소속 단체 회원과 대학생들이 2009년 12월 23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경기도 무상급식 예산 폐기 규탄, 학생-아동 무상급식 지원 확대 촉구 기자회견'에서 아이들 이름이 적힌 수십개의 식판을 놓고 무상급식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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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부터 우리가 배운 국회의 핵심 권한은 바로 예산심의권이다. 그런데 국회 다수당인 한나라당은 스스로 예산심의 절차를 무시하고 헌법이 부여한 권한조차 포기했다. 국회 예산심의의 기본적인 법적 절차인 상임위원회, 예결위원회 심의도 거치지 않았다. 날치기 사건 결과는 참혹하다. 국민들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지예산, 교육예산 등 이른바 서민예산들이 무더기로 삭감됐다.

예산안 통과를 위해 몸싸움에 대거 동원된 한나라당 의원들조차도 통과된 예산안이 어땠는지 몰랐다는 사실을 보면서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왜 존재하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예산 날치기 과정과 예산 내용에 대한 국민들의 문제제기가 거세지자 한나라당 의원들 몇 명이 "앞으로는 몸싸움 동원을 거부하는데 의원직을 걸겠다"고 '항명 결의'를 밝히는 황당한 일까지 발생했다. 문제는 정작 현 정부와 한나라당은 별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반성이라고 해봐야 고작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에 대한 불교계의 분노에 즉각적으로 사과하면서 조속하게 복구하겠다고 발표를 하는 정도 뿐이다.

불교계 의식해 템플스테이 예산만 복구하겠다고?

대거 삭감된 서민예산의 면면을 보면 현 정부가 서민들을 위한 정책의지가 전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참여연대가 분석한 날치기 예산 결과 자료를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 지원사업 0원, 빈곤층 생계급여 예산 32억 원 삭감, 영유아예방접종 확대 예산 339억 원 삭감, A형간염 백신지원 예산 63억 원 삭감, 양육수당 2744억 원 삭감, 산모신생아 도우미 310억 원 삭감,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예산 200억 원 삭감, 간병서비스 제공사업 3억5000만 원 삭감, 차상위계층 장학금 2학기부터 폐지, 기초노령연금 611억 원 삭감, 장애인연금 313억 원 삭감, 저소득층 국민연금보험료 지원 185억 원 삭감 등등.

삭감시킨 예산 가운데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에게 약속한 사업들도 포함되어 있고 애초부터 하지 않으려 했거나 축소하려던 사업들도 있다. 그런데 삭감된 예산들 대부분은 오히려 늘려야 할 필요성이 높은 복지사업들이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대통령의 '어묵먹기' '목도리 둘러주기' 퍼포먼스 같은 것을 통해 친서민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보다는 실질적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것들을, 서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것들에 세심한 정성을 쏟고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것임에도 대통령 임기 4년차 예산에서 현정부와 한나라당은 국민들의 작은 기대조차도 일시에 허물어 버렸다.

삭감된 예산 가운데 가장 먼저 국민들의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결식아동 방학 중 지원예산이다. 정부는 지난 2009년에 540억 원, 올해 2010년도에는 28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작년 예산 심의 때도 전액 삭감을 시도했지만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어 절반 예산이 살아났었다. 그 때도 정부는 지방이양 사업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었다.

방학중 급식 지원받는 47만 명 아이들은 어쩌나

내년도 결식아동 지원예산 전액 삭감 소식을 접하고 가장 먼저 반발하고 있는 곳은 지역아동센터협의회이다. 아동복지현장에서 먼저 강하게 문제를 삼는 것은 이유가 있다. 그들이 예산 삭감의 피해 아동들을 바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10월 4일, 서울시 성북구 숭인초등학교 1학년~5학년 학생들이 '친환경 급식'을 먹고 있다. 성북구는 지난 10월 1일부터 성북구 공립초등학교 6학년에게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1학년~5학년에게는 친환경 식재료 차액을 보전하고 있다. (자료사진)
 2010년 10월 4일, 서울시 성북구 숭인초등학교 1학년~5학년 학생들이 '친환경 급식'을 먹고 있다. 성북구는 지난 10월 1일부터 성북구 공립초등학교 6학년에게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1학년~5학년에게는 친환경 식재료 차액을 보전하고 있다. (자료사진)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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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중 교육청을 통한 저소득층 급식지원 아동 수는 2009년 12월 기준으로 73만 명, 지자체를 통해 지원받고 있는 방학중 급식 47만 명이었다. 학기 중 급식은 학교급식을 통해 이뤄지지만 방학 중 급식지원은 여러 가지 형태로 이뤄진다.

예를 들면 일반음식점, 단체급식소, 도시락, 부식, 식품권 등이다. 자세히 보면 학기 중 급식지원대상 아동수와 방학 중 지원아동수간에 25만명이라는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대상자 선정방식 때문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이러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사업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학교급식지원사업은 급식비 납부가 어려운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 경감을 목적으로 하는 반면에, 방학중 결식아동 지원사업은 학기중 급식지원대상자 가운데 가정에서 식사를 차려줄 보호자가 없는 아동의 실제 결식 여부를 조사하여 지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의 설명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사정에 따라 그 지원 기준의 차이가 크게 발생하고 있으며 실제로 복지혜택의 사각지대가 폭넓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선 지자체 사회복지 공무원의 수적인 부족과 업무의 과다로 학교보다 촘촘하게 지원대상 선정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을 보건복지가족부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사각지대 발생문제와 함께 지원 금액 및 지원방식의 문제도 계속 제기 되고 있다.

따라서 결식아동 지원의 사각지대 발생 문제는 정부가 손 놓고 있기 보다는 예산을 배정하면서 문제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옳다고 본다. 예산 없는 해결방안 제시나 정책노력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국회에서 삭감 예산 다시 논의하라

이미 내년도 예산은 통과되었고 예산편성을 요구하는 것이 버스 지나간 뒤에 손을 흔드는 격일 수도 있다. 따라서 서민예산 삭감에 대한 해결방안은 없는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결식아동지원예산의 경우 정부와 국회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템플스테이 삭감예산처럼 즉시 다시 편성하겠다고 약속하고 추경예산 등에 반영하면 된다. 그런데 부끄러움을 모르는 현 정부와 한나라당에서 이러한 상식적인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래도 예산 삭감의 문제를 지적하고 예산 재편성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필요하다.

차선책으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중앙정부 예산의 전액 삭감에 따른 예산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결식아동 지원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단체들과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모색에 돌입해야 한다. 결식아동 지원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늘려도 모자랄 형편에 정부의 결식아동 예산 삭감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기만 하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원영씨는 서울친환경무상급식추진운동본부 집행위원장 입니다.



#결식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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