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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인데도 침수되고 있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비닐하우스 논을 조사한 강병기 경상남도 정무부지사는 "저도 농사를 지어 본 사람이지만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경상남도 낙동강사업특별위원회는 15일 오후 성산마을 논 침수 현장을 조사했다. 이날 조사에는 강 정무부지사와 박재현 인제대 교수, 박현건 경남과학기술대(전 진주산업대) 교수, 경남도청·의령군청 공무원 등이 참석했다. 현장에는 조현기 함안보피해대책위 집행위원장과 성산마을 주민들이 나왔으나 한국수자원공사와 금호건설 관계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박재현 교수는 침수된 성산마을 비닐하우스 논은 15만㎢ 정도라고 밝혔다. 논은 길이 1㎞, 폭 170m 정도다. 주민들은 지난해까지 이곳에서 겨울에 비닐하우스를 지어 수박 등을 생산해 왔다. 그런데 지난 10월 논에 물이 차면서 일부 농민들은 비닐하우스를 포기했으며, 나무의 뿌리가 썩는 현상이 벌어졌다.

 

 4대강정비사업 바로 옆에 있는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논이 침수되고 있다. 사진은 15일 오후 강병기 경남도 정무부지사가 현장에서 물이 찬 구덩이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4대강정비사업 바로 옆에 있는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논이 침수되고 있다. 사진은 15일 오후 강병기 경남도 정무부지사가 현장에서 물이 찬 구덩이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 경남도청

 

성산마을은 낙동강과 남강이 만나는 곳에 있다. 이곳은 낙동강사업 19공구에 해당하며, 한국수자원공사와 금호건설은 둔치를 높여 공원을 만들 계획이며, 현재 둔치를 높이는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제외지'를 '제내지'보다 높게 만들고 있는 것. 성산마을 비닐하우스 논은 농경지 리모델링 대상이 아니다.

 

도랑에 물이 차면서 금호건설을 배수구를 내고 있지만, 계속해서 물이 차고 있다. 주민들은 양수기를 동원해 도랑에 찬 물을 퍼내고 있다. 농민들은 "지난해까지 아무렇지 않게 비닐하우스를 잘 해왔는데 올해부터 갑자기 도랑에 물이 차고 있다. 겨울에 양수기를 동원해 물을 퍼냈다고 하면 미친 짓이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교수는 "상황이 심각하다. 주민들이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다. 조속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대로 두면 농민들이 겨울 농사를 망치게 된다"고 말했다.

 

침수 원인에 대해, 박 교수는 "시공 잘못이다. 논 바깥에 모래로 돋우고 있는데, 지하수위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라며 "산에서 내려온 물이 강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둔치가 모래로 높아지면서 지하수가 빠져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자원공사는 원인을 분석하겠다며 시간만 끌고 있는데,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 이곳은 가는 모래흙이기 때문에 물이 빠져나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덧붙였다.

 

 강병기 경남도 정무부지사가 15일 오후 침수 현상이 발생한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비닐하우스를 찾아 살펴보고 있다.
강병기 경남도 정무부지사가 15일 오후 침수 현상이 발생한 의령군 지정면 성산마을 비닐하우스를 찾아 살펴보고 있다. ⓒ 경남도청

조현기 집행위원장은 "오늘도 고랑에 물이 담긴 그대로였고, 배수를 한다고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주민들은 기가 찬다고 한다. 4대강사업으로 영향이 아니라고 한다면 밤새 누군가 몰래 와서 오줌을 싸고 가는 것이냐고 하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병기 정무부지사는 "현장을 보니 하우스 농사는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걱정이다. 농민들은 하루 아침에 느닷없이 비닐하우스를 덮어야 하고, 아예 포기하기도 했는데, 억장이 무너진다"며 "조금 지나 작물이 자라면서 뿌리를 내리게 되면 지하수도 썩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으로서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다. 관련 부서와 대책을 논의해 봐야 한다. 반드시 대책은 있어야 하고, 피해 보상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수자원공사와 금호건설은 성산마을 논의 침수가 4대강사업 때문이 아니라고 보고 있으며,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4대강사업#낙동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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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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