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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군의 포격으로 전기마저 끊긴 연평도는 25일 밤 칠흑같은 어둠에 묻혀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북한군의 포격으로 전기마저 끊긴 연평도는 25일 밤 칠흑같은 어둠에 묻혀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 남소연

북한이 23일 연평도를 포격해 무고한 우리 국민 4명을 희생시켰다. 23일 해병대 군인 2명이 전사한 데 이어 24일엔 해병대 관사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북한이 우리 영토를 정조준해 민간인까지 숨지게 하는 무력도발을 한 건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연일 북한의 무력도발을 비난하며 안타깝게 희생된 우리 국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북한 군부는 25일 "남조선이 또 군사적 도발을 하면 주저없이 2차, 3차로 물리적 보복타격을 가할 것"임을 선포했다. 무력 도발이 계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북한군은 23일 우리 군이 서해에서 벌인 훈련에 대해 "철두철미 사전 계획된 군사적 도발이며 사실상의 전쟁행위"라며 "결국 연평도는 우리에게 군사적 도발을 가해온 본거지가 됐고, 우리 군대의 자위적 조치에 따른 징벌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연평도 무력도발은 북한 책임이 아니라는 강변이다.

이와 함께 북한은 연평도 포격 후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열자고 제의했다. 한 손으론 '폭탄'을 들고 위협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대화'하자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폭탄 들고 대화하자는 북한, 무력시위로 대응하는 한미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는?
조지 워싱턴호는 1982년 소요가 제기돼 노드럽그럼만사가 건조, 1992년 7월 21일 진수한 핵추진 항공모함이다. 모항은 일본 군항인 요코스카항.

니미츠급 항공모함으로 전장 332.8m, 폭 76.8m, 최대 항속 30노트의 만재 배수량은 무려 9만7000톤에 이른다. 수용 가능한 전폭기 80대, 승선 선원 6250명에 이를 정도로 초대형급.

조지 워싱턴호는 1997년 걸프해역에 6개월여간 배치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UN무기사찰단 입국을 허용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무력시위를 벌였다. 또한 2001년 9.11테러 당시 미 동부 버지니아 연안에서 훈련 도중 뉴욕으로 급파되기도 했다.

조지 워싱턴호는 2009년 9월 유지보수를 위해 일본 요코스카항으로 입항했다가 올해 5월 유지보수를 마친 뒤 7월 21일 부산항에 입항했다.

<로이터통신>은 조지 워싱턴호가 연평도 포격사건이 벌어진 하루 뒤인 24일 도쿄 인근 해군기지를 출발해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런 '막가파식' 태도를 보이고 있는 북한의 무력도발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법으로 제어할 수단이 없는 상태라는 점이다. 북한의 도발로 남북 간 긴장이 계속 고조돼 한반도 전체가 전면전의 수렁에 빠질 수도 있는 위태로운 상황에 우리는 놓여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미 군사당국은 28일부터 내달 1일까지 나흘간 미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9만7000톤급)가 참가한 가운데 서해상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합훈련에는 순양함 카우펜스함(CG62, 9600톤급), 9750톤급 구축함 샤일로함(DDG67)을 비롯해 스테담호(DDG63), 피체랄드함(DDG62) 등이 참가한다. 한국군은 4500톤급 한국형 구축함(KDX-Ⅱ) 2척과 초계함, 호위함, 군수지원함, 대잠항공기(P3-C) 등이 참가할 계획이다.

사실상 군사작전지역이 돼버린 서해에서 진행될 이번 훈련에 대해 주한미군 측은 "방어적 성격으로 23일 발생한 북한의 해안포 도발 이전에 계획된 것"이라며 "이번 훈련은 연평도 포격과 무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은 양국군의 상호 운용성 향상과 한미동맹 결의를 과시하기 위해 실시되는 훈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의 연평도 포격 직후 군사적으로 아주 민감해진 서해에서 실시되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은 무력시위로 해석돼 그 자체로 한반도의 긴장감을 더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진보신당은 24일 논평을 발표해 '조지 워싱턴호 파견 한미 합동군사훈련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대한 단호한 규탄과 책임규명도 필요하지만 서해상에서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방지와 그 구조적 원인의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보신당은 "군사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한미 합동군사훈련 실시는 사태에 대한 울분성, 화풀이성 대응밖에 되지 않는다"며 "천안함 사태에 대한 강경대응이 중국을 북한에 더욱 기울어지게 하고, 그런 사태의 재연을 막지도 못했음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진보신당은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관련국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한미 합동군사훈련 계획을 한미 정부는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북한 역시 이번 사태전개를 빌미로 군사긴장을 더 이상 고조시키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명백히 알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보복의 악순환이 해법인가

 2009년 3월 10일 경기도 포천 영평 미8군 로드리게스 사격장에서 한미연합전시증원 연습인 '키 리졸브' 연습에 참가한 한-미 해병대가 시가전 훈련을 하고 있다.
2009년 3월 10일 경기도 포천 영평 미8군 로드리게스 사격장에서 한미연합전시증원 연습인 '키 리졸브' 연습에 참가한 한-미 해병대가 시가전 훈련을 하고 있다. ⓒ 권우성

미 국방부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5월 유지보수를 마친 조지 워싱턴호는 7월 21일 부산항에 들어온 뒤 당시 동해에서 7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열린 한미합동해상훈련 '불굴의 의지'에 참가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한미 양국이 대북 억지력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애초 서해에서 열려 했던 이 훈련은 중국의 반대로 동해로 옮겨 진행됐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얼마든지 대북 무력시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이 냉전시대처럼 군사적 충돌을 각오하고 무력시위를 하는 그런 시절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우려했다. 

그는 "긴장만 고조시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정부에) 묻고 싶다"며 "서해상 대규모 군사훈련은 결국 중국마저 긴장시켜 동북아 신냉전 대립구도를 격화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동북아 대결구도를 평화 체제로 바꿔야 할 때에 또다시 남북관계는 물론 동북아 긴장까지 높인다면 단기적으로는 좋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동북아 질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대북문제 전문가도 "28일부터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서해상에서 실시한다면 북한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즉각적인 '행동 대 행동'으로 나오지는 않겠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 양국은 서해상에서 대북 무력시위를 통해 힘을 과시하려고 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이 과시용 행동이 긴장 고조로 연결돼 또 다른 군사적 충돌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대북 선제공격에 나설까

한편 정부와 한나라당, 보수언론은 연일 호전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군사적 대응, 전면전 등을 설파하며,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나서라는 식으로 주문한다.

한나라당 김옥이 의원은 24일 국회 국방위에 참석해 "김태영 국방장관은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매번 강조했지만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고 있다"며 "공군기를 동원해 바로 북한의 해안포 진지를 초토화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방장관 출신인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도 "앞으로 연평도에서 포사격 훈련을 계속하고 북한이 그 핑계로 다시 도발할 경우, 장관과 합참의장직을 걸고 전투기와 야포, 각종 수단을 동원해 그 진지를 불바다로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야만 호국훈련의 뜻에도 맞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몇 배로 응징하라", "필요하다면 북한의 미사일 기지도 타격하라"고 외치고 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보복 개념의 대북 선제공격을 감행할 수 있을까. 북한 전문가들은 이를 실현가능성 없는 얘기로 진단한다. 남측의 선제공격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 대북 연구자는 "지금은 정치권이 흥분한 상태라 막말을 쏟아 붓지만 조만간 보수세력으로부터 남북대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올 것"이라며 "어쩌면 이명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이나 남북대화 카드를 들고 보수를 설득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지금은 '전쟁이냐 평화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 만일 이명박 정부가 북한을 맹비난하면서 이제 와서 선제공격을 한다면 국제사회로부터 '북한과 다를 게 없는 수준'으로 평가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 북한은 그동안 핵무기를 자위수단이라고 강조해왔는데 이명박 정부가 선제공격을 감행하는 순간 그것이 바로 북한의 자위력에 명분을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제사법재판소로 이 지역의 분쟁문제를 끌고 가자는 여론도 있지만 이 역시 1985년 국제해양법상 분쟁 지역에서 벌어진 분쟁으로 이해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는 현재 전쟁 중인 지역이고, 전쟁 와중에 전쟁행위를 한 것이기 때문에 결코 우리에게 유리한 해석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가 선제공격을 감행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치부했다.

연평도 포격 사건, 이명박 정권에 약일까 독일까

연평도 포격 직후 트위터에서는 이번 사건이 한국의 진보에게 불행을 안겨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이 첨예한 이슈였던 청와대 '대포폰'과 민간인 사찰,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점거 농성 등 산적한 문제를 블랙홀처럼 한 방에 집어삼킬 것이라는 우려였다. 정치적으로 불리해진 MB가 기사회생할 수 있는 카드를 북한이 쥐어준 셈이라는 한탄까지 이어졌다.

정말 이명박 정권에 유리하게만 작용할까? 전문가들의 분석은 달랐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이 이번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MB가 G20 때 치적으로 강조했던 '코리아 프리미엄'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며 "이번 사건으로 외국인들은 '코리아 리스크'를 여전한 현실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밝힌 서울G20정상회의 개최에 따른 직간접 경제효과 21조가 날아간 셈이라는 것.

'경제대통령', '코리아 프리미엄'을 강조했지만 '위기관리능력 부재', '안보 무능'으로 결국 G20 경제효과마저 갉아먹은 꼴이라는 게다.

문제는 한반도 위기는 늘 있었고 북한의 무력도발 또한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연례행사'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평화를 정착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대북전문가는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장기화한다면 우발적 충돌을 막을 평화장치에 대한 요구가 봇물을 이루게 될 것"이라며 "결국 연평도 포격 사건이 평화협정과 남북대화, 정상회담을 끌어내는 기제가 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서해 연평도 포격과 관련해서 23일 저녁 대응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방문해 현황보고를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서해 연평도 포격과 관련해서 23일 저녁 대응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방문해 현황보고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하고 연평도 포격한 북한의 노림수

북한은 연평도에 포격을 쏟아 붓기 전 자신들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다.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에게 영변지역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여준 것이다.

김연철 교수는 "더 이상 '전략적 인내'는 지속될 수 없다는 메시지"라며 "부시 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악의적 무시를 해왔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선의적 무시를 하고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은 사실상 오바마의 '핵 없는 세계'에 대한 도전장이며, 미국으로서도 이 상황을 그대로 둔다면 북한의 핵물질 생산능력을 더 강화해주는 게 되기 때문에 대화를 서두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는 게다.

김 교수는 또 "더 이상 북한을 향한 무시전략은 유용하지 않다는 것을 미국과 한국 정부에 몸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대북전문가는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와 연평도 포격 사건은 한미 양국을 동시에 흔들고 담판을 짓겠다는 북한의 의지로 읽힌다"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우라늄 농축시설이 공개된 마당에 UN안보리에 가서 대북 규탄성명이나 발표하면서 한가하게 관망할 처지는 못되게 됐다"고 분석했다.

우라늄 농축시설은 조기에 수습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능력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이며, 이란과 연계설 같은 추측이 난무하는 것처럼 실질적으로 비핵화 노선에 반대하는 테러세력과 손잡고 세계를 위험에 빠트리는 도박에 북한도 참여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면 가장 긴급한 것은 '대화'라고 다시 한 번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1~2개월 흥분상태가 지속된다고 해도 내년 봄쯤에는 북미대화나 남북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밖에 없다는 게다. 이 지역 그 누구도 '진짜 전쟁'을 원하는 것은 아니므로.


#연평도 포격#조지 워싱턴호#불굴의 의지#항공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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