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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곡중학교의 혁신학교 안내 홈페이지
장곡중학교의 혁신학교 안내 홈페이지 ⓒ 장곡중학교

혁신학교가 된 장곡중학교

지난 11월 10일 원종고등학교에서 <'배움의 공동체'를 향한 수업 혁신> 연수가 있었다. 원종고 전교조 분회가 주최한 이 연수에는 장곡중학교 교육혁신부에 계신 장은미 선생님께서 강사로 참여해 주셨다. 시흥에 있는 장곡중학교는 혁신학교로 지정된 후 올해 3월 1일 부터 현재까지 약 8개월간 혁신학교로 운영해 오고 있다.

처음에는 시골에 있는 작은 학교가 아닌, 도시에 있는 평범한 규모의 중학교에서 혁신학교가 가능하겠느냐는 우려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모든 이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곡중학교는 중점 과제를 수업으로 잡고, 수업 혁신을 통한 학교 혁신을 추구했다. 특히, 교사 중심의 전달 수업이 아닌 학생들의 자발적이고 협력적인 학습을 통해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기반으로 우선 공문 처리 문제를 개선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행정전담 인력을 고용하여 교무보조와 함께 대부분의 공문을 처리하게 하여 교사들의 잡무를 80% 이상 해결한 것이다. 사회 복지사를 채용하여 학생 상담, 복지 프로그램 연결 등의 문제를 해결하여 담임 교사들이 학생 지도 및 수업에 더욱 전념할 수 있게 한 것도 신선했다. 그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었지만, 수업을 어떻게 바꾸어 볼까 하는 문제에만 관심이 갔던 내게는 이 행정전담 인력과 사회 복지사, 두 가지 이야기가 먼저 귀에 들어왔다.

수업, 컨설팅, 수업연구회

수업혁신의 기반을 마련하고, 몇 번의 연수를 받은 후에는 교사들의 노력이 이어졌다. 수업현장을 촬영하고, 수업연구회라는 이름으로 매주 수업에 관련된 교사회의를 계속했던 것이다. 여기에는 배움의 공동체 한국지역 자문 박사인 손우정 교수의 컨설팅도 함께 했다.

장곡중학교는 책상 배치도 이우고등학교 처럼 ㄷ자 형으로 바꾸어 강의식 수업과 모둠형 토론이 모두 가능하도록 했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과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토론하고 서로 협력하는 교실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수업상황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니 학생들은 모르는 것을 서로 묻고 가르쳐 주며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런데, 여기서 꽤 흥미로운 내용이 있었다. 수업상황을 촬영하고, 그에 대해 교사들이 모여 회의를 하지만, 교사의 수업방식에 대해서는 전혀 평가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직 학생들이 그 수업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학생들의 자발적인 학습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만 심도 깊게 분석하고 토론을 진행했다. 교사들의 수업을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요즘인데, 참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강의식 수업밖에는 해 본 적이 없고, 토론식 수업이나 모둠 활동 등을 해 보고자 해도 서툴러서 항상 실패만 해 왔던 내게는 참 부러운 과정이었다.

이렇게 수업을 진행한 결과 아직 1년도 흐르지 않았지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선생님의 대답 중에 내 가슴에 콕 박힌 내용은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아이가 학년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줄었다는 것이었다. 모르는 내용을 그때그때 물어볼 수 있고, 나도 수업에 참여할 여지가 생기니 나타나는 변화인 것 같았다.

물론 현재의 혁신학교는 교사들의 무한 희생을 요구하는 학교 체제이다. 장곡중학교 교사들에게 한 설문 조사 내용 중 "혁신 학교란 내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어떤 교사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만성피로"라고. 그리고 이 혁신학교 프로그램도 현재의 1, 2학년에게만 적용하고 있을 뿐 3학년에게는 적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상급학교 입시라고 하는 암초는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혁신학교 연구 모임의 방향을 설정하다

장곡중학교의 사례 발표를 듣고 돌아온 후 혁신학교 모임을 했다. 이번 주제는 "대안학교 등 다양한 교육의 모습"이었다. 이번에는 독일, 미국, 일본 등 외국의 사례를 담은 4권의 책과 국내 대안학교의 모습을 담은 4권의 책을 각자 나누어 읽고 토론을 해 보았다. 이번 모임부터는 인원이 두 명 더 늘었다. 대단할 것도 없는 모임이지만, 함께 해 보고 싶다며 두 분의 선생님이 더 참여하셨다.

그런데, 이번 모임에서는 뭔가 잡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번 모임의 주제였던 <핀란드 교육>에서부터 여러 나라의 학교 개혁, 홈스쿨링, 대안학교까지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이 있었고, 우리도 혁신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철학이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육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올바른 철학을 먼저 정립해야 올바른 교육이 가능하다는 데에 모두가 동의했다. 우수 학생만 키워내자는 교육철학과 모두를 배려하자는 교육철학은 분명 다른 모습의 교육환경을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학교 연구 모임에 들어온 우리들은 소외되고 뒤쳐지는 아이들이 없는 교육, 일등도 꼴찌도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협력하는 교육을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우리가 만들어내는 혁신학교 아이디어는 학생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협력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는 개별화 교육이었다. 소규모의 학교여야만 학생별 맞춤 교육이 가능하고, 한 반에 스무 명 정도만 있어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여러 책을 보니 소규모 학교, 소규모 학급에도 문제가 있었다. 그룹을 짓지 못하고 소외되는 학생들도 생겼고, 작은 규모의 단체 안에서 상처를 더 많이 받는 일이 생겼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에 희망의 빛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처럼 30명 정도의 학급 규모(사실 현재 경기도 부천에 있는 고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35~40명 수준이다)라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30명 정도의 학생으로 구성된 반에 학급 내 학급을 만들어 개개인에 필요한 맞춤형 교육도 하고, 현재처럼 학교라는 대규모 공동체의 일원으로 활동도 하게 한다면, 학교 개혁을 외치는 이들이 주장하는 바를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는 수업에 뒤처진 아이를 배려해 주는 것을 우수한 아이들이 더 발전할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부모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남을 배려하고 함께 발전해 가는 모습을 배운 적이 없는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기에 우리나라에 여러 가지 부정과 모순이 나타난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에필로그 - 혁신학교는 성공할 수 있을까?

혁신학교 모델로 바꾸고 나서 장곡중학교 학생들의 성적이 어떻게 되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사실 모두에게 궁금한 문제기도 했다. 혁신학교가 성공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기도 했다. 장은미 선생님은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성적이 향상되었다고 말씀하셨다. 예전 같았으면 시험지를 받고는 그냥 찍고 잠을 자던 학생들도 열심히 문제를 풀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한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 학부모의 반발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자기가 제대로 이해해야 남도 가르칠 수 있는 것이기에, 우수한 학생들이 아직 이해하지 못한 학생들을 가르쳐 주는 시간은 결코 낭비가 아니라고. 자기가 이해한 것을 머릿속으로 완벽히 정리하는 시간이라고.

장곡중학교의 혁신학교 진행 상황과 여러 책에서 주장한 내용을 종합한 결과 우리 모임의 방향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것 같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현실에 적용 가능한 쓸 만한 교육과정을 만들어 내느냐가 남은 것 같다. 다음번 모임에서는 각자 교육 과정에 대해 고민해 보고 의견을 모아 보기로 했다.


#혁신학교#장곡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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