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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말로 아이폰이 한국에 들어온 지 만 1년이 됩니다. 아이폰이 상징하는 스마트폰, 모바일 열풍은 사용자들뿐 아니라 한국 사회 곳곳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과연 스마트폰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다양한 사용자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기획 <아이폰 1년, OO을 바꾸다>을 마련했습니다. 두 번째 시선은 아이폰 출시 후 생활이 달라진 기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기획에는 시민기자 여러분도 자유롭게 동참하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애플 '아이폰 3Gs'의 모습.
 애플 '아이폰 3Gs'의 모습.
ⓒ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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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1월

"이것도 기사라고 쓴 건가요?" "요새는 누구나 기자를 할 수 있나 보네요."

내가 쓴 기사에 이런 '악플(악성 댓글)'이 달리면, '한심한 악플러'를 탓하며 댓글을 외면했다. 기사에 악플조차 달리지 않으면 "인터넷에선 선정적인 기사만 팔리는구나" 하고 또다시 화살을 누리꾼에게 돌렸다. 독자를 무서워하지 않았고, 조회수와 포털사이트만 좇았다.

세상은 '고객이 왕'인 시대가 됐지만, 내겐 내 기사를 클릭해 조회수를 높여주는 누리꾼들만 있었다. 댓글란이라는 고객상담실에 많은 의견이 전해졌지만, 귀담아듣지 않았다. 인터넷 신문이라는 '뉴 미디어' 기자였지만, 20세기 '올드 미디어' 기자처럼 행동했다.

# 2010년 11월

"기사를 최대한 쉽게 풀어 썼습니다. 보시고 의견 주세요."

최근 내가 쓴 기사의 첫 번째 댓글은 보통 내 몫이다. 독자에게 소통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터넷을 이용해 인맥 등 사회적 관계망을 만들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도 내 기사를 적극 홍보한다. 수시로 아이폰을 이용해 독자의 목소리를 확인하고, 그에 응답한다.

독자를 대하는 태도가 1년 전과 180도 달라졌다. 스마트폰(컴퓨터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을 들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는 그들이 기존의 뉴스 생산·유통·소비 방식에 큰 변화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나는 더 이상 그 흐름을 외면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정확히 1년 전, 아이폰의 출시에서 시작됐다.

종이 신문 대신 아이폰으로 여는 기자의 아침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오마이뉴스> 트위터 특집면.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오마이뉴스> 트위터 특집면.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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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대중화를 이끈 아이폰은 출시 1년 만에 대한민국의 많은 것을 바꿨다. 앱스토어(아이폰에 응용프로그램을 내려 받을 수 있는 장터)의 다양한 항목이 보여주듯 비즈니스, 소셜 네트워킹, 라이프 스타일 등에서 적잖은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뉴스의 생산·유통·소비 부문에서 변화의 흐름은 더욱 거셌다. 이는 곧 기자의 일상도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지난 6·2 지방선거 때는 각 후보들이 트위터를 통해 선거운동을 했고, 기자들도 트위터를 살펴야 했다.

뉴스 생산자이기에 앞서 뉴스 소비자로서 기자가 맞는 아침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 제일 먼저 아이폰을 집어든다. 갖가지 신문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그날 뉴스를 살펴본다. <경향신문><조선일보><매일경제> 등 많은 신문의 경우, 아이폰을 통해 그날 조간신문의 지면을 그대로 볼 수 있다. <프레시안>과 같은 인터넷신문, <시사IN>과 시사주간지 역시 아이폰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무엇보다 트위터를 통해 더 빠른 소식을 전달받을 수 있다. 트위터는 140자의 단문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특징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리트윗(RT, 퍼나르기나 재전송 등을 의미) 기능을 통해 정보가 빠르게 퍼져나가는 게 특징이다.

지난 6월 30일 저녁 <오마이뉴스>, 김광수경제연구소, <미디어오늘> 등이 주최한 주택문제 트위터 토론회를 살펴보자. 이날 저녁 열린 트위터 토론회는 이튿날까지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신문에는 7월 2일에야 관련 내용이 실렸다. 기사를 쓴 기자는 내게 "토론회가 끝나고 이틀 뒤에 기사화할 수 있는 신문의 한계를 느꼈다"고 토로했다. (관련 기사 : "빚 내서 아파트 사는 건 사회적 자살행위")

또한 지난 2월 9일 경기도 시흥시를 중심으로 수도권 일대에 진도 3.0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지진 발생 직후 트위터에는 지진이 발생했다는 트위터 사용자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연합뉴스>가 1보로 지진 발생 사실을 알린 것은 10여 분 뒤였다. 언론의 속보는 더 이상 속보가 아니었다.

노트북 없이도 기사 쓴다, 아이폰 없으면? "글쎄..."

 9월 21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침수된 모습을 아이폰으로 찍어 트위터와 <오마이뉴스> '엄지뉴스'에 보냈다. 사진은 아주 빠른 속도로 퍼졌고, 몇 시간 뒤 일부 매체는 이 사진을 도용해 기사를 썼다.
 9월 21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침수된 모습을 아이폰으로 찍어 트위터와 <오마이뉴스> '엄지뉴스'에 보냈다. 사진은 아주 빠른 속도로 퍼졌고, 몇 시간 뒤 일부 매체는 이 사진을 도용해 기사를 썼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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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누리꾼들이 굳이 언론사 사이트를 직접 찾아가 기사를 클릭하지 않는다. 기자로서는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뉴스 소비가 아이폰 등 스마트폰 환경에 따라 바뀌고 있는 만큼, 나 역시 아이폰을 적극 활용해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쪽을 택했다.

아이폰은 취재와 기사 작성을 간소하게 만들었다. 이동 중에 메일을 확인하고, 교통편과 목적지의 지도를 찾을 수 있다. 두꺼운 명함집과 녹음기는 아이폰으로 대체된 지 오래다. 당장 노트북을 켜지 않아도 뉴스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9월 21일의 일이다. 당시 수도권에 폭우가 내려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침수됐다. 이 모습을 아이폰으로 찍어 트위터와 <오마이뉴스> '엄지뉴스(휴대전화를 통해 문자, 사진, 영상 등의 기사를 등록할 수 있는 서비스)'에 보냈다. 사진은 아주 빠른 속도로 퍼졌고, 몇 시간 뒤 일부 매체는 이 사진을 도용해 기사를 썼다. 아이폰의 '완승'이었다.

아이폰을 통해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하게 되면서, 취재에 더 큰 변화가 생겼다. 트위터를 통해 독자의 반응을 얻고, 취재원과 대화하고,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됐다. 지난 8월 3일 국토해양부가 4대강 사업에 대한 안희정 충남지사의 입장을 왜곡했지만 금세 들통 난 사건의 핵심에는 바로 트위터가 있었다. (관련기사 : "안희정 4대강 찬성? 희망사항을 기사로 썼다")

당시 국토부는 충청남도의 공문 내용을 입맛에 맞게 해석해 "충청남도가 4대강 살리기 사업 정상추진 의사를 밝혔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대다수 언론들은 "안희정 지사가 4대강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이 오보라는 사실은 금방 밝혀졌다. 안희정 지사가 이날 저녁 자신의 트위터에 "4대강 사업에 대한 제 입장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나는 안희정 지사의 트위터를 인용해 오보를 피했다. 당시 한 트위터 사용자는 "트위터만 해도 도지사의 진의를 알 수 있는데, 일부 언론은 거짓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트위터를 통해 순식간에 당사자의 속내를 살필 수도 있다. 지난달 28~29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문용식 나우콤 대표가 트위터에서 '기업형 슈퍼마켓(SSM) 설전'을 벌일 때, 나는 정 부회장에게 트위터로 "직접 만나 토론을 해보라"는 의견을 보냈다. 이에 정 부회장은 즉각 "만나면 제 손해"라며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관련 기사 : "구멍가게 울리는 짓... 그게 대기업 할 일이니?")

"열심히 쓴 제 기사 좀 봐주실래요?"

아이폰은 무엇보다 독자와 소통하는 과정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협업'이라 말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난 4일에 쓴 기사("이게 대기업 할 짓? 홈플러스 막으려고 불침번")를 보자. SSM의 무분별한 입점으로 피해를 본 중소상인을 만난 이야기를 실었다. 취재 전 트위터 사용자들에게 취재 방향 등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여기에 대한 답변을 취재 과정에서 활용했다.

기사를 쓴 후에는 아이폰을 이용해 댓글란과 트위터에서 기사를 적극 홍보하고 독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곳곳에서 나와 독자 간의 논쟁이 벌어졌다. 실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이들까지 논쟁에 참여했다. 논쟁의 수준은 기업형 슈퍼마켓의 모든 것을 망라한 수준이었다. 몇몇 의견에는 수십 건의 댓댓글이 달렸고, 기사 조회수만 20만여 건에 이르렀다.

나는 지난 1년 아이폰이 저널리즘에 끼치는 영향력과 그 가능성을 체험했다. 아직 전통적인 매체가 강세를 보이지만, 앞으로 변화의 흐름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영향력이 큰 매체에 기대 독자를 기다리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콘텐츠에 자신 있는 기자라면, '기사 세일즈맨'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오늘도 아이폰을 이용해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열심히 쓴 기사예요. 제 기사 좀 봐주실래요?"


#아이폰 출시 1년#저널리즘#스마트폰#아이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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