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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서울대 교수.
조국 서울대 교수. ⓒ 권우성

"교수님을 보면 질투가 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직업 좋지, 글 잘 쓰지, 키 크지, 잘생겼지, 게다가 진보적이기까지 하잖아요."

사실 책 서두에 나오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의 이러한 립 서비스는 과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에 대한 이미지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다.

모범생 조국 교수가 풀어놓은 현실 대안

 <진보집권플랜>
<진보집권플랜> ⓒ 오마이북
직업 좋지, 글 잘 쓰지, 키 크지, 잘생겼지, 게다가 진보적이기까지 한 '엄친아' 조국 교수와 '진하게' 만날 수 있는 책이 나왔으니 바로 <진보집권플랜>(오마이북 펴냄)이다. 조국 교수와 오연호 기자가 7개월간 '진하게' 만난 흔적이 담겨 있는 이 책은 <진보집권플랜>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중요한 사회적 문제들을 중심으로 조국 교수의 의견과 대안을 듣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인터뷰 형식의 책이 한물갔다는 얘기를 듣는 시기에 <진보집권플랜>의 판매가 좋은 것을 보면 분명 많은 사람들이 조국 교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 책의 장점은 300페이지가 약간 넘는 분량으로 조국 교수가 품고 있는 현실 진단과 대안을 압축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개혁 정권에 대한 성찰부터 사회·경제 민주화, 교육, 남북문제, 검찰 개혁 등의 주제에 대한 조국 교수의 진지하면서 솔직한 견해를 담은 이 책은, '역설적이게도' 책의 후반부에 다음과 같은 소제목으로 조국 교수가 여러 정치인들을 품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키아벨리적 재능을 지닌 유시민'
'정동영의 반성, 진정성이 열쇠다'
'이정희의 가능성과 민노당의 딜레마'
'원희룡·나경원의 닮은꼴과 차이점'

필자가 역설적이라고 한 이유는, 사실 이 책을 읽는 독자가 똑같은 방식으로 조국 교수를 품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보집권플랜>을 꼼꼼하게 읽은 필자도 약간은 심술궂게(?) 조국 교수를 다음과 같이 품평해 보고 싶었다.

'모범생 조국'

학자와 정치인 사이, 동의는 있지만 감동은...

그가 각 분야에서 쏟아내는 진단과 대안들은 밀리미터 단위로 잰 균형감각과 여러 가지 입장을 가진 세력들을 두루 배려한 세심한 고민의 산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오연호 기자의 질문에 맞춰 기다렸다는 듯이 나오는 대답 하나하나는 최적의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한 '모범생'의 흔적이 가득하다. 가령 다음과 같은 대답이 그러하다.

"장기적으로 한국 정치지형이 보수, 중도, 진보의 삼자정립이 되어야 하는지, 보수, 진보의 이자정립이 되어야 하는지는 논란이 있습니다. 저는 너무 먼 미래보다는 지금 당장의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민주당의 역할과 지분을 인정합니다. 이와 동시에 '과잉우경화'된 한국 정치지형 속에서 신자유주의를 분명히 반대하는 정치 세력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장기적으로 '빅 텐트' 안에 다 들어가는 선택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지금 진보정치 세력에게는 힘을 키우고 다질 시간과 공간이 더 필요해요. 현재의 정치조건에서 바로 '빅 텐트'를 치면 진보정치 세력은 기존의 정치문화에 동화되어버리거나 구색만 맞추는 미미한 존재로 전락할 수가 있거든요.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민주당의 노선, 행태, 리더십이 변해야 해요."

'모범생'은 많은 사람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그의 주장에 동의 내지는 이해를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모범생'에게는 느낄 수 없는 중요한 감정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감동'이다. 사실 '감동'은 동의를 넘어서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지위와 역할을 가지고 있다. 모범생 조국 교수 자신도 이런 부분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듯, 아직까지는 자신을 '학자'로 규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정치인이 되고자 한다면, 그 이전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대중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강력한 권력의지를 가지고 안팎으로 부딪치고 싸우면서 권력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중략)...아직 나는 이러한 모습의 나를 상상하지 않고 있다. 학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면서 스스로에게 부과한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치를 하기 위한 심신의 '결기'와 '근육'이 취약함을 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아직 나는 이러한 모습의 나를 상상하지 않고 있다'는 조국 교수의 말 중에 '아직'이라는 단어가 들어온다. 언젠가는 정치인 조국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자신이 취약하다는 '결기'와 '근육'을 갖추었을 때 대중들에게 어떠한 '감동'을 줄지 기대가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YES24에도 실렸습니다.



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조국.오연호 지음, 오마이북(2010)


#진보집권플랜#조국#오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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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등 여러 권의 책을 쓴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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