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석 차관을 장관이 직접 추천을 하신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에서 동의를 요청해 온 것인지 궁금하다.""물론 제가 요청했다."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7일 오후 취임 이후 처음 한 내·외신 정례브리핑에서, 민동석 외교부 2차관 내정에 대한 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차관 인사에 대해 이런 이례적인 질문이 나온 것은, 김 장관이 그 이전에 차관 등 고위직 인사와 관련해 밝힌 기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외부인사를 차관으로 영입한 뒤 내부 인사에게 기회를 줄 것이며, 자신과 같은 경기고 출신자는 중용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역차별이라는 말이 나오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까지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민 차관 내정자는 외무고시에 합격해 주휴스턴 총영사 등을 지낸 외교부 내부인사이고, 또 경기고 출신자이기도 하다. 김 장관의 두 가지 공언이 무색해진 것이다.
이 때문인지 김 장관은 정례브리핑에서 민 차관 내정자 인선배경에 대해 "외부에서 모시고 오려는 노력을 했는데, 본인 개인 사정들도 있고 여러 가지 사정이 겹쳐 여의치 않았다"면서 "동문관계라는 것 때문에 솔직히 말씀드려서 미리부터 후보에 넣어놓고 하지는 않았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이어 "외부인사 영입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외교부 조직이 빨리 안정돼야 하고 또 업무가 많기 때문에 차관이 빨리 임명이 되는 게 좋겠다는 뜻에서 제가 결국은 민 차관을 추천했고, 청와대에서 받아들여주셨다"고 답했다. 이어 "민 차관은 외교안보연구원에서 2년간 역량평가단장을 했고, 그 전 3년은 농수산부에 나가서 일을 했기 때문에, 외부적인 시각이 있는 내부인사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김 장관이 이렇게까지 설명했지만, 이번 인사가 청와대 의중이라는 것은, 사실상 민 차관 내정자와 청와대가 이미 밝힌 상황이다.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은 지난 26일, 민 차관 발탁 배경에 대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개인적인 불이익이 있을 수 있는데도 자기 소신을 지킨 사람에 대한 배려의 측면이 있다"고 했고, 민 내정자도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를 위해 몸을 던져 일하고 피해를 받은 사람은 명예를 회복시키고 챙긴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기 때문.
2008년 전국적인 광우병 촛불시위의 발단이 된 대미 쇠고기 수입협상의 장본인인 민 차관내정자는 이후에도 촛불시위를 내란과 폭동에 비유해 비난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차관내정을 놓고 '보은인사', '쇠고기 협상 정당화'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채파동 이후 개혁과 쇄신을 강조해온 외교부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