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경, 드디어 낙동강 제1비경이라 불리는 경천대에도 이명박 정부의 파괴적인 4대강 삽질이 시작됐습니다. 굴착기와 몇 대의 덤프트럭들이 경천대의 은빛 모래를 퍼내기 위한 길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반짝이던 은빛 모래사장엔 폭탄이 터진 듯 굴착기 삽질의 흔적이 보였습니다.
하늘이 수만 년의 시간동안 빚어 온 아름답던 강들을 하루아침에 굴착기 삽질로 망가트려온 이명박 정부가 마침내 낙동강 제1비경이요, 국민 관광지인 경천대에까지 굴착기를 투입한 것입니다. 그동안 다른 곳들은 속도전으로 무자비하게 파괴해 오면서도 이곳은 많은 관광객들이 매일 찾는 곳이라 국민의 시선을 의식해 삽질을 미뤄왔습니다.
낙동강의 굽이도는 물길이 반달처럼 반달형 곡선으로 멋지게 빚어낸 경천대. 부드럽게 흐르는 낙동강 물길과 은빛 모래와 하늘빛이 바람결에 춤을 추는 녹색의 벼와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그리던 곳입니다.
여름엔 녹색, 가을엔 황금빛 물결이 낙동강을 멋들어지게 수놓던 바로 이곳. 그러나 '강 살리기'라는 미명 하에 진행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덕에 예전의 아름답던 경천대는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요즘 가을 들녘은 익어가는 벼 이삭으로 황금빛을 이루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지금쯤 경천대는 황금빛으로 출렁이며 1년 중 최고의 풍경을 자랑할 때입니다. 그러나 경천대 주변 논들은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지만, 경천대엔 그저 잡초만이 자랄 뿐입니다.
4대강 사업으로 농사를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경천대 삽질은 이제 막 시작되었지만, 경천대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진작 파괴되었던 것입니다. 이제 한 폭의 그림 같던 경천대의 아름다움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이 모습이 바로 낙동강 제1비경 경천대의 앞날경천대 좌측 강변엔 굴착기가 맑은 낙동강 물을 휘저으며 모래를 퍼내고 있었습니다. 저 굴착기들이 조만간 경천대의 은빛 모래를 한 톨 남기지 않고 다 퍼낼 것입니다. 경천대는 모래사장만 준설하는 것이 아니라 제방 경계선 뒤쪽 50m부터 준설해 물로 채우는 공사를 합니다. 은빛 모래와 바람 따라 출렁이던 녹색·황금색 들판이 사라지고 한강처럼 썩은 물만 흐르는 경천대가 과연 아름다울까요?
앞으로 경천대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경천대 바로 아래쪽 강변을 파먹던 굴착기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수만 년 빚어 온 경천대의 절경을 단 며칠 만에 파괴할 것입니다. 경천대 바로 아래 은빛모래섬을 파먹는 공사 현장을 보면 경천대의 앞날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물길따라 흐르는 은빛 강변에 줄줄이 늘어선 굴착기들이 낙동강의 모래들을 집어 삼키고, 쉴 새 없이 오고가는 대형 덤프트럭들이 모래를 실어 나르기에 바쁩니다. 이명박 정부는 흡입식 준설기계로 준설하기 때문에 수질오염이 전혀 없다고 장담했는데, 흡입식 준설기계는 단 한대도 보이지 않고 굴착기들만 보입니다.
흡입식 준설기계와 오탁방지막으로 흙탕물을 말끔히 처리한다던 이명박 정부의 주장은 국민을 속이는 광고에서만 존재할 뿐, 낙동강은 굴착기의 굉음과 온통 흙탕물 천지입니다.
강물 속에 머리를 처박고 모래를 퍼내는 굴착기들은 마치 물 속 로봇물고기 같습니다.
경천대 파괴, 4대강사업이 운하임을 '증명'이명박 정부가 왜 낙동강 제 1비경인 경천대를 파괴하는 것일까요?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강 살리기'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경천대는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물이 아주 맑고 생태계가 잘 보호된 지역입니다. 경천대에서 물속을 내려다보면 여유롭게 노니는 누치와 여러 물고기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에 물이 부족하지도 않습니다. 경천대 주변에 모래로 인해 홍수가 나는 것도 아닙니다.
낙동강 제일의 비경과 잘 보전된 생태계와 맑은 물. 경천대에 더 이상 어떤 살리기가 필요한 것일까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홍보 동영상으로 낙동강을 살려야 한다고 보여준 곳이 바로 이곳 경천대였습니다. 경천대 전망대에 죽은 향나무 가지를 과장하여 낙동강이 죽은 것처럼 국민을 기만한 것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그 어디에도 타당성이 없으니 이렇게 거짓말을 할 수밖에요. 이명박 대통령에게 낙동강 제1비경을 파괴하는 납득할 만한 근거와 명분을 듣고 싶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낙동강 제1비경 경천대를 파괴하는 기준은 딱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운하입니다. 앞으로 배가 다니는 운하용 뱃길을 미리 만들기 위한 것 외에는 경천대를 파괴하며 모래를 준설할 그 어떤 이유나 근거도 없는 것입니다.
경천대 근처에 세워져 있는 공사 조감도입니다. 강물 속에 붉은 모래를 다 퍼내고 물로만 채우는 공사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초등학생이 보아도 4대강 사업은 운하용 뱃길 공사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어떤 설명도 낙동강 제1비경 경천대의 아름다움을 파괴하는 것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이 운하가 아니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지금 사라지는 낙동강 제1비경 경천대가 4대강 사업이 운하용 뱃길 공사임을 만천하에 증명하고 있으니 어찌 납득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이명박 대통령의 주장처럼 4대강 사업이 운하가 아니고 진짜 강 살리기라면, 더 이상의 강 살리기가 필요 없는 낙동강 제1비경 경천대에서 삽질을 멈추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이 운하가 아니라는 것을 믿어드리겠습니다.
충청도민의 표를 얻기 위해 세종시 이전에 대해 거짓말을 했던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목적 달성을 위해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대통령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 역시 세종시와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게 되겠지요. 국민들이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했기 때문에, 대운하를 완성하기 위해 '4대강 살리기'라는 거짓된 이름으로 국민을 속였다며 사죄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경천대만은 꼭 지켜야 합니다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나는 지역 홍보용 관광 안내지를 펼치면 어김없이 경천대가 등장합니다. 경천대는 경상북도에서 유명한 관광 자원 중에 하나입니다. 상주시의 관광 홍보지 역시 경천대가 가장 먼저 등장합니다. 경천대는 경북 상주시의 제일의 자랑거리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상주시 제일의 관광자원이요, 경상북도의 최고의 자원 중 하나인 경천대가 이명박 정부의 탐욕의 삽질 아래 파괴되어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입니다.
경천대는 대한민국의 보물입니다. 그 아름다움과 비경만으로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원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대한민국의 보물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히 국토 훼손입니다. 지난 제5공화국 청문회처럼, 이 정권이 끝나면 분명히 국토를 파괴하고 불법공사를 저지른 이명박 정부의 만행에 대해 청문회를 통해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경천대를 이대로 이명박 정부 탐욕의 삽질 아래 잃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선조들이 우리에게 물려주었듯이, 우리 또한 잘 보존하여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경천대의 절벽은 강원도 영월 동강과 서강의 웅장하고 기기묘묘한 기암절벽에 비교하면 아주 보잘 것 없는 작은 언덕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경천대가 그토록 아름다운 까닭은 절벽과 어울린 은빛 모래 때문입니다. 은빛 모래 사라지고 여의도 앞 한강처럼 썩은 물로만 가득 채워진 경천대는 더 이상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경천대의 작은 모래밭은 굴착기가 파괴하기 시작하면 단 며칠이면 마무리됩니다. 다행히 굴착기가 파헤친 경천대 모래밭에서 문화재로 보이는 돌이 나와 지난 21일 잠시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그러나 저들은 온갖 핑계를 대고 다시 공사를 강행할 것입니다. 이미 경천대 좌우편엔 공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곳을 공사하지 않으면 이명박표 운하가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4대강 살리기라는 미명 하게 변종 운하에 목숨 건 이 대통령에겐 낙동강 제일비경은 아무 의미가 없나봅니다.
경천대에 굴착기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4대강 광란의 삽질 앞에 낙동강에 남은 마지막 비경마저 파괴된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움에 눈물만 흘렀습니다. 무너지는 경천대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이제 다시는 못 볼 경천대를 마지막으로 한 번 내 눈에 담아 두기 위해 21일 이른 새벽 서울서 출발했습니다.
황금 들녘 물결치는 가을 여행 삼아 낙동강 경천대를 한번 찾아가보면 어떨까요?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이명박 정부의 광란의 삽질을 꼭 지켜봐 주십시오. '살리기'가 아니라 '죽이기'임을, '복원'이 아니라 '파괴'임을 확인해 주십시오. 그리고 우리의 보물인 경천대가 잘 보존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4대강 죽이기를 멈추고 싶으신가요? 4대강사업의 실체를 낱낱이 밝힌 <강은 살아있다>(황소걸음)을 꼭 읽으십시요. 그리고 주변에도 권해 주십시오. 막연한 반대는 힘이 없습니다. 4대강 재앙의 진실을 알면 4대강 죽이기를 막을 힘과 지혜가 생깁니다. 그리고 경천대 꼭 한번 다녀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