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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번뇌와 스트레스를 이야기합니다. 숫자놀음을 하듯이 이렇게 저렇게 숫자를 맞춰 108 번뇌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번뇌가 무어냐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듯 구체적으로 설명 좀 해 달라고 하면 장황하게 설명은 하지만 정작 실체가 보이지 않는 두루뭉술하게 설명뿐입니다. 그때그때 다르고 너무 모호하기만 하니 번뇌의 실체는 언제나 가물가물하기만 합니다.

원인이 뚜렷하면 원인을 제거하면 되고, 증상이 뚜렷하다면 증상을 치유하면 되겠지만 구름 속에서 뭉글대는 빗줄기처럼 있기는 하되 쉽게 드러나지도, 확인되지도 않는 것이 스트레스나 번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막연하기만 했던 번뇌를 식별하게 하는 '번뇌레슨'

살아온 세월 전체를 되돌리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 '10년만 젊었으면' 하고 살아온 세월의 일부를 되돌리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필자 역시 아주 가끔은 컴퓨터처럼 리셋버튼을 누름으로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인생을 꿈꾸기도 하지만 이 또한 부질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압니다. 

병명을 알지 못하는 통증처럼 있기는 있으되 그 실체를 구분할 수 없었던 번뇌의 실체를 제대도 들여다보고, 또렷하게 파악해 나갈 수 있도록 공부시켜주는 책이 신간으로 나왔습니다.

 <번뇌리셋>|코이케 류노스케(글?림) |이혜연(옮긴이) |304쪽 |불광출판사 2010-10-18|정가:13,800
<번뇌리셋>|코이케 류노스케(글?림) |이혜연(옮긴이) |304쪽 |불광출판사 2010-10-18|정가:13,800 ⓒ 임윤수
동경대 출신의 신세대 스님,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의 글과 그림을 '한국꽃예술협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번역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이혜연이 옮겨 불광출판사에서 펴낸 <번뇌리셋>(코이케 류노스케 저, 불광출판사 펴냄)이 바로 그 책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정설은 번뇌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을 겁니다. 책에서는 먼저 준비운동을 하듯이 번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지식을 가르칩니다.

번뇌의 어원과 번뇌의 근간, 근본번뇌 삼독과 이 삼독 간의 회전과 반발 그리고 인력에너지 등에 대해 정의합니다. 번뇌레슨을 통해 번뇌가 무엇인가를 알려줍니다.

막연하기만 했던 번뇌, 가물가물하기만 했던 번뇌의 실체를 일상생활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생활 속의 이야기들로 설명하고 있으니 만화를 보듯이 그냥 읽기만 하면 어느새 번뇌의 실체를 알게 됩니다.   

4컷짜리 만화에 내레이션 대본처럼 덧댄 42 꼭지의 글들을 읽다보면 무엇이 진에(瞋恚)에서 오는 번뇌이고, 어떤 것들이 탐욕에서 오는 번뇌이며, 이런 저런 것들이 우치(愚癡)에서 오는 번뇌인지를 알게 됩니다.

동자스님과 꼬마비둘기 뽑뽀, 꼬마아가씨와 고양이, 구름과 곰돌이, 환멸선생과 속물군, 어드바이서를 등장인물로 하는 4컷 만화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며 생활 속의 일들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와 생활 속의 일을 통해 설명하고 있으니 보고 있었지만 보지 못했고, 겪고 있었지만 알지 못했던 번뇌의 실체를 직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줍니다.

심호흡 하듯 알아가는 '번뇌 조절'... 그리고 깨달음 심기

번뇌레슨을 통해 번뇌의 실체, 번뇌는 어디에서 시작되고, 번뇌는 무엇 때문에 어떤 형태로 다가오는가 등을 알게 되면 번뇌를 조절하는 법이 이어집니다. 역시 4컷 만화와 설명의 글로 구성된 27꼭지의 글을 심호흡을 하듯이 읽어가다 보면 마음에 이는 번뇌를 조절하거나 잠재울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하게 됩니다. 

극기 훈련을 하듯이 엄청나게 어렵고, 대수술을 하듯이 커다란 각오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번뇌 조절 역시 대개가 생활 속의 이야기입니다. 뻣뻣하기만 했던 근육이 반복되는 스트레칭으로 부드러워지며 유연성을 갖듯이 만화를 보듯 편안하게 읽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유연해지며 번뇌 조절을 자득하게 될 것입니다. 

번뇌 조절의 단계를 지나면 역시 4컷의 만화로 엮은 24쪽의 글이 깨달음을 심는 단계로 이어집니다. 밭을 일구듯이 일군 마음, 번뇌 조절을 통하여 찾은 자아에 본래의 내 모습을 모종하고 키워 나갈 수 있는 묘안의 방법들을 보게 됩니다. 맨 끝에 부록처럼 들어가 있는 2쪽의 만화, '번뇌와 마음의 프로세스'와 '번뇌 리셋 레시피'까지 읽게 되면 실체를 알 수 없었던 그동안의 번뇌조차도 가을산하를 물들이는 단풍처럼 살아온 이야기로 알록달록하게 마음에 정리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듯합니다. 

살아온 세월 전체를 되돌리거나, 10년 쯤 젊어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지 몰라도 실체도 알지 못하는 번뇌에 휘둘리는 삶은 이 책, <번뇌리셋>을 통해 벗어날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얽히고설켜 엉망진창이 된 컴퓨터프로그램이 리셋버튼을 누름으로 말끔하게 정리되며 새로이 시작할 수 있듯 혹시라도 실체를 알 수 없는 번뇌에 시달리고 있는 삶의 주인공이라면 컴퓨터의 리셋버튼을 누르듯 <번뇌리셋>을 읽어 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번뇌리셋>|코이케 류노스케(글․림) |이혜연(옮긴이) |304쪽 |불광출판사 2010-10-18|정가:13,800



번뇌 리셋 - 동경대 출신의 신세대 스님이 들려주는 번뇌 청소법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이혜연 옮김, 불광출판사(2010)


#번뇌#번뇌리셋#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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