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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청이 현재 45억 원 이상을 투입해 건설중인 남목~주전을 연결하는 '주전 직선화도로'를 다시 설계변경해 건설하겠다고 밝혀 환경훼손과 예산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도로의 교량이 접속도로와 5m 이상 차이가 나면서 설계상의 문제가 나타난 것인데, 이럴 경우 기존에 계획한 봉대산 반대편까지 파헤쳐야 한다. 특히 총 1.9km 도로 구간 중 200여m 구간은 경사가 10.3도 내리막길로, 끝부분은 갑자기 100도 가량 회전하도록 되어 있어 안전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일 동구청이 동구의회에 설계변경을 보고하면서 불거진 이 문제는 지난 2006년 출발단계부터 국가산업도로 건설과 중복된다는 반대 여론이 거셌고, 이번에 설계변경까지 불거지면서 지역 정치권으로 비화되는 형국이다.

동구의원들은 이를 단체장의 독선 및 치적 쌓기 욕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관련 공무원들이 단체장이 시키는 대로 추진하면서 주민을 현혹했다며 구청장의 사과와 책임, 공무원의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상급단체인 울산시에는 감사를 요청했다.

계획부터 중복 투자 논란

지난 2006년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원으로 당선된 정천석 울산 동구청장은 남목~주전을 연결하는 '주전 직선화도로' 건설을 추진했다.

주전해변은 북구 정자와 함께 고운 자갈밭이 유명한 곳으로, 울산 동구 중심지인 남목과의 사이에 봉대산이 놓여 예로부터 남목과 주전을 오가는 도로는 봉대산의 둘레길로 되어 있다.

이 둘레길이 4km로 도로가 길어 직선도로를 다시 건설한다는 것. 하지만 동구주민의 휴식처인 봉대산이 훼손돼야 하고 특히 당시 인근에 국가산업도로가 계획되어 있어 중복 투자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가산업도로는 조만간 개통할 예정이다.

거센 비난 속에서도 공사는 강했됐고, 공사가 끝날 시점인 2010년 10월, 동구청이 다시 설계 문제를 들어 새로운 공사를 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의 불을 다시 지핀 것.

특히 정천석 동구청장은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천혜의 울산대왕암공원 일대에 1000억 원대의 예산이 투입되는 토목공사를 강행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이곳을 명승으로 지정하려던 문화재청은 명승 지정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다시 주전 직선화도로가 환경훼손과 주민혈세 낭비 논란이 빚어지면서 동구청장의 토목공사 강행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 지고 있다.

무분별한 토목공사로 주민 혈세 낭비

민주노동당 울산동구지역위원회 김종훈 위원장은 15일 "남목~주전간 교통 소통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수십억 원의 주민 혈세를 쏟아 부어 불필요한 도로를 뚫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구청 스스로 (의회에) 밝혔듯, 이미 시공된 남목 진입부 연결 교량의 교각 첫 부분은 연결부 노면 높이보다 매우 높고 교량 끝부분은 너무 낮게 되어 있다"며 "해당 구간의 성토와 절토에 필요한 예산이 십수억 원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앞으로 교각은 쓸모 없게 되어 흉물이 되고, 교각 설치를 위해 파해친 산자락은 다시 복원해야 할 것"이라며 "설계를 변경해 기존 주전로에 접속시키더라도 도로 경사도 및 굴곡도가 매우 심한 주전로 특성상 진입부의 교통 사고 다발 및 대형 참사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종훈 위원장은 또 "동구청은 지금까지 겉으로는 환경파괴와 중복투자 논란을 일각의 정치 공세로 호도하면서, 속으로는 처음부터 기술적으로 개설 불가능한 도로에 지금까지 수십억 원을 쏟아 부었던 것"이라며 "이러한 처사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진보신당 황보곤 동구의원은 "총체적인 부실이며 향후 우리의 행정이 이렇게 되었서는 안 된다"며 "동구청이 기존 도로를 변경하여 접속하는 안을 의원총회에 보고하는 것을 보고 정말 기가 막혔다"고 밝혔다.

그는 "총 사업비 66억 원으로 2006년부터 올해까지로 계획되어 있지만 아직 도로 완공까지는 기약이 없는 상태"라며 "당초 도시계획위원회에서도 6대5로 간신히 통과될 만큼 시행초기부터 중복투자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던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황보곤 동구의원 "시공사도 질못 지적"

또 황 의원은 "미포국가산업단지 연결도로의 개설이 계획되어 있어 신설 필요성이 없다는 주민과 4대 동구의원들의 반대에도 이 사업을 강행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 없으며 의혹"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사가 10도인 내리막길에서 갑자기 100도 정도로 회전하면  죽음의 도로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과연 설계 당시 이 부분을 파악하지 못하였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또 "당초 계획은 국비와 구비를 합해 30여억 원의 공사비가 들어갈 것으로 계획되었으나 잦은 계획변경으로 인해 66억 원으로 늘어난 상태"라며 "이것도 현재까지 확보된 예산이지 최종사업비는 약 76억 원 이상 들어갈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조사해 보니 올 4월 시공사에서 공사가 잘못되었다고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시행초기부터 설계상의 문제 등을 알고 있지 못하였다는 것인데, 이는 동구청의 관리감독의 부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동구청 담당자는 "미포국가산업도로는 2006년에는 계획 단계라 추진이 불투명했고, 구간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산업도로는 산업 물동량을 해소하는 도로라 건설중인 주전 직선도로와 성격이 틀리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7월부터 시공사와 설계 문제에 대한 협의를 본 것이지 시공사가 문제를 제기한 것은 아니다"며 "설계기준은 경사도 12%까지 가능토록 하고 있어 10.3% 경사는 기준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울산 주전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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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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