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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손학규 신임 대표가 지난 4일 첫 최고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신임 대표가 지난 4일 첫 최고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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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보강 : 11일 오후 5시 30분 ]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영남·486'을 대표해 최고위원에 지명된 김영춘 전 의원을 놓고 '정체성' 논란이 본격 제기되는 등 민주당이 내홍을 겪고 있다.

앞서도 당내 일각에선 김영춘 전 의원이 한나라당 출신 인사인데다, 지난 17대 대선 당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를 지지하며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전력이 있음을 지적하며 우려를 제기하던 상황이었다.

이러한 우려에도 '세대교체'·'전국정당화'라는 명분 아래 이에 대한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당 최고위가 11일 복당 절차가 완료된 김 전 의원에 대한 최고위원 지명 인준 안건을 당무위로 넘기면서 사실상 이 문제가 일단락됐단 평가도 일부 흘러나왔다.

또 손 대표가 이날 당 사무총장에 거론됐던 '한나라당·영남' 출신의 김부겸 의원 대신 호남 출신 중진 이낙연 의원을 내정한 것도 김영춘 최고위원 지명에 대한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계기가 됐다. 즉, 손 대표가 이날 이낙연 사무총장 내정과 함께, 대표 비서실장에 양승조 의원, 대변인에 이춘석 의원을 내정하면서 '직계 체제' 구축보단 '지역 안배'에 신경을 쓴 인사를 단행했단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루게 된 것.

그러나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춘 최고위원 지명 철회를 촉구하면서 논란의 불씨는 다시 당겨졌다.

무엇보다 정세균 최고위원이 김 전 장관을 영남 몫 최고위원으로 지명할 것을 희망했던 점, 김 전 장관이 '비노(非盧)' 인사로 분류되는 김 전 의원과 달리'친노(親盧)' 인사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이 논란은 향후 계파갈등으로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3당 합당 참여하고 이회창 지지한 이가 영남 민주당 최고위원?"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 (오마이뉴스 자료 사진)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 (오마이뉴스 자료 사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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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길 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표 취임 후 단행한 첫 번째 인사가 원칙과 명분이 없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가장 척박한 지역인 영남 지역에서 싸워온 당원 동지들의 명예를 짓밟고 모욕하는 인사"라고 손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국민들 의사를 묻지 않고 4대강 사업을 밀어부치는 이명박 대통령과 영남지역 당원동지들과 지역위원장들의 의견은 묻지 않고 영남 몫 최고위원을 밀어부치는 손학규 대표가 무엇이 어떻게 다르단 말이냐"며 "당대표가 됐다고 첫 인사부터 점령군처럼 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김영춘 전 의원이 영남 몫 최고위원으로 부적격한 이유에 대해선 "90년 3당 합당 참여 세력"으로 꼽았다. 영남 개혁세력의 대표주자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자신의 정치이력을 부정한 것이나 다름 없단 얘기였다.

또 김 전 장관은 "김 전 의원은 16대 대선 땐 이회창 후보를, 17대 대선 땐 문국현 후보를 지지하는 등 한 번도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차라리 영남 몫 최고위원이라고 안 했으면 영남의 민주당원과 지역위원장들이 이처럼 반발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한나라당으로 당선됐던 김 전 의원을 최고위원에 지명하는 것은 민주당을 내걸고 번번이 낙선했던 저와 당원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 대표가 김 전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지명하며 "(19대 총선 부산 출마를 결의한) 김 전 의원이 희생과 헌신의 정신으로 '제2의 노무현'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손 대표는 단 한 마디의 상의도 없이 영남의 대표성을 일방적으로 지명하는 것도 모자라, '제2의 노무현' 운운하며 영남과 노무현 정신을 능멸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 전 장관은 이어, "6.2 부산시장 선거에서 제가 획득한 44.6%의 지지율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부산에서도 민주당 간판으로 정치를 하려고 한 시점에 부산에 출마한다는 것이 무슨 대단한 결단인 것처럼 왜곡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이것은 단순히 최고위원 자리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의 정체성에 대한 싸움의 문제"라며 "손 대표가 이것부터 바로잡지 않는다면 나는 앞으로 손학규 대표체제의 가장 강력한 비판자로서 민주당의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당무위가 구성되는대로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며 "영남의 지역위원장 등이 이에 대해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만큼 추후 행동이 있을 수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김영춘 지명' 후폭풍 시작?... 쇄신연대 "누가 옳은지 토론 필요"

당내에선 이낙연 사무총장 등 당직인선에 대해선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한편, 김 전 장관의 문제제기에 일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정동영·천정배·박주선·조배숙 최고위원 등이 소속된 쇄신연대 측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노무현·김정길 없이는 영남의 민주세력을 말할 수 없다"며 "민주당이 전국정당화를 하겠다는 것은 한나라당식의 전국정당화가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무차별적인 지역 출신 인사 영입을 통한 전국정당화가 아닌, 원칙과 명분에 맞는 전국정당화가 옳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이 문제를 제기한 만큼 누구의 생각이 옳은 것인지 토론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손 대표가 이 부분에 대해선 의견을 수렴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민주당#당직인선#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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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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