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우리 외지 맛집에 한 번 가자!"친구들과 의기투합해 지난주 구례를 가게 되었습니다. 섬진강변의 한 식당을 찾았습니다.떠나기 전에는 참게탕으로 정했는데 막상 자릴 잡고 앉아 선택하려니 망설여지더군요. 왜냐면 저는 참계탕을 별반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먹었던 참게탕은 여물지도 않고 비릿내만 맡다가 입맛 버린 적이 대부분이었지요.
하여 메뉴판에 쓰여 있는 쏘가리탕, 잡어탕, 송어회탕, 은어회, 메기탕, 민물장어 등을 보니 망설여지더군요.
"야, 우리 뭘 먹을까?"고민도 잠시, 떠나기 전에 정했던 참게탕으로 중지를 모았습니다. 4만5천원짜리로 시켰습니다. 친구들과 맛 기행에서 소주가 빠질 수 있나요. "여기 소주 1병"을 외쳤습니다.
먹는 욕망을 지그시 누르며 입맛 다시는 벗이 재밌고 "자연산만 쓴다"는 말을 믿고, "다른 양념은 안하고 오로지 참게 맛으로만 음식 맛을 낸다"는 주인장 말을 철썩 같이 믿으면서 참게탕을 기다렸습니다. 먼저 게맛살 튀김이 나오더군요. 밥 먹기 전, 소주 안주용이었습니다.
드디어 참게탕이 나왔습니다. 보기에는 과거에 먹던 참게탕과 달랐습니다. 알도 제법 토실토실하고, 속살까지 꽉 찬 상태라 일단 기대되더군요.
한 친구가 국자를 들고 참게를 떴습니다. 옆에서 먹고 싶은 욕망을 지그시 누르며 참게 뜨는 모습을 지켜보는 벗을 보니 저까지 군침이 확 돌더군요. 국물을 먼저 들이켰습니다. 시원했습니다. 이 정도면 기대해도 될 것 같았지요. 친구 녀석들도 집 선택을 잘했다고 하더군요. 열심히 참게를 뜯었지요. 두 손으로 닭다리 들고 뜯는 폼으로.
"참게탕 좀 싸주래서요. 단골에게만 싸줘요""야, 요건 시래기 맛을 봐. 시래기가 맛있어야 진짜 음식 잘하는 집이야."'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참게에 빠져 있던 친구가 여유가 생겼는지 시래기 맛보기를 권했습니다. 이마저 기차더군요. 시원한 참게 국물을 방치 할 수 없어 소주 한 병을 더 주문했습니다. 역시, 맛집은 편한 사람과 가야 그 맛이 배가 되나 봅니다.
"오늘 맛 죽이는데~!"참게탕을 먹고 난 후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소리였습니다. 먹는 즐거움으로 가득찼지요. 나오는 길에 봤더니, 주인장이 손님에게 무엇인가를 건네주더군요. 무엇이냐 물었지요.
"집에서 드신다고 참게탕 좀 싸주래서요. 단골에게만 싸줘요."사연인 즉, 부부가 전주에서 구례까지 참게탕 먹으로 15년간이나 다녔던 단골이더군요. 어쨌거나 이참에 참게에 대한 나쁜 기억은 싹 지웠습니다. 이 정도면 맛집으로 손색없겠지요?
덧붙이는 글 | 다음과 SBS에도 송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