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에티오피아가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커피 때문이다. 커피가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이후 전 세계로 퍼진 것으로 유명하지만, 에티오피아의 커피는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일상에 깊숙히 스며들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때문에 에티오피아에선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너무나 저렴한 가격에 언제든지 즐길 수가 있었다. 서기 300, 에티오피아에 살던 목동 칼디는 염소가 나무의 작은 붉은 열매를 먹고 밤까지도 지치지 않고 생활하는 것을 보고 커피 열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이것이 커피의 최초 기원이다.


현재는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가 커피의 원산지로 유명한데, 에티오피아를 비롯하여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등 많은 나라들이 커피 원산지로서의 무역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커피가 일상생활에 깊숙히 차지하고 있는 의미는 에티오피아가 유일하다.

 

이들은 '분나 세리머니'라고 부르는 커피 문화를 즐긴다. 집안에 손님이 오시거나 식사 후, 혹은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원두를 볶고 커피를 끓이고 그 커피를 팝콘이나 빵과 함께 낸다. 온가족이 그 커피를 끓여 세 잔(진한 맛, 그 다음 끓인 중간 맛, 마지막으로 끓인 약한 맛의 커피)씩 마시며 담소를 즐기는 것이다.


가족과 이웃과 사람간의 관계에 있어 끈끈함을 유지하는 기틀이 되는 문화인 것이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카페에 가서 분나(커피)를 마시는 것도 3~5비르(300~500원가량)면 충분하다. 샤이(tea)와 함께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기호식품인 것이다. 때문에 에티오피아에서 나는 언제든지 이 저렴한 가격으로 아프리카에서의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었다.

 

곤다르에서 이동하여 도착한 바하르다르라는 마을은 깔끔하게 정비된 계획도시였다. 암하라 주의 주도이기도 한 바하르다르는 나일강의 기원 중 하나인 블루나일의 기원으로도 유명하며 블루나일 폭포가 있기에 많은 외국인들이 찾는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곤다르에서 만나 시미엔 마운틴을 함께 한 메리헨과 데이빗과는 바하르다르까지가 인연이었다. 나를 두고 떠나야하는 마음이 그리 편치 않은 모양이었다. 특히 데이빗은 틈틈히 이것저것을 챙겨 설명했다.

 

"스카이버스는 얼마고 일주일 중 세 번 아디스로 출발해. 네가아디스 아바바로 이동할 때, 이걸 이용하는 게 가장 편할 거야. 그리고이 길로 가면 괜찮은 카페가 있어. 거기 무선인터넷이 되거든. 그리고…."

 

데이빗이 어렸을 적, 친형제와 다름없었다던 형의 집까지 함께 방문한 터라, 데이빗은 모르는 게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형에게 물어보라며 강조했다. 그리고 우리는 헤어졌다. 다음 번엔 스위스에선 네가 좋아하는 스노보드를 가르쳐주겠노라며, 혹은 코리아에 오면 꼭 연락하라며 메리헨과 데이빗과는 안녕을 고했다.


헤어진다는 것은, 일종의 다른 시작이다. 나 혼자 결정하고, 내가 혼자 해야 하는 여정의 시작인 만큼 정보가 필요했다. 그리고는 데이빗의 형으로부터 친구를 하나 소개 받았다.

 

"나도 바하르다르 출신이 아닌데, 몇 년 전, 이 곳에 정착할 때 이 친구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정말 괜찮은 친구고 가이드 자격증도 있으니까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그렇게 만난 트와와는 나의 아프리카의 여정 중 만난 최고의 베스트 프렌드가 되었다.


블루나일 폭포를 일반 투어상품이 아닌, 직접 내 발로 버스를 타고 가고 싶다는 내 말에 우린 이른 아침 만났다. 버스는 여느 버스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출발 시간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서 사람이 찰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트와가 힘을 좀 쓴 덕분으로, 내가 외국인인 덕분으로 문 바로 앞의 괜찮은 자리를 우린 확보할 수 있었다.


햇살은 맑고 약간 따가웠으며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잠시 후, 달리는 버스 안. 내티셔츠 위의 무언가 내 심기를 거슬렸다. 작은 벌레였다.

 

"트와, 이것 좀 봐… 벌레 있어."

"창문으로부터 들어왔을 거야. 그냥 버려."

 

심드렁하게 대꾸하는 트와 말대로 벌레를 집어서 발 밑으로 버렸다. 그리고 트와랑 잡담을 하고 있던 나는, 다시 한번 내 팔뚝에 있던 벌레를 발견했다.

 

"앗, 이거 뭐야. 또 그 벌레잖아. 뭐지 이거?"

 

몇 마리의 벌레를 연달아 발견한 이후론, 나의 모든 신경은 거기에 집중되었다. 말을 하면서도 내 눈은 내 티셔츠 및 바지를 훑고 있었고 잠시 후, 나는 "악" 소리날 만한 일에 부딪혔다.

 

덧붙이는 글 | 이 여행기는 지난 2009년 8월부터 2010년 1월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 현지어나 영어같은 경우 발음하는 대로 표기하였습니다. 


#아프리카#에티오피아#바하르다르#종단여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프리카를 담은 사진에세이 [same same but Different]의 저자 박설화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