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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이 얼마면 행복할까요? 5000만 원? 1억 원? 아니면 그 몇 배 이상? 연봉이 높을수록 우리 삶은 풍요로워질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우리 대다수는 그렇게 믿고 있지 않은지요. 수많은 이들이 대박과 부자를 꿈꾸며 아직 오지 않은 (아마도 결코 오지 않을) 행복을 갈망합니다. 돈이 주인인 이 세상에서 돈은 곧 능력이요 행복의 척도처럼 여겨지지요.

이런 세상에서, '연봉 500만 원(이하)'이란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잘 보십시오, 월 500이 아닌 연 500입니다. 뭔가 기가 차지 않나요? 저 돈으로 어떻게 사나 싶지요? 그런데 고작(?) 연봉 500만 원인 사람이 감히(?) '행복론'을 말합니다. 자본주의의 척도로만 볼 땐 '낙오자'인 그. 그런 그가 행복이 차오르고 차올라 "그런 기쁨과 순간순간의 깨달음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책까지 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책은 바로 <농부시인의 행복론>. 그리고 책의 저자는 바로 가난한 농부시인 서정홍씨입니다.

돈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게 진짜 '성공'

대체 그의 행복론이란 어떠한 것이기에 가난함에도(실은 가난함으로 인해 비로소) 기쁨이 차오를 수 있는 걸까요? 물론 그 역시 돈의 힘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돈이 없으면 불안합니다. 먹고사는 모든 게 돈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엉덩이만 움직여도 돈이 필요한 만큼, 돈이 없으면 꼼짝달싹할 수 없습니다."

돈이 필요 없다거나 나쁜 것이라 말하는 것은 아니지요. 허나 그는 "행복을 따라가야 하는 줄 알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돈을 따라가다가 돈에 매여버리는 게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안타까워합니다.

"돈이 있어야 동무들이 보고 싶지, 돈이 없으면 동무도 만나기 싫습니다. 돈이 있어야 부모님 용돈을 드리고, 아이들 학원도 보내고, 살림살이를 꾸려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어릴 때부터 잠마저 설쳐가며 공부를 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 밥을 먹고 숨을 쉽니다. '사람이 이래 살아서는 안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농부시인 서정홍 산문집 <농부시인의 행복론>. 올해 6월 발행.
농부시인 서정홍 산문집 <농부시인의 행복론>. 올해 6월 발행. ⓒ 녹색평론사
돈에 매여 살아야 하니 스스로 자유로울 수 없고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우리가 진정 자유롭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무엇보다 나 자신을 바로 세우는 일이 먼저"이고 이를 위해선 삶의 배치를 바꿔 돈을 향한 욕망으로부터 탈주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2005년, 그는 오랜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경남 합천의 한 산골마을로 삶의 터전을 옮깁니다. 공장노동자에서 농부로의 전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오롯이, 자유와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도시에서 월급이란 놈을 받아먹고 살 때에는, 그놈에게 꼬리를 붙잡혀 나를 세우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밤새 나를 세워 놓으면, 해가 뜨자마자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런데 남의 논밭 빌려 농사짓고 살면서부터 나를 세우는 일이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루하루 무엇을 할 것인가를 내가 스스로 생각해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골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살면서, 이제야 사람으로 사는 기쁨, 함께 어울려 일하면서 땀 흘리는 기쁨, 서로 나누고 섬기는 가운데 가슴에 차오르는 기쁨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탈주와 자유, 행복은 바로 농촌이었기에, 농부였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도시보다는 농촌이 돈에서 몇 배 더 자유롭습니다. 우선 먹을 식량을 스스로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숲이 온통 찻집이고, 논둑이든 나무 그늘 아래든 밥만 있으면 밥집이 되고 술만 있으면 술집이 됩니다. 산의 열매든 들의 남새든 눈에 보이는 게 모두 안주가 되니 크게 돈 들어갈 데가 없습니다."

"농부들은 더러운 '돈냄새'만 나던 제게 '사람냄새'가 무엇인지 깨닫게 했습니다. 흙이 무엇인지, 땀이 무엇인지, 생명이 무엇인지 알게 했습니다. 그래서 죽었다 천 번 만 번을 다시 태어나도 참스승은 농부들입니다. 흙을 버리지 못하고 가난과 불편함을 무릅쓰고 한평생 농촌 들녘에서 땅을 일구며 살아오신 농부들이 참스승입니다."

그는 이렇게 직접 삶으로써, 농부가 됨으로써 "돈과 명예와 향락에서 벗어나야만 참 자유인"이 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과는 다른 성공을 생각합니다.

"언제부턴가 '돈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성공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복이란 경제적 수준에 달린 것이 아니라, 경제적 수준을 대하는 우리 마음의 수준에 달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농민을 위해 기도 한번 드려봤는가?

 농부시인 서정홍
농부시인 서정홍 ⓒ 나라말
그렇다고 그가 산 속에서 홀로 유유자적하겠다며 농부가 된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는 농사란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란 선물 외에도 "인류의 건강뿐 아니라 파괴된 지구를 치유하고 살리는" 귀한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사람은 먹지 않곤 살아갈 수 없지요. 그는 농부란 먹을거리를 가꾸어주니 "생명을 살리는" "사람을 살리는" 가장 소중한 직업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농사란 "생명의 어머니"인 흙을 살리고 지키는 일이며 이는 즉 "사람과 자연 생태계의 균형을 잡아주는"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이런 살림의 농사란 유기농업, 소농을 일컫지요. 돈만을 좇으며 땅을 죽이는 대농이란 그가 보기에 결코 '농사'가 아니며 그의 비판 대상입니다.

허나 농사란 "이렇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일"이지만 돈이 안 되고 몸을 움직여 땀 흘리는 일이기에 "서로 하지 않으려고"합니다. 농부란 요즘 사람들이 보기엔 그저 "불쌍한 사람"들이지요. 그는 우리들에게 농민을 위해 "언제 우리가 기도 한번 드린 적이 있습니까? 따뜻한 눈길 한번 보내준 적이 있습니까? 돈이면 다 되는 줄 알고 살아왔지 않습니까?"라고 꾸짖듯 질문을 던집니다. 농사가 천대받으니 "세상이 날이 갈수록 어지럽습니다."

"땀 흘려 일하지 않고 쉽게 재산을 모든 사람들이 일하는 사람을 업신여기고, 한평생 일하는 사람들 덕에 살면서 온갖 '쓰레기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전쟁도 결국은 일하지 않는 사람들, 곧 머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누구한테나 있다면 세상은 평화로워질 것입니다."

결국 그가 찾은 개인이 행복해지는 길, 세상이 평화로워지는 길이란 바로 '생명을 살리는 농사'입니다. 그는 책 속에서 끊임없이 농(農)적인 가치를 설파합니다. 나아가 "생태귀농을 꿈꾸는 벗들에게" 어떤 마음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서툴고 모자란 생각"이라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도 건넵니다.

강수돌 고려대 교수는 "농부 서정홍의 삶과 글은 돈과 기계, 권력과 물질, 지위와 외양만 추구하는 오늘날 병든 사회에 꼭 필요한 보약"이라고 말했습니다. 농부시인 서정홍과의 만남은 우리가 굳게 믿고 있던 행복의 척도를 근원적으로 되돌아보게 합니다. 농민이 흘린 땀의 무게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합니다. 연봉 500만 원인 그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기사에서 언급한 '연봉 500만 원'은 지난 2008년 겨울 서정홍 씨의 강연에서 들었던 내용을 언급한 것입니다.



농부시인의 행복론 - 생태귀농을 꿈꾸는 벗들에게 들려주는 생명 이야기

서정홍 지음, 녹색평론사(2010)


#농부시인의 행복론#농부시인 서정홍#녹색평론사#생태귀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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