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음악회 ‘행복한 동행을 꿈꾸며’가 9월 1일 오후 7시,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사진은 가수 이상우씨가 아버지와 함께 색소폰 연주를 마친 박진현(중2) 학생과 인터뷰하며 즐거워하는 장면. ⓒ 이정민
"음악적 능력이 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의 어울림 음악회를 개최해 자립과 사회통합이라는 장애인계의 패러다임에 부응하며, 자기표현이 어려워 잠재된 능력을 개발하지 못하는 많은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도전의식의 동기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인천지부와 인천장애인종합복지관이 공동 주최해 1일 오후 7시 동인천역 앞에 위치한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박상현 인천장애인부모연대 대표이사는 이렇게 행사 취지를 전했다. 그는 지난 8월 17일부터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권리 확보를 위한 농성에 참여해 삭발한 상태였다.
'행복한 동행을 꿈꾸며'라는 제목의 이날 음악회는 인천문화재단이 후원했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300여 명이 모였다. 공중파 방송 다큐프로에서 발달장애아들과의 진솔한 삶의 과정을 보여준 가수 이상우씨가 사회를 맡았으며, 풍물·댄스·합창·가족밴드·독창·독주 등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의 어울림무대가 펼쳐졌다.
▲ 여의도 농성 중 삭발해서 두건을 둘러쓰고 나온 박상현 인천장애인부모연대 대표이사(왼쪽)가 송영길 인천시장의 부인인 남영신(오른쪽) 대한적십자사 인천지부 명예위원장을 인천장애인부모연대 고문으로 위촉하면서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 이정민
본 공연에 앞서 인천장애인부모연대의 고문으로 위촉된 남영신 대한적십자사 인천지부 명예위원장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삐딱하게 보아왔던 왜곡된 시선을 버리고, 이제는 그들의 끼와 재능으로 눈을 돌려야할 때다. 예술적 재능을 통해 장애를 뛰어 넘는 장애 예술가들을 지원할 사회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음악회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자립에 대한 장애인들의 의식을 고취시켜 재활과 복지를 증진시키는 데 기여하길 바라며, 앞으로 좋은 정책이 많이 나와 비장애인과 행복한 구성원으로 더불어 사는 세상을 구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진현이 잘 할 수 있지요?" "네~!"
▲풍물패 두드림의 웃다리 사물놀이 공연 중 연신 웃음을 띠며 즐겁게 장단을 맞추는 아이의 모습이 해맑다. ⓒ 이정민
첫 번째 무대를 선보인 풍물패 두드림은 지적장애를 가진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사물놀이 악단이다. 이날 충청·경기지역의 대표 농악인 웃다리 사물놀이를 공연했는데, 화려하지는 않지만 전문가 못지않은 열정으로 관객들의 환호를 한몸에 받았다.
이어 발달장애를 가진 불로중학교 박진현(2년) 학생이 아버지와 함께 익히 알려진 노래를 색소폰으로 연주하자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따라 불렀다. 함께 곁에서 지켜본 가수 이상우씨도 연신 웃는 표정으로 "진현이 잘 할 수 있지요?"라고 흥을 돋워주자, 진현 학생은 "네! 네! 네!"라고 소리치며 즐거워했다.
이밖에도 함동권(한길초교 4년) 학생의 독창 무대와 고수경 학생의 플루트 독주, 신새벽(강남고 3년) 학생의 피아노 독주와 재즈댄스 동아리인 '댄싱 도로시'의 현란한 춤의 공연이 이어졌다.
총2시간 동안 펼쳐진 이들의 공연 무대는 장애를 뛰어 넘어 예술과 함께 빛을 발했으며, 관객들은 진한 감동을 받으며 학생들과 하나가 됐다.
▲비장애인 관객들은 장애 예술가들이 선보인 감동적인 선율에 환호로 공감해주며 행복한 음악회를 함께 만들어갔다. ⓒ 이정민
한편, 인천장애인부모연대(www.isisc.net)는 2001년 5월 '인천통합교육학부모회'란 이름으로 발족했다. 일반학교의 통합교육 환경을 질적으로 변화시켜보자는 취지였다. 이후 특수교육 보조원 도입, 장애학생들의 무상교육과 특기적성교육 도입, 통학비 지원, 특수학급 설치, 치료비 지원 등을 이끌어냈다.
또한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운영과 장애정책 개발과 제도 개선, 발달장애인 권리 옹호, 장애인 부모 자조 모임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방과 후 공부방 운영 등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부모 연대 사업도 펼치고 있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이미란(45) 인천장애인부모연대 이사는 "발달장애, 지적장애, 자폐, 뇌병변 등 혼자서는 활동하기가 불편한 장애 아이들을 위해 활동보조원이 필요함에도 정부는 유명무실한 등급제에 따라 그 판단기준을 나누어 지원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평생 자기가 원하는 취미생활이나 직업도 가지지 못한 채 집안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야 한다"며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한 달째 진행하고 있는 농성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그는 "비장애인들은 삶의 질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문화 활동을 한다고 하지만, 장애 아이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는 (문화 활동이) 삶이라는 버거운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된다"라고 한 뒤 "교육은 장애 아이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활동보조원이 없으면 꿈도 꾸질 못한다. 아이를 포기하느냐, 경제활동을 포기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가 걸린 중대 사안이다. 정부는 우리의 목소리를 진정성 있게 들어줘 현실적인 정책 마련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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