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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후 과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종편 공청회장에 들어선 최시중 위원장이 상임위원 자리 배치에 역정을 내고 있다.
2일 오후 과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종편 공청회장에 들어선 최시중 위원장이 상임위원 자리 배치에 역정을 내고 있다. ⓒ 김시연

"자리를 왜 이렇게 배치해 놨나. 우리는 이 자리에 청중으로 왔다."

종편 공청회 첫날 스타는 '조중동'도, 발제자도 아닌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었다. 최 위원장이 이날 공식적으로 꺼낸 말은 이 한마디에 불과했지만 이날 분위기를 장악하기엔 충분했다.

최시중 위원장, 자리 문제로 초반 기선 제압

2일 오후 2시 30분 경기도 과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SIDI) 대회의실에서 '종합편성·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승인 기본계획안 공청회' 첫날 행사가 시작됐다. 여기엔 예비 사업자들만 패널로 참석했다. 150여 청중석 역시 대부분 취재진이나 언론사 직원들로 가득 찼다.

시간 맞춰 공청회장에 들어선 최 위원장이 미소를 머금은 것도 잠시, 이내 얼굴 표정이 굳어졌다. 이날 공청회를 참관하기로 한 방통위 상임위원들 자리가 11개 예비 사업자들이 늘어선 패널석 바로 앞에 따로 마련돼 마치 '사업자 선정 심사장'을 방불케 했던 것이다.   

KISDI로선 장차관급 인사들에 대한 당연한 예우였지만, 이날이 마침 사업자 공청회임을 감안할 때 최 위원장으로선 부담스러운 구도였다. 결국 최 위원장은 기자들이 앉아 있던 앞줄 세 번째 자리로 옮겨 앉았고, 미리 자리 잡고 있던 이경자 부위원장과 송도균·형태근 위원 역시 겸연쩍게 뒷자리로 물러났다.

최 위원장에게 초반 기선을 제압당한 탓일까. 김현주 한국방송학회장이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장 같은 열기"라고 치켜세웠지만 이후 공청회 분위기는 사뭇 가라앉았다. 지난달 17일 방통위에서 발표한 기본계획안에 대한 각 사업자들의 날선 비판이 예상됐지만 대부분 자사의 평소 입장을 재확인하는 선에 그쳤다.

 2일 오후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종편과 보도채널 예비사업자들이 방통위 기본계획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2일 오후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종편과 보도채널 예비사업자들이 방통위 기본계획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 김시연

"단일 사업자 선정해야" vs. "사업자 숫자는 시장에 맡겨야"

종편 사업자 숫자와 선정 방식에 대해 각 사업자의 견해는 크게 '비교 평가' 방식의 1~2개 사업자 선정과 숫자 제한을 두지 않는 '절대 평가' 방식으로 갈렸다. 이희주 <한국경제> 기획실장은 SBS 사례를 들며 "종편이 2~3개 나오면 안정적 재무구조나 양질 콘텐츠를 만들 수도 없고 종편끼리 경쟁하게 돼 '막장' 류의 저질 콘텐츠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단일 사업자 선정을 주문했다.

김차수 <동아일보> 방송사업본부장은 "어떤 방식이냐보다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몇 개 사업자를 선정할 것인지 먼저 정해야 한다"면서 "너무 많은 사업자를 선정하면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면서 역시 비교 평가에 힘을 보탰다.

반면 류호길 <매일경제TV> 종편사업본부 사무국장은 "절대 평가, 준칙주의라야 경쟁력 있는 종편이 될 수 있다"면서 "사업자 수를 1~2개로 한정하는 상대 평가는 분장 잘한 미인 뽑는 대회와 같아서 머리나 체력이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사업자 숫자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수길 <중앙일보> 방송본부장 역시 "절대 평가 방식이 타당하다"면서 "2~3개 숫자를 미리 정하면 이권을 따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에 특혜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고 거들었다.

이에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절대 평가를 다수 사업자 선정으로 오해하는데, 일부러 '준칙주의'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면서 "절대 평가 시 사업자수가 0이 될 수도 있어 '절대 평가=다수'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종편 사업을 준비하는 5개 사업자들. 왼쪽부터 이희주 한국경제 실장, 고종원 조선일보 팀장, 류호길 매일경제TV 국장, 김차수 동아일보 본부장, 김수길 중앙일보 본부장.
종편 사업을 준비하는 5개 사업자들. 왼쪽부터 이희주 한국경제 실장, 고종원 조선일보 팀장, 류호길 매일경제TV 국장, 김차수 동아일보 본부장, 김수길 중앙일보 본부장. ⓒ 김시연

보도채널 사업자들 "순차 선정은 종편 탈락자 배려... 동시 선정해야"

방통위에서 3000억 원으로 제시한 최소 납입자본금 규모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고종원 <조선일보> 기획팀장은 "정부에서 절대 금액으로 매길 성질이 아니다"라면서 "각 컨소시엄의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적절한 자본금이 투입되느냐, 충분히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를 따져야 한다"고 완곡하게 이견을 제시했다.

<매일경제> 측 역시 "자본금 3000억 원이 결코 작은 건 아니다"면서 "자본금 가지고 사업하는 게 아니라 가용 자원에 따라 조달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동아일보>는 "적정 사업자 수 선정 시 3000억 원이 합리적 수준이라 생각한다"고 밝혔고, <중앙일보>는 한 술 더 떠 "3000억 원도 적다고 생각한다"면서 "신규 채널의 경우 첫해, 둘째 해에 상당한 적자가 불가피하고 2~3년 안에 자본시장에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을 감안하면 최소 자본금을 더 올리든가 규모가 클수록 가점을 주는 게 확실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보도채널 역시 400억 원으로 제시된 최소 납입자본금 규모에 부담을 느끼는 사업자들이 많았다. 사업자 선정 숫자에 대해서는 1개 사업자만 선정하자는 의견과 복수 사업자를 허용하자는 안이 팽팽하게 맞섰다. 다만 선정 시점에 관해서는 종편과 동시에 선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정병일 CBS 매체정책부장은 "순차 선정은 종편 탈락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사회적 논란이 될 수도 있고 일간신문 중심으로 여론 독과점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고, 김필수 헤럴드미디어 방송추진위 기획실장 역시 "당연히 동시 선정이 돼야 하고 순차 선정이 불가피하다면 보도채널을 먼저 선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디어행동 "최시중 위원장은 조중동 하수인인가"

 미디어행동 회원들이 2일 오후 2시, 종편 공청회가 열리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정문 앞에서 종편 사업자 선정 작업의 불법성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미디어행동 회원들이 2일 오후 2시, 종편 공청회가 열리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정문 앞에서 종편 사업자 선정 작업의 불법성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시연

공청회장 밖에서는 최시중 위원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청회를 앞둔 이날 오후 2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정문 앞에선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 회원 10여 명이 종편 공청회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중동 일꾼 최시중 물러나라', '조중동 위한 공청회 쇼 반대' 등의 손피켓을 든 이들은 방송법 관련 헌재 부작위 소송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종편 사업자 선정 일정을 진행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공청회 중단을 촉구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종편·보도 신규 채널이 도입되면 기존 케이블 채널사업자(PP)들이 붕괴할 수밖에 없다"면서 "최시중 위원장이 임기 안에 치적 하나 만들려고, 조중동에 닦달을 당하며 추진하고 있지만 역사에 한국 콘텐츠산업을 붕괴시킨 장본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종편#최시중#방통위#미디어행동#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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