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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학부모들에게 지속적인 성희롱으로 성적 모욕감을 주고, 외모 비하 등의 발언을 해 교사들이 파면을 요구했던 경기 의정부 ㄱ초교 ㄴ교장이 '강등'됐다. 지난 7월 22일, "처녀 맞아? 임신한 거 아냐"... 개념상실 성희롱 교장 기사가 보도된 뒤, 7월 26일 직위해제 된 이후 35일만의 일이다.

이는 8월 18일 열린 경기도교육청 징계위원회에서 결정하고 김상곤 교육감이 같은 달 30일 최종 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해당 학교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도교육청의 이 같은 결정이 부당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교육감 항의 방문을 준비 중이며, 여성 단체들에서도 대응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성희롱 교장 해임 대신 '강등'...제 식구 감싸기?

 의정부 ㄱ초교 인터넷 누리집
의정부 ㄱ초교 인터넷 누리집 ⓒ 임정훈

해당 학교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강력 항의하고 나선 것은 이 사건의 감사를 진행한 의정부교육청에서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해임' 건의를 올렸으나 도교육청 징계위에서 '강등'으로 조정했기 때문. ㄴ교장이 교장 재직 시절 받은 대통령 표창의 영향으로 한 단계 낮은 수위로 징계양정이 결정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공무원징계양정등에관한규칙에 따르면 성폭력 관련 범죄는 징계를 감경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도교육청 징계위의 이런 결정이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ㄴ교장의 배제징계(해임·파면)를 요구해온 ㄱ초 교사들은 "이런 경우가 어디에 있나. 교장은 살인이나 저질러야 파면이 된단 말인가? 표창을 받은 것도 부적절한데 그것으로 감경이 됐다니 말문이 막힌다"라며 울분을 나타냈다. 이어 "교육관료들이 중심인 징계위원회 구성이 낳은 결과"라며 "징계위원들을 외부인들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치로 경기도 연천의 ㅇ초교 교감으로 발령 예정인 ㄴ교장은 '강등' 처분에 따라 3개월간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보수의 2/3도 감하게 된다. 18개월간 승진임용이 제한되고, 승진임용 제한 기간에 휴직할 경우 복직일로부터 승진제한 기간을 다시 산정한다. 징계말소 제한기한은 9년이다. '강등'은 중징계에 해당하며 지난해 7월 개정한 교육공무원 징계령에 따른 것이다.

ㄴ교장이 지난 6·2지방선거와 관련해 김상곤 교육감을 비하하고 낙선을 종용하는 발언을 교사들에게 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를 조사한 의정부 선관위에서 지난달 30일 ㄴ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정부교육청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ㄱ초 감사 당시 ㄴ교장이 선거법 위반 사실을 시인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희롱 상담 경험없는 상담교사 왜 보냈을까

한편 의정부교육청에서 나온 상담교사가 ㄱ초 교사들에게 각서를 강요하고 취조하듯 상담을 진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ㄴ교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적 모욕을 받아온 ㄱ초 교사들이 의정부교육장에게 치유프로그램을 요구해 지난 달 28일 의정부교육청에서 상담교사를 ㄱ초에 보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남성인 상담교사 ㄱ씨가 교사들에게 A4 용지를 나누어주며 "동료교사나 외부인들에게 상담 내용에 관해 발설할 시에는 어떠한 행정적 처분을 감수하겠다는 각서를 써라"라고 요구했다는 것이 교사들의 주장이다. 교사들이 항의하자 "각서는 요식절차다. 그럼 말로 약속하자"며 말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또 상담교사 ㄱ씨가 "상담에 방해를 하면 내보내거나 제외시키겠다"고 말하며 교사들을 위협하고 "선생님은 개인적인 피해는 입지 않으셨는데 지금까지 참다가 왜 탄원서를 내셨죠?"라고 묻는 등의 형식으로 상담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ㄱ초 교사들은 "상담인지 취조인지 헷갈렸다. 여성 상담교사도 있는데 (여교사 성희롱 사건에) 왜 남자 상담사를 보냈는지 모르겠다"면서 의정부교육청과 ㄱ씨의 태도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담교사 ㄱ씨는 또 "나는 학생들을 상대로 순회상담을 하는 교사다. 성희롱이나 인권침해사건을 상담해 본 경험이 없다. 하지만 내가 상담을 해주겠다고 교육청에 약속을 했다"고 교무실에서 교감과 부장교사들 앞에서 말했고, 상담 과정의 문제를 지적하자 "내가 왜 그런 지적에 상대해야 하느냐"며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ㄱ씨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는 "할 말 없다"면서 전화를 끊었고, 상담교사 운영을 담당하는 의정부교육청 생활지도 담당 장학사는 "상담교사의 초빙 과정은 나도 모르고, 이 같은 이야기는 처음 듣는 이야기다. 사실이라면 적절하지 않은 처사다. 상담교사가 행정처분 운운할 수는 없다. 사실 관계를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ㄴ교장, 청와대 자유게시판 글 삭제 압력도 논란

문제는 또 있다. ㄴ교장이 지난 31일 ㄱ초 교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이 사건과 관련한 글이 올라가 있으니 당장 삭제하도록 하라"는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글이 지워지지 않자 약 2시간여 후 다시 전화를 걸어 "아직 안 지워졌다. 빨리 지우라고 해라. 그렇지 않으면 개인신상정보 공개 및 명예훼손으로 법적 문제를 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연락을 받은 ㄱ초 교감은 ㄴ교장의 지시에 따라 이 글을 쓴 최아무개씨에게 삭제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아무개씨는 성교육 관련 전문 상담센터 수석강사로, 의정부교육청이 보낸 상담교사 ㄱ씨를 거부한 ㄱ초 교사들이 자비를 부담해 초빙한 상담전문가이다. 최씨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는데 징계는 너무 가볍다. 그래서 화가 나서 사건 개요를 적어 올린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을 내려달라는 학교 측 연락이 와서 일단 내렸다. 하지만 곧 다시 다듬어 올릴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ㄴ교장은 "말하고 싶지 않다"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ㄴ교장의 교감 부임 소식이 전해진 연천의 ㅇ초교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 성희롱과 학사행정을 파행으로 이끈 ㄴ교장의 부임을 막겠다"며 학부모와 교사들이 움직일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의정부교육청#성희롱#교장#강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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