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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 명의 매춘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로버트 픽튼과 희생 여성들.
수십 명의 매춘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로버트 픽튼과 희생 여성들. ⓒ

밴쿠버 다운타운 이스트 사이드 지역. 이 주변은 노숙자와 마약중독자, 그리고 매춘부들로 가득한 거리로 낮이나 밤이나 항상 이들로 붐비는 위험지역이다. 사람들의 무관심과 외면속에 약물중독으로 거리를 배회하고 약을 살 돈을 얻기위해 매춘을 하며 소외된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매춘 여성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약에 찌든 여성들도 점점 눈에서 보이지 않았다. 사라진 여성들중 다수가 희대의 살인범에게 희생된 것이다.

몇 년전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마 유영철을 연상케 하는 이 사건의 주인공 로버트 픽튼(60)이 최근 법원에서 '석방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사건의 참혹한 진상이 밝혀져 캐나다 사회를 전율에 떨게 하고 있다.  

경찰, 27년전 첫 실종신고 접수... 그러나

이 사건은 실종신고가 처음으로 접수된 지난 27년 전으로 거슬러 내려간다.

지난 83년 6월 22일 당시 23세의 매춘부 레베카의 실종 신고가 접수됐지만 매춘부에 대한 무관심으로 서류속에 묻혀버리고 만다. 이 사건 이후 84년, 86년에도 잇달아 매춘여성의 실종 신고가 접수됐으면 89년에는 10명이 넘는 신고가 들어왔다.

그러나 실종자 대부분이 약물중독으로 사망했거나 몇몇은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밴쿠버 경찰은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 당시 희생자의 가족에 따르면 경찰은 실종여성들이 매춘여성이라는 이유로 크게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10명의 매춘여성들이 실종된 뒤인 1989년 9월에야 경찰의 비공식 조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수사에 진척이 보이질 않자 결국 사건의 일부만 공개한 채 제보자들의 진술을 확보하며 수사망을 좁혀갔다.

 '희대의 살인마' 로버트 픽튼이 운영하던 돼지농장. 픽튼은 이 농장에서 매춘여성들을 잔인하게 살해했다.
'희대의 살인마' 로버트 픽튼이 운영하던 돼지농장. 픽튼은 이 농장에서 매춘여성들을 잔인하게 살해했다. ⓒ

체포하고도 보석 석방... 재앙을 부르다

그러던 1997년 로버트 픽튼에게 살해위협을 받고 도망나온 피해자 여성으로부터 신고를 받은 경찰은 픽튼을 살인 미수범으로 체포했으나 보석으로 석방했다. 어리석은 판단이 훗날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채.

이때부터 픽튼의 살인행각에는 속도가 붙었다. 밴쿠버 일간지 <밴쿠버 선>에 따르면, 1997년에서 98년 사이 이스트사이드 인근에서 매춘여성의 실종 신고가 속속 접수되기 시작했다.

또한 1998년 경찰은 밴쿠버 포트 코퀴틀람시에 위치한 돼지농장에서 여성의 피 묻은 옷가지와 신분증을 목격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돼지농장 주인은 다름아닌 1년전 보석으로 풀려난 픽튼이었다. 이후 그에 대한 수사를 위해 돼지농장에서 수사를 벌인 결과, 그는 98년 6명의 실종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시작됐다.

그러나 여기서도 경찰의 헛점이 들어난다. 픽튼을 연쇄살인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구속시키지 못한 것이다. 그후로도 픽튼의 매춘여성 성폭행, 살인 행진은 계속했다.

경찰은 결국 DNA 검사 결과 및 돼지농장에서 발견된 뼈를 증거로 2002년 픽튼을 체포했다. 이후 20명의 여성 사체가 추가로 발견돼, 픽튼은 현재까지 26명에 대한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픽튼이 체포 당시 살해동기 및 방법등을 진술하자 캐나다 전역에는 돼지고기에 대한 공포가 확산됐다. 살해후 사체를 돼지사료로 먹였다는 진술은 모든 이들을 경악케 했으며, 일부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해 냉동고에 보관해 왔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8년간의 재판... 종신형으로 종결

픽튼의 재판은 8년간이나 진행되어오다가 이번 달 '석방없는 종신형'이 내려졌으며, 이어 나머지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BC주 대법원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상황에서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발견되더라도 픽튼의 형량 증가는 무의미하다고 전했다.

사건은 종결됐지만 피해자 가족들과 시민들은 여전히 의문 투성이다.

재판 담당관의 보도금지 해제로 픽튼의 살인행각이 이제서야 낱낱이 공개됐고, 희생자 가족들은 다시 한번 피눈물을 쏟아야 했다.

특히 픽튼이 지난 97년 경찰에 한번 체포된 적이 있었다는 기록이 나오자, 피해자 가족들과 언론은 당시 픽튼을 보석으로 풀어주지 않고 의심해봤다면 이렇게 수많은 여성들이 잔인하게 죽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경찰은 비난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재판 종결로 나머지 사건 20여건의 진실이 덮여지면서 희생자 가족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홈리스들이 많기로 잘 알려져있는 밴쿠버의 헤이스팅 거리.
홈리스들이 많기로 잘 알려져있는 밴쿠버의 헤이스팅 거리. ⓒ 유정임

경찰 "미안하다, 대신 대질심문 자리 만들겠다"

픽튼은 2002년 체포 당시 "50명을 다 채우고 그만두려 했다"고 말했으며 "1명을 남겨두고 경찰에 잡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안한 마음에서인지 경찰은 픽튼과 피해자 가족들이 만나서 대질 심문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1997년 당시 6세였던 한 여성은 "엄마가 실종된후,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며 "그때 경찰이 이미 체포한 픽튼을 놓아주지만 않았더라면 지금쯤 엄마와 함께 살고 있었을 것"이라며 분노했다. 이제 희생자들의 가족들은 픽튼을 만날 날을 기다리며 아픈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경찰은 픽튼이 매춘부나 약물중독 여성을 불러 살해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계획적 범행을 준비해온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픽튼은 희생자들이 사회적으로 버림받은 여성들이라서 경찰 수사망을 피해 쉽게 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순조롭게 이 여성들을 돼지농장으로 불러 성폭행 후 돼지 도살하듯 잔인한 수법으로 살해를 하며 이를 즐겼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사건 이후 밴쿠버 인권단체 및 여성 시민운동가들은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온 다운타운 이스트 사이드의 노숙자들이나 매춘부 문제가 이미 해결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희생자들이 많았다며 정부를 비난했다.

캐나다뿐만 아니라 북미 전 지역을 경악케 만든 캐나다 희대의 연쇄 살인마 로버트 픽튼. 지난 8년간의 재판은 끝이 났지만 그때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살인마#픽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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