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역사 탐방

희망제작소 호프메이커스 클럽 회원들과 함께 중국 실크로드 역사탐방을 다녀왔습니다. 특히 신장 웨이우얼 자치구는 약 160만㎢의 면적으로 중국 전체의 1/6을 차지하는 광대한 지역입니다. 중국 최대의 분지, 최고의 고원, 대사막, 대초원, 대고비, 대삼림은 웅대하고 장엄한 아름다움을 간직할 뿐만 아니라 서방의 황금과 중국의 비단을 바꾸고 불교와 이슬람문화를 전한 동서문물 교류의 접합점입니다. 신장의 실크로드는 사막과 낙타로만 여겨지던 과거 버려진 길이 아닌 천태만상의 자연환경과 다채로운 민속, 유전과 가스로 이어지는 막대한 지하자원을 가진 성장잠재력이 무궁한 곳입니다. 우루무치에서 카스까지의 7월 25일부터 8월 2일까지 7박 9일간의 여행을 연재 중 입니다. <기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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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가 넘는 여정의 마지막 도시 카스에 도착했다. 카슈가르란 위구르어로 '처음으로 창조된' 혹은 '옥을 모으는 곳'이라는 뜻이다. 중국 사람들은 이곳을 '커스(喀什)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한자음인 '커스거얼'의 준말이다. 하지만 위구르 사람들은 '커스'라는 말을 잘 안 쓴다고 한다.

카슈가르는 소륵국의 도읍지인데 한나라 때는 36국의 하나요. 당나라 때는 안서4진의 하나였다. 중국은 한나라 때부터 이곳을 국토방위의 최서단 요새로 간주했다. 후한 때의 명장 반초가 파미르고원을 넘어 쳐들어온 쿠샨왕조를 대파하고 부하인 감영을 무역 사절로 로마에 파견한 것도 여기다. 중동의 이슬람교가 상륙한 최초의 거점 또한 이곳이었다.

카슈가르는 알타이산맥에서 시작한 타림분지가 솟아오르면서 파미르고원으로 달려가는 해발 1294m의 낮은 고원지대이다. 동쪽으로는 타클라마칸 사막, 서부는 파미르 고원, 남부는 쿤룬 산맥으로 에워싸여 있으며, 카슈가르 강을 비롯한 3개의 강이 흐르고 있다. 연 평균 기온이 섭씨 11도이며 혹한과 혹서를 모르는 쾌적한 도시다. 카슈가르는 연 강수량이 100㎜쯤 된다. 그런데 벌써 평년 수준을 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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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파미르고원을 넘으면 곧장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란,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탄, 등의 관문으로 통한다. 따라서 로마로 가는 중국 측 마지막 역참인 셈이다.

카슈가르는 자연환경이나 역사, 사회문화나 국제관계 등 모든 면에서 신장을 함축하고 있는 고장이다. 19세기 말, 중국의 팽창에 겁먹은 러시아가 영사관을 설치했고, 러시아의 남진정책에 제동을 걸기 위해 영국도 영사관을 설치한 민감한 지역이다.

계속된 강행군에 지쳤던 일행은 카스의 일급 호텔에서 피곤을 풀고 다음날 세계의 지붕이라는 파미르고원에 있는 카라쿠리 호수를 향해 떠났다. 세계의 지붕이라 부르는 파미르고원은 알라이 산맥, 사리콜산맥, 카슈가르 산맥으로 이루어진 고원지대로 약 7천만년 전 중생대와 신생대를 경계로 하는 알프스 조산기에 형성되었다.

이곳에는 7495m 높이의 구소련 최고봉 코뮤니즘봉이 솟아 있으며, 파미르를 중심으로 천산산맥이 북쪽으로 구소련과 중국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카라쿠리호수는 파미르고원의 가장 높은 호수로 해발 3600m에 이르며 최저 수심이 30m이다. 주변은 7천 미터 이상의 산으로 둘러싸여 만년설로 덮여 있다. 이 호수는 카스를 여행하는 사람이면 꼭 보고 싶은 보석같은 곳이다.

우리 일행이 실크로드에 복을 부르는지 화를 부르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 크고 작은 비가 계속 내렸다. 급기야 악수에서 홍수를 만났지만 여기까지 따라와 심술을 부릴 줄이야! 가이드의 보고에 의하면 설산에 많은 비가 내려 길이 끊기고 호수까지 접근이 어렵다는 얘기다. 어쨌든 갈 데까지 가보고 중간에 있는 검문소에서 경찰의 얘기를 듣고 결정하기로 했다.

깔끔하게 정돈된 시내를 벗어나자 벼농사 짓는 모습이 보였다. 여태껏 처음 보는 모습이다. 옥수수, 대추나무가 보이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주변 색깔이 달라진다. 초록색 평원, 파란 하늘, 빨간 바위, 검은색 흙, 저 멀리 보이는 하얀 빙산. 참! 아름답다. 오만가지 모습을 한 주변 산 바위는 인간의 솜씨로는 불가능하다. 여기까지 왔는데 호수를 꼭 봐야지!

한참을 달려가니 검문소가 나왔다. 가이드가 경찰과 한참을 얘기한 후 전하는 얘기는 "갈 수 있으면 가라. 대신 책임은 질 수 없으니 운전사가 각서를 쓰고 가라"고 한다. 그 길은 천길 낭떠러지이고 길이 좁아 차를 돌릴 곳이 없다. 몇 명은 여기까지 왔는데 올라가자고 하지만 그런 모험은 사고를 부르는 법.

비로 길이 무너져 호수를 포기하고 빙하로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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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차를 돌려 예정에도 없던 빙하구경을 가기로 했다. 빙하로 가는 길에는 비에 흘러내린 토사와 끊긴 다리가 보인다. 계곡과 계곡 사이 산기슭에 흙이 흘러내려 풀이 자라고 이삼백평쯤 되는 삼각주에는 나무 몇 그루가 자란다. 유목민들은 여기서 천막집 파오를 짓고 살거나 흙집을 짓고 살아간다. 험난한 지역에서 양과 소 야크를 기르며 가난하게 살아가지만 순박한 사람들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웃음을 지으며 아이들은 반갑게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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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오이마크 산 정상에 눈 덮인 빙하가 구름에 쌓여 한 폭의 그림을 만든다. 해발 2769m의 약간 평평한 지역에는 유목민이 몇 가구 산다. 양떼와 소 야크가 한가롭게 풀을 뜯는 인근에는 몇 채의 흙담집이 보인다. 그러나 이곳의 주택은 흙보다는 돌이 건축 재료로  더 많이 들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겨울에 눈이 많이 올 때 눈 무게를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한 시간쯤 주변을 둘러 본 일행은 여름에 눈 구경을 하고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카스를 향한다.

카슈가리묘 - 위구르의 성인이 잠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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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가는 도중 카슈카리묘에 들렀다. 저명한 위구르족 언어학자인 무함마드 카슈카리는 1008년에 출생했으며 세계 최초의 돌궐어사전인 <돌궐어대사전>을 편찬하였다. 현지 위구르인들은 그를 성인으로 받들며 이 산을 성스러운 산으로 칭한다. 묘는 1985년에 중건되었으며 묘의 북쪽에는 문물전시관이 있다.

오늘 저녁식사는 동행한 하나투어 권희석 대표가 희사한 양 두 마리 분의 바비큐이다. 치니바그 구역에 자리한 이 건물은 쿤수러 연회장이라는 이름의 무슬림 식당이다. 정원에는 116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높이 25미터가 넘는 원관유 한 그루가 서 있다. 이 식당은 중국 양고기 요리대회에서  일등을 한 식당이라 맛이 일품이다.

중국 최고의 양고기 요리집에서 여행 쫑파티

신장 지역은 소와 양이 많이 생산되는 중국 목축업 기지의 하나다.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민족들은 주로 소고기와 양고기를 먹는다. 양꼬치구이는 중국 각지에 널리 전파되어 있으나 원조는 역시 신장에 있다. 신장에는 목탄 양꼬치 구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과목 구이, 낭갱 구이, 구운 고기볶음 등 여러 가지 요리 방식이 있다.

통양구이는 신장 음식 중 가장 비싼 음식의 하나다. 노랗게 구운 양 껍질은 아삭하고 고기는 연하며 향과 맛 또한 일품이다. 귀한 손님을 접대하는 음식인 동시에 길가에서 판매하는 민속 음식으로 국내외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다.

원기준 목사의 사회로 시작한 양고기 파티는 웃음꽃을 피우며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윤여임 화성조란목장 대표는 신장 가무단과 일행의 박수를 받으며 생일상을 받았다. 파티에는 식당에서 특별 초대한 카슈가르 무용수들의 화려한 율동과 노래가 흥취를 더 했다.

신장은 자고로 다민족 집거지이면서 가무의 고향으로 부른다. 웨이우얼족, 카자흐족, 키르기스족, 타지커족, 몽고족, 시버족, 우즈베크족, 타타얼족, 만주족 등 민족은 모두 노래와 춤에 능하며 음악과 민속무는 형식이 다채로운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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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우얼족 가무와 오락을 결합시킨 마이시라이푸는 민간에서 성행하는 오락 방식으로 저녁 또는 휴식 시간이면 여기저기서 소규모로 열린다. 화려한 민족복장을 입고 전문 밴드의 반주 속에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하는 카슈가르의 다오랑 마이시라이푸는 소박하면서도 호탕하며 곡조가 경쾌하고 열정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역만리 실크로드 카슈가르의 여행 마지막 날 밤은 너무 짧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