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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일본 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
 책 <일본 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
ⓒ 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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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블로그 등에서 화려한 글 솜씨를 자랑하고 있는 필명 '테츠', 박철현씨. <오마이뉴스>의 일본 해외통신원이자, 일본 뉴스 전문 사이트인 <제이피뉴스>의 기자인 그는 현재 전여옥씨의 출세작 <일본은 없다>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인터뷰 기사로 법정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1, 2심에서 승소하고 대법원 상고 중인 이 사건만큼이나 그의 인생은 참으로 파란만장하다. <일본 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는 일본에 건너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저자의 이야기다. 그의 일본 정착기에는 사랑하는 아내인 미와코와의 만남부터 세 아이의 부모가 된 지금까지의 생활이 담겨 있다.

일본 연수를 떠난 지 두 달 만에 미와코를 만났고 사귄 지 한 달 만에 동거를 시작해서 6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한 스토리는 참 대단해 보인다. 미와코의 주변 친구들은 '외국인의 위장 결혼 작전에 가련한 일본인 여성이 속아 넘어간 것 아니냐'고 걱정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프러포즈는 저자가 아닌 미와코가 먼저 한다.

결혼한 지 7년 된 이 부부가 각방 쓰는 이유

둘의 만남은 그야말로 '우연이 아니다'라고 말할 만큼 극적이다.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 다닌 커뮤니티에서 옆 자리 선생이었던 미와코가 순식간에 여자친구가 되어 버린 것. 그것은 바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라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영화 감독 덕분이었다.

만난 지 한 달 만에 동거를 시작하지만 각방을 쓰자는 미와코의 말에 엄청난 문화충격을 받았다는 저자. 나중에 알고 보니 일본에서도 동거 시작과 동시에 각방을 쓰는 커플은 드물다고 한다. 미와코의 각방 철학은 생활하는 공간은 공유한다고 하더라도 잠만큼은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현재 이 커플은 결혼한 지 7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각방을 쓰고 있다. 저자 역시 처음에는 문화충격에 빠져 허우적거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각방의 편리함에 눈을 떴다고 한다. 동거 후 첫 섹스는? 크리스마스 이브 날, 열려 있는 미와코의 방문을 엿보면서 시작된다.

이 책의 매력은 저자의 이런 솔직함에서 비롯된다. 원래 그는 자신들의 연애 이야기가 뭐 대단한 거라고 책으로 내냐고 정색을 했다고 한다. 부끄럽기도 하고 쑥스러워서이기도 하다. 원래 <제이피뉴스>라는 매체에 연재하던 것을 제법 인기가 있어 책으로 엮었다고 하는데, 이런 인기의 바탕에는 저자 특유의 유머가 깔려 있다.

저자 나름의 인생철학도 있다. 연애는 결국 어떠한 인상을 주고받는 것이라는 생각엔 나도 공감이 간다. 사람들은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 인상이 첫인상이 될 수도 있고 나중 인상이 될 수도 있다.

믿음과 신뢰로 어려움 이겨낸 박철현·미와코 부부


"미와코는 나를 만나기 전까지 남자를 신뢰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마음과는 별개의 감정으로 '남자는 다 그렇다'라는 인상을 줄곧 가지고 있다가 우연히 만난, 처음엔 오타쿠로 보였던 외국인 남자에게 처음으로 '신뢰'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일본 마당발 박철현 기자.
 일본 마당발 박철현 기자.
ⓒ 윤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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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국적을 막론하고 어디서나 서로간의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연결된 사람들은 양가 집안의 반대도 서로에 대한 신뢰로 다 해결하고 세 아이의 부모가 되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막내이자 유일한 아들인 준이 태어나던 날 이야기인데, 저자의 육아담이 재미있게 실려 있다.

지방 출신이라 아들에 대해 더 애틋한 맘이 있었건만, 두 딸의 장염 때문에 병원에도 가지 못한 아빠. 한 달이라는 산후 조리 기간에 산모 음식을 만들고 집안일을 도맡아 할 수 있는 한국 남자가 얼마나 있을까? 부모님들과 떨어져 살다보니 가장으로서의 독립심과 책임감이 더 두터워진 게 아닐까 싶다.

첫 아이를 유산한 아픔이 있었지만, 두 딸을 줄줄이 낳고 결혼 5년 만에 셋째까지 얻은 이 가정의 모습이 참 다복해 보인다. 어떤 가정이든 다 우여곡절이 있기 마련이지만 타지에서 다른 이의 도움도 하나 없이 이렇게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부부의 인내와 사랑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전 <주간현대>와 <프라이데이> 편집장인 모토키 마사히코씨는 이 책을 소개하는 글에서 '돌격 취재의 달인이 풀어놓는 실화 러브스토리. 이 사랑 이야기는 아마 전설이 될 것이다'라는 말로 저자를 극찬한다. 좀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마음에 와 닿는다. 모든 사랑이 곧 전설이자, 달콤함과 씁쓸함이 공존하는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기에….


일본 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 - 사랑에 목숨 건 박철현의 새콤달콤 문화연애학

박철현 지음, 창해(2010)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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