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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 노동자들이 수개월째 농성을 하는 공장에서 열린 가족한마당 모습. 이들의 웃음을 되찾아 줄 정치인들은 없을까.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 노동자들이 수개월째 농성을 하는 공장에서 열린 가족한마당 모습. 이들의 웃음을 되찾아 줄 정치인들은 없을까. ⓒ 윤평호

선거 때만 되면 유권자들은 '왕'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후보들은 너나 없이 유권자들에게 손을 내밀고 시도때도 없이 인사를 건넨다. 본인으로도 모자라 아내를 대동하는가 하면 운동원들까지 우루르 몰려와 허리를 조아리고 사라진다.

선거철이면 치솟는 유권자들의 값어치. 모든 유권자들에게 허락된 대우는 아니다. 지난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로당은 후보들과 운동원들 발길로 문턱이 닳을 정도였다. 반면 찾는 이 없어 썰렁한 곳도 있었다. 천안시 성거읍에 소재한 발레오공조코리아 천안사업장이 그랬다.

지방선거 열기가 달궈지기 한참 전인 지난해 11월부터 그곳에서는 단물만 쏙 빼먹고 철수한 먹튀자본의 횡포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외국계 자본이 지배하는 회사측의 일방적인 전원 정리해고와 공장 청산에 맞서 180여 명 근로자, 5백여 가족의 생계를 지키느라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 노동자들은 계절이 세 번 바뀌는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기계소리 멈춘 공장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1백여명의 유권자들이 늘 모여 있고 수백명 유권자들 생계가 걸린 농성 현장이지만 지방선거 기간 동안 이곳을 찾은 후보들은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직접 방문은 하지 않았어도 일부는 선거를 의식한 탓인지 관심을 보였다. 이들 가운데 몇몇은 당선의 영예를 안았지만 그들이 취임 후 한 일이라고는 아직까지 아무것도 없다. 아마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반짝 관심'이었을지도 모른다.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 1백여명 조합원들이 번갈아 한뎃잠을 자며 농성중인 공장은 지방선거 이튿날 전기와 수도가 모두 끊겼다. 노조가 임시방편으로 한전과 계약을 맺고 외부에서 전기를 인입했지만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7월 28일은 천안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보궐선거 지역구에 속하지만 후보들 발길이 없기는 지방선거철과 다를 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대기업 전 회장인 한나라당 후보나 386세대 정치인인 민주당 후보나 현직 의사인 자유선진당 후보나 지금까지 기자회견과 인터뷰로 많은 공약을 공개했지만 노동과 관련된 공약은 한 줄도 없었다. 그들에게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 농성장의 노동자들은 '잊혀진 유권자들'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82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먹튀자본#지방선거#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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