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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3월 18일자 조선일보 사설 '국민의 電波를 되찾아야 할 때다' (인터넷판)
2004년 3월 18일자 조선일보 사설 '국민의 電波를 되찾아야 할 때다' (인터넷판) ⓒ 조선닷컴 화면

나는 여태껏 조선일보 맞은 편에서 싸워 온 사람이다. 90년대 말부터 안티조선 활동을 했고, 2000년대 초엔 태평로 본사 앞에서 조선일보 반대 일인시위를 50일 가까이 했으며, 그 뒤에도 구독거부운동 등 조선일보의 불공정행위를 고발하는 일에도 미력이나마 힘을 보탰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조선일보의 잘못한 점을 폭로하고 고발하는 글쓰는 일을 멈춘 적이 없다.

그런 나이지만, 그러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KBS 수신료 인상 문제 만큼은 조선일보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아니, 공감 정도가 아니라 그 치열한 문제의식과 정확한 판단, 올곧은 지적에 탄복·감복·경복해마지 않는다. 도대체 조선일보가 뭐라 했기에?

조선일보 '구문'이 살아 숨쉬는 '조선 DB'를 뒤져 폐부를 꿰뚫는 조선일보의 웅변을 깔끔하게 3개만 들어 보도록 하자.

"KBS가 정권의 대변에 앞장선다면 국민은 시청료를 낼 이유가 없다"

조선일보는 일찌기 2004년 3월 18일자 사설 <국민의 전파를 되찾아야 할 때다>에서 "국가기간방송인 KBS가 주권자인 국민보다 정권의 대변에 앞장선다면 국민은 시청료를 낼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런 방송이라면 국민의 세금이나 시청료가 아니라 특정 정파의 당비로 운영돼야 마땅"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어 "이제 우리 방송 현실에선 '공영'이란 형식적인 위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국민을 거듭 속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이럴 바에는 차라리 솔직하게 국영으로 되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그래도 덜 부끄러울 것이다"고 냉소했다. 더운 날 등목하는 것처럼 참으로 속시원한 말 아닌가?

"국민이 방송주권을 행사할 수 있으려면 통합징수부터 풀어야 한다"

조선일보가 2004년 10월 15일자 사설 <일본 NHK의 시청료 거부사태와 KBS>를 통해 권고한 '수신료 인상에 대처하는 국민의 자세'도 음미할 만하다. "국민이 전파의 주인으로서 일본처럼 방송주권을 행사할 수 있으려면 통합징수부터 풀어야 한다"는 말이 그것이다.

조선일보가 예로 든 일본 공영방송 NHK는 지금도 시청료 징수원들이 집으로 시청료를 받으러 다닌다고 한다. "1980년 일부 정치인과 관리들이 시청료 강제 납부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할 때 (NHK가) 오히려 시청자 신뢰에 바탕을 둔 자율적 방송기관이라는 점을 내세워 스스로 반대"해서 그렇다는 거다.

조선일보는 "KBS는 한 번도 권력의 반대편에 서서 권력을 감시 비판한 적이 없"는데도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1994년 전기료에 묶어 거두는 통합징수제를 스스로 추진하고 성사시킨 게 KBS의 염치와 양식의 수준"이라고 비판하면서, 그 뒤에 "NHK는 수입의 98.5%를 시청료로 충당하면서도 자발적 납부에 기대고 있다"는 말을 주해처럼 덧붙였다.

"KBS 수신료 인상은 공영방송 본모습 찾은 뒤에"

노무현 정권 때 작성된 사설만 소개해서 다소 실망하는 분들이 계실까봐 정권교체 뒤에 쓰인 따끈한(?) 사설 한 편을 특별히 소개해 드릴까 한다. <KBS 수신료 인상은 공영방송 본모습 찾은 뒤에>란 제목을 단 2008년 9월 20일자 사설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한 조선일보의 원칙은 확고하다. "KBS의 수신료 인상 시도가 지금까지 번번이 실패한 것은 KBS가 공영방송의 공영성을 저버리고 정권의 권력적, 이념적 앞잡이 노릇을 한 데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 워낙 완강했기 때문"이고, 따라서 "KBS 수신료 인상은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들로부터 KBS가 이제는 공영방송다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난 다음에 생각할 일"이라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또 "KBS는 2004~2007년 1172억원의 누적 손실이 발생했고 올해도 수백억 적자가 예상"되는데도 매출액 대비 인건비성 경비 비율이 타방송사보다 훨씬 높을 뿐 아니라 "평균 급여도 삼성전자(6021만원)보다도 훨씬 많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누구든 이런 회사를 위해 수신료를 인상해야겠다고 말을 꺼낼 수 없고 꺼내서도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조선일보 멋쟁이"란 말이 입 밖으로 절로 튀어나오지 않는가.

덧붙이는 글 | <미디어스>에도 송고한 글입니다.



#KBS 수신료 인상#조선일보 한 입 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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