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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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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공지!! 오늘 PD수첩 20주년 토크 콘서트 트윗 보고 오시는 분들!!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일산 MBC 드림센터 1층 로비에 있는 커피프린스! 유명한 PD들은 없이 저 딸랑 혼자! 오실분들 DM주삼~"

20일 오전이었나요? PD님이 올리신 글이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걸 보고, 잠시 혹했더랍니다. 이문세씨가 사회를 보고, 김창완, 이상은, 노영심씨 등이 함께 한다는 <PD수첩> 20주년 토크콘서트 소식에, 오랜만에 일산 MBC 나들이를 해볼까 싶었거든요.

게다가 개인적으로 약간 친분이 있는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씨와 하루 전 만났던 터라, 20주년 기념 <PD수첩 진실의 목격자들>의 출간 소식도 알고 있었거든요. 날카롭고 풍성한 인터뷰를 하기로 유명한 지승호씨가 과연 역대 제작진과 어떤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을지 궁금했었답니다.

물론 저의 게으름 탓에 일산으로 발걸음을 향하진 못했지만, 맞팔을 해 주신 PD님의 트위터(@luckypd)를 통해 콘서트 전후의 이야기는 실시간으로 훔쳐볼 수 있었습니다. 생생한 콘서트 현장 사진도 반가웠고, 번개 참석자와 벌어졌다는 한바탕 난리는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졌지요.

그리고 이틀을 기다려 한국과 나이지리아전을 기다리던 22일 밤, PD수첩 '닥본사' 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책임지실 겁니까? 30대 남자가 야밤에 흘린, 청승맞은 눈물을 어떻게 보상하실 거냔 말입니다.

YTN, 용산, 미네르바, 촛불, 100점짜리 오프닝

 가수 김창완씨의 무대, 좋았습니다.
 가수 김창완씨의 무대, 좋았습니다.
ⓒ 오행운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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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이상은씨의 무대.
 가수 이상은씨의 무대.
ⓒ 오행운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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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뉴스채널 YTN의 기자들이다. 아니, 우리는 YTN의 기자들이었다. 2008년 10월 6일, 우리의 시계는 그때 멈췄다. 2008년 7월, 대선당시 특정후보 캠프에서 언론특보를 지냈던 이가 사장으로 왔다. 싸웠다. 버텼다. 방송을 지키고자 싸우고 또 버텼다. 6명의 기자가 해직됐다. 절대 무릎을 꺾지 않겠다고 우리는 남은 동료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내레이션 노종면 YTN 해직기자'라는 자막이 뜨는 순간 놀라움과 처연함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그가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담담히 YTN을 둘러싼 그간의 상황을 담담히 읽어 내려갈 때, 잊었던 막막함이 밀려왔습니다.

해직기자들이 YTN에 앞에 서 있던 화면은 또 어떤가요. "2010년 6월 우리는 지금도 거리에 서 있다"는 나직하면서도 굳건한 울림과 기자들의 모습이 겹쳐지며 울컥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후엔 더더욱 놀랐습니다. 다음 내레이터로 용산 참사 유가족 정영신씨가 나섰기 때문이었죠. "나는 그때 용산 망루에 올랐다, 시부모님, 남편과 함께였다, 실종됐던 시아버님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내 남편 이충연은 열흘 뒤 구속됐다." 조금씩 잊혀져 가는, 그러나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용산 참사를 기어이 떠올리게 만드는 그 뚝심에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뒤이어 나온 어둠 속에서 몸무게가 40kg이나 빠졌다는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내뱉은 "내게 세상은 다시 감옥이었다"는 나직한 음성은 지금 우리 사회에 대한 절망 그 자체와 맞닿아 있었고요. 촛불소녀 한채민씨의 청아한 목소리는 반가웠습니다. "제가 그때 본 것은 아마도 희망이란 것이 맞겠죠?"라는 물음에 반갑게 화답하고도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2010년 6월, 저는 지금 여기 혼자 있어요. 광장에서 만났던 언니, 오빠들, 아줌마, 아저씨들 어떻게 지내세요? 당신 안의 촛불은 지금… 안녕하신가요?"라고 묻는 한채민 양의 물음에 결국 참았던 눈물이 흐르고 말았습니다.

맞아요. 우리가 들었던 그 촛불은, 우리 안의 촛불은 지금 꺼져있을 까요, 아니면 생생히 타오르고 있는 걸까요. 저 또한 스스로에게 묻게 되더군요. 그런데 그런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 저 혼자만은 아니더군요. 실시간으로 방송을 같이 시청하던 많은 트위터 친구들이 자신의 눈물을 고백하고 있었거든요. 

연이어 바비 킴이 부른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이란 가사의 <소나무>를 들으면서, 저는 그 오프닝만으로도 <PD수첩> 20주년 방송은 제 할 일을 다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어요.

YTN 기자 해직과 관련한 언론 장악, 용산 참사라는 참혹한 사건과 공권력, '미네르바' 박대성씨와 관련된 '고소' 정부, 무엇보다 '촛불' 이후 닫혀버린 우리의 광장, 그리고 우리 안의 촛불. MB 정부 이후의 암울했던 현안들을 당사자들의 입으로 다시금 조명하고 '망각'에 대해 일침을 가해 준 것 만으로 감사할 따름이었으니까요.

전원책 변호사, 왜 나오신 겁니까?

 PD수첩 20주년 기념 토크 콘서트, '대한민국, 안녕하십니까'
 PD수첩 20주년 기념 토크 콘서트, '대한민국, 안녕하십니까'
ⓒ 오행운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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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사실 그 이후 이어진 '대한민국, 안녕하십니까'라는 토크는 조금 안쓰러워보였어요. 물론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면 대통령을 욕할 수가 없죠"라며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다'라는 논지를 펼치는 전원책 변호사의 활약 때문이었죠.

아무래도 균형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지상파 방송의 중립성은 충분히 이해해요. 그래서 "요즘 너무나도 행복합니다"라던 가수 이문세씨를 사회자로 선정하셨을 테지요.

역시나 그럼에도, "PD수첩이든 미네르바든 반성하는 태도는 있어야 합니다, 명백한 오류를 냈을 때는 해명을 취해야 한다"며 짐짓 뒷짐 지고 근엄하게 얘기하는 태도를 20주년 기념 방송에서 꼭 봐야했을까 싶었어요. 진중권 교수가 열심히 반박을 해도 말이지요.

아, 이어 등장한 김창완, 이상은씨도 반가웠습니다. 특히나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는 김창완씨의 느슨한 저항 정신은요. <PD 수첩> 식구들도 계속 그렇게 싸워 줄 것을 믿거든요. 그건 '우리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라는 <PD 수첩>의 캐치프레이즈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대통령의 특별출연, 통쾌했다

 토크 콘서트 진행을 맡은 가수 이문세씨와 손정은 아나운서.
 토크 콘서트 진행을 맡은 가수 이문세씨와 손정은 아나운서.
ⓒ 오행운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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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990년 5월 8일 첫 방송이 된 이래로 <PD수첩>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화면에서도 제작진의 꼼꼼함이 묻어나더군요. 사회 문제에 천착한 앞선 10년과 권력의 부조리를 고발했다는 이후 10년의 구분. 그리고 20년 동안 한 기획들을 중 MBC 노동조합 파업과 경찰 투입 현장, 두 여중생의 어릴적 사진과 함께 다시 언급한 효순, 미선이 사건의 집중 조명 등을 보며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 중 압권은 이명박 대통령의 출연이었어요. 지금도 항소심에 시달리고 있는 제작진이 "자신보다 자녀의 건강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뼈저린 반성 운운한 대통령의 기자회견 모습을 삽입한 것 말이에요. 소심한 복수일지 모르겠지만, 통쾌하기 그지없던데요?

그간 고생했던 PD분들의 얼굴도 반가웠습니다. 송일준, 최진용, 최승호 PD가 뉴스나 보도 톤이 아닌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건 처음 아니었을까요? 아마도 황우석 사태가 특히 그랬을 텐데, 가족들이 말릴 정도로 위협을 받으셨을 걸 생각하니 조금은 짠해지더군요.

'방송내용은 완전무결해야 하고, 부당한 압력엔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는 취지의 최승호 PD의 말씀에서도 <PD 수첩>이 보여준 결기가 엿보여서 좋았습니다. 그에 대한 화답은 프리랜서 이여영 기자가 말한대로 "대표적인 탐사 보도 프로그램이 존재하느냐가 언론 자유의 척도인데, 언론자유가 완전해지는 그날까지 제작진이 더 열심히 해달라"는 당부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탄압받는 당신의 사상을 지지합니다

 PD수첩 20주년 기념 토크콘서트를 찾아준 방청객들의 모습.
 PD수첩 20주년 기념 토크콘서트를 찾아준 방청객들의 모습.
ⓒ 오행운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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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토크콘서트가 풍성했던 건, 과거를 돌아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현안을 고발했다는 것이겠지요. 뉴타운으로 대변되는 재개발 사업과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세입자들의 아픔을 다시 한번 짚어준 것은 앞으로도 사회 고발, 탐사 프로그램으로의 정신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느껴졌습니다. 재개발로 피해를 입은 윤유식 군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을 때, 사회의 약자들과 함께 하겠다는 취지의 완성으로 보이기도 했답니다.

방송이 끝난 오전 1시, 트위터 친구들과 응원과 격려, 질타를 모두 수렴한 뒤 PD님은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리셨습니다.

"오늘 여러분께서 PD수첩 앞으로 보내주신 특별한 사랑, 격려, 걱정, 질책은 제가 모아모아모아서 제작진 모두 함께 나누겠습니다. 대한민국 저널리즘의 빛나는 역사 PD수첩은 우리시대의 정직한 목격자의 길을 앞으로도 뚜벅뚜벅 걷겠습니다!!"

네, 앞으로도 애정과 비판, 상반된 두 시선으로 <PD 수첩>의 행보를 지켜보겠습니다. 콘서트에 함께한 관객들 종이비행기에 날린 응원글을 소개해 주셨죠? "<PD수첩>은 약자들의 효자손이다, <PD 수첩>은 슈퍼맨이다, 정의를 수호하니까, <PD 수첩>은 인동초다. 매서운 눈보라를 20년간 버텨냈으니까."

그렇담,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써 저도 한마디 거들겠습니다. 징계 문제로 힘드시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방송에서 자막으로 내보내신 볼테르의 경구를 다시금 돌려드리겠습니다.

"나는 당신의 사상에 반대한다. 그러나 당신이 당신의 사상 때문에 탄압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편에서 싸울 것이다. -F. M. Valtaire(볼테르) -"

PS. 힘내십시오! 트위터에서 또 종종 뵙겠습니다. 이 글 보시고 맞팔 거두시면 안 됩니다!


#PD수첩#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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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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