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비산나루터 축제라고?""아니, 여기가 나루터였단 말이야? 그러니까 배가 드나들었단 말이지?"지난 19일, 경북 구미시 비산동, 이 마을에 큰 잔치가 열린다고 해서 찾아온 발걸음을 반겨주는 펼침막이 매우 정겹습니다. 낙동강 가에 자리잡은 곳이라서 좋은 곳에서 잔치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잔치에 걸린 이름이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비산 나루터 문화축제' 그것도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마을잔치랍니다. 마을 잔치라고 하기엔 꽤나 크게 열렸네요. 비산동 낙동강 가 잔치가 열리는 체육공원 들머리엔 여러 가지 사진을 전시하고 있어요. 그 옛날 이곳이 나루터였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는 사진을 보면서 그윽한 옛 풍경이 한참 동안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물류교역의 중심지, 비산나루터(비산진緋山津)
소금배가 드나들고, 다른 지역에서 온 장사꾼들이 바로 이곳 비산 나루터에 모여서 장사를 하곤 했다고 하네요. 낙동강에 조각배를 띄우고 그 위에 리어카를 실은 사진이 매우 재밌어요. '리어카에 채소를 팔고 집으로...'라는 제목이 달려있는데, 아마도 강 건너로 채소장사를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인가 봐요. 사람도 여럿 타고 있네요. 배위에 리어카와 사람이 함께 타고 들어오는 사진이 지난날 이곳 사람들의 생활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또 옛 문헌 속에 바다의 해산물과 육지의 농산물을 실어 나르던 중심지였다는 것을 나타내는 증거사진도 함께 전시가 되었어요. 물류교역의 중심지였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답니다. 어른들의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나루터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데 모아 갈무리하고 그 옛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뜻 깊은 일이었어요.
지난 1985년까지 나룻배가 운행되었다는 이곳에서 열린 잔치가 어른들한테는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는 자리이고, 젊은이들한테는 지난날, 비산나루터가 지닌 역사와 강가 지역 사람들이 살아온 생활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문화축제가 되겠네요. 지금은 교통이 발달하여 지난날 나루터 시절의 삶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이러한 역사를 더듬어보면서 교훈으로 삼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었답니다.
'1회성'에 그치지 않는 문화잔치로 이어지기를이번에 우리 지역에서 이렇게 좋은 문화잔치를 한다는 게 퍽이나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사실 구미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던 나조차도 비산동에 지난날 나루터가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답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한 분들이 매우 궁금했어요. 마침 비산 동장님인 이원교씨와 한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이야기를 들어봤답니다. 역사적으로도 매우 가치 있고, 소중한 자원인 비산나루터의 역사도 널리 알리고, 이것과 더불어 지역주민들이 한데 어울려 즐거운 잔치 자리가 되었다는 게 퍽이나 뜻 깊은 일이라고 말하더군요.
이 행사가 열린 비산체육공원에는 지난해에 새로 문을 연 곳인데, 주민들이 맘껏 쉴 수 있고 언제든지 운동도 할 수 있도록 그네와 널뛰기, 씨름장, 족구장, 게이트볼장, 무대 등을 따로 마련했다고 합니다. 이런 곳에서 문화잔치를 열게 되어 모두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참 흐뭇하다고 하셨답니다.
이번 행사에는 구미시에서 주최하고 구미예총이 주관하는 '찾아가는 예술행사'를 함께 이어서 펼쳤답니다. 여러 가지 공연과 음악이 어우러져 '주민노래자랑'이나 나루터체험과 같은 행사를 함께 치렀지요.
동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꼭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전했답니다. 구미시는 오랫동안 공단지역으로 자리 잡은 도시이기에 이런 볼거리, 놀거리가 있는 '축제'가 많지 않았어요. 이렇게 좋은 행사를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오랫동안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얘기했더니,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모든 축제가 거의 1회성에 그치는 행사가 많았지만, 이 '비산나루터 문화축제'는 그렇지 않을 겁니다. 1회성에 그치는 행사가 아니라 앞으로도 해를 거듭하며 쭉 이어갈 겁니다. 오늘만 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와 함께 즐기고 참여하는 모습이 매우 즐겁지 않습니까?"이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한 분의 믿음에 찬 이야기를 들으니, 제 바람대로 잘 될 거란 생각이 들어 무척이나 흐뭇하군요. 부디 이 말대로 어쩌면 삭막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는 공단지역에 이 멋진 '문화잔치'가 제대로 자리 잡아서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