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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공사현장의 인부들이 일손을 놓고 있다. 지방정부가 환경영향평가의 공사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며 시공업체에게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공사장을 오가는 덤프트럭도 눈에 띄게 줄었다. 트럭이 다니는 길목마다 과적, 분진, 소음 단속이 24시간 계속됐고 주요 도로는 공사차량의 통행이 금지됐다. 준설토 적치장은 소음방지막, 가설방진막이 완벽히 설치될 때까지 사용할 수 없고 일부는 허가가 취소됐다."

 

현재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야권 광역단체장들이 취임하는 7월 1일 이후에는 가능한 일이다. 민주당이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해 지자체장의 권한을 활용한 저지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앞으로 4대강 공사현장 곳곳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당선자들 릴레이 선언... 힘 받는 '4대강 저지'

 

민주당은 7일 오전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가 이번 6·2지방선거로 드러난 여론을 무시하고 4대강 사업에 계속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변재일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4대강 사업 중단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MB정부는 4대강 관련 사업비를 집중 집행하고 홍보를 강화할 것"이라며 "내년 이후에는 매몰비용으로 인해 사업을 중단 시키지 못하게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민주당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와 지방자치단체가 공조하는 대응 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변 부의장은 "지자체 인수위원회에 '4대강 특별위원회'와 범사회적인 기구를 구성하고, 적치장 인허가, 수변경관 재개발 등의 예산집행을 재검토하겠다"며 "또 환경영향평가를 재실시 하는 등 지자체장의 권한을 활용한 저지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우선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해 중앙당과 국회차원의 릴레이 공청회를 열고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또 경남, 인천, 충남, 충북, 전남, 전북 등 지자체들의 '4대강 협의체'를 구성해 4대강 사업을 저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행정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각 지자체장 당선자들은 앞 다투어 4대강 사업 저지 선언을 이어갔다. 특히 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와 이시종 충북지사 당선자, 무소속 김두관 경남지사 당선자는 당선 직후부터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입장을 뚜렷하게 밝혔다.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는 지난 5일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4대강과 세종시는 (6·2지방선거를 통해) 이미 국민이 결론을 내렸다. 국민 대다수가 하지 말라고 했으니 내가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금강 본류에 대한 정비는 중단하고 지천과 소하천을 정비하는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두관 경남지사 당선자는 대통령과의 직접 면담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3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토부는 이미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됐기 때문에 철회할 수 없다고 하지만 그 논리라면 이미 5조 원 이상 사업비가 집행된 세종시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대통령 면담을 통해 사업 재고를 요청하는 등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해 도지사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시종 충북지사 당선자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보를 세워 운하를 하려는 것과 준설을 해서 배가 다니게 하는 것은 반대한다"며 "소하천이나 지천을 정비해 홍수를 예방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도지사가 위탁받아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사업은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여기에 4대강 사업 반대 입장 표명에 소극적이었던 강운태 민주당 광주시장 당선자도 '반대'를 선언했다. 그는 "보를 설치하고 준설하는 방식의 4대강 사업은 중단해야 한다"며 "4대강 사업 예산이 수질개선 사업에 쓰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4대강 저지 나선 지자체장 권한 얼마나 되나

 

이처럼 지자체장 당선자들의 4대강 사업 저지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 영향력을 놓고 정부와 지자체간의 날선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이 이미 상당히 진척됐고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지자체장들의 반대 활동은 의미 없다는 입장이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은 하천법상 '국가 하천'으로, 이를 대상으로 하는 공사는 중앙정부의 소관이다. 특히 사업의 핵심 사항인 보 건설과 강바닥 준설 공사는 국토해양부 산하 지방국토관리청과 한국수자원공사가 직접 주관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가 공사를 중단시킬 권한은 없다.

 

그러나 지자체가 협조하지 않으면 공사는 계획대로 진행되기 어렵다. 지자체가 일부 예산을 부담하거나 인허가 권한을 가진 사업이 있기 때문이다.

 

강바닥 준설로 발생한 모래를 쌓아 놓는 적치장에 대한 인허가와 하천 인근 농경지 개조에 대한 권한은 모두 지자체장에게 있다. 농경지 개조는 준설한 모래를 하천 주변 농경지에 쌓아 농경지를 높여 재방을 대신하게 하는 공사다. 적치장을 사용할 수 없고 주변 농경지에도 모래를 쌓을 수 없게 되면 준설공사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공원 조성과 자전거 도로 설치와 같은 '수변경관 개발사업'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재정을 분담한다. 지자체가 예산을 전면 재검토하고 집행을 중단한다면 공사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식수원 관리, 수질 오염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도 지자체장이 행정권을 가지고 있다. 지자체장이 식수원 보호를 위해 공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추진하면 공사 기일은 그만큼 늦어진다.

 

정부는 이 같은 자자체의 4대강 사업 저지 방침에 일단은 강경한 태도로 맞서고 있지만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4대강 #지방선거#이시종#안희정#김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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