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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설계변경 후 데크 마당과 연결된 데크를 만들라고 해서 만들었더니 마당쪽으로 울타리를 만들면 아늑할 것 같다며 설계변경을 요구하였다.
첫 번째 설계변경 후 데크마당과 연결된 데크를 만들라고 해서 만들었더니 마당쪽으로 울타리를 만들면 아늑할 것 같다며 설계변경을 요구하였다. ⓒ 정부흥

데크만들기 마무리 공정

요즈음 사람들은 자기집을 지은 의미를 생각해보지도 않고 그 재미도 모른다. 분업의 세상인지라 혼자 힘으로 집을 지을 수도 없고 지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내 경험에 의하면, 데크를 만드는 일이나, 창고, 꼬마별장 등을 느낌과 필요에 따라 설계를 바꿔가며 나무로 건축물을 완성해가는 과정은 무엇에도 비할 바 없는 즐겁고 흥미로운 일이다.

집의 의미는 정착이다. 집을 짓는다는 의미는 안정되고 조화로운 삶을 바라는 염원과 일맥상통한다. 무엇을 만드는 일은 창조적인 성격이 강하다. 집을 짓고 가구를 만드는 일에 열중하다 보면 창조의 본질과 접할 기회가 많다. 한옥, 흙집, 미국식 경량목구조, 서양식 중목구조 건물을 짓는 일도 그럴 것이다. 언젠가는 집사람과 여러 가지 집을 지어보고 각 집에 어울리는 가구도 손수 만들어 볼 계획이다.

계속되는 설계변경

현관입구로 통하는 계단 받침대와 상판을 얻는 작업을 끝내고 입구에 발판까지 설치했으니 이번 데크공사는 완공된 셈이다. 그러나 집사람 계산으로는 아직 다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거실 앞쪽으로 울타리를 만들고 그 안에 야외탁자를 놓으면 아늑한 분위기가 연출되지 않겠느냐며 은근히 유혹한다.

'요구가 많아진다는 것은 만들고 있는 데크에 만족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는 생각에 크게 무리가 없으면 기꺼이 동의한다. 목요일 오전과 오후 시간을 이용하여 데크의 가장자리에 울타리를 만들어 집사람이 원하는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해봤다. 

데크 울타리 마당쪽으로 울타리를 치면 아늑해질 것이라며 설계변경을 요구해와 4X4 각재 2개를 사와 울타리를 만들어 설치했다.
데크 울타리마당쪽으로 울타리를 치면 아늑해질 것이라며 설계변경을 요구해와 4X4 각재 2개를 사와 울타리를 만들어 설치했다. ⓒ 정부흥

이번에는 플라스틱 의자가 눈에 거슬린다는 것이다. 집사람은 미적 감각이 아주 좋은 편이다. 대부분 집사람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 놓고 보면 잘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데크 울타리에 고정식 긴 의자를 부착해야 할 때인 모양이다.

마지막 공정일 거라고 생각하고 울타리에 고정식 긴 의자를 부착하기 위해 필요한 목재를 구입하여 집으로 들어서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급한 시장기를 면하고, 데크로 나오자 장비들이 흥건히 적셨다. 급히 현관으로 옮겨 물기를 제거하고 방청유를 발라 정리하였다.

데크 만드는 공구들 쏟아지는 비를 피해 급히 현관으로 대피한 장비들
데크 만드는 공구들쏟아지는 비를 피해 급히 현관으로 대피한 장비들 ⓒ 정부흥

데크 시공공정이 마무리 단계가 되자 전체 윤곽을 들어난다. 집사람 설계변경 요구가 또 들어온다. 울타리 쪽은 공간이 협소해 고정식 긴 의자를 설치했지만 현관 쪽은 플라스틱 의자가 편하니 그대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공정은 절반으로 줄었지만 부재들은 이미 재단해 놓은 상태다.

또 작업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집의 전체적인 미관을 해치니 고정식으로 설치하지 말고 필요할 때마다 알루미늄 사다리를 사용하기로 이미 합의한 사항이지만 현관 벽 쪽으로 붙여서 고정식으로 설치하라는 것이다. 사다리를 설치하는 작업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실수도 많이 생기는 까다로운 공정이다. 한두 시간에 끝날 일이 아니라 따로 날을 잡아 시공하기로 했다.

작은 데크공사만 해도 수 차례 설계변경이 필요한데, 하물며 집을 짓는 일은 어떨 것인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건축주는 집 짓는 공정을 진행하다 보면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여러 차례 들게 마련이고 "이렇게 고치면 어때요?"라는 소리를 자주하다 보면 목소리가 적어지고 사업주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 된다.

건축주는 사업주의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추가예산 요구를 들어줘야 하고, 사업주 입장에서는 진행된 공정을 뜯고 다시 하거나, 공사기간이 늘어 나거나, 경비가 늘어나는 달갑지 않는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특히 뜯고 다시 하는 공정은 2배로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짜증나고 몇 배 힘든 일이고 싫은 일이다.

휴식공간 공식적으로는 휴식공간이지만  주로 집사람이 호야, 해리와 같이 놀면서 공사감독하는 곳이다.
휴식공간공식적으로는 휴식공간이지만 주로 집사람이 호야, 해리와 같이 놀면서 공사감독하는 곳이다. ⓒ 정부흥
목수의 조수 내가 목수일 때는 집사람은 꼼짝없이 조수가 된다. 뜯어낸 폐목을 치우는 일은 조수가 하는 일이다.
목수의 조수내가 목수일 때는 집사람은 꼼짝없이 조수가 된다. 뜯어낸 폐목을 치우는 일은 조수가 하는 일이다. ⓒ 정부흥

우리는 본 집을 지을 때에도 여러 차례 설계변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예상하기에 무제한 설계변경이 가능하고, 결별선언도 막걸리 한잔으로 봉합되는 나와 집사람 둘이서 할 생각이다. 지금의 데크 시공은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계룡산 기슭 상신리에는 10년도 넘게 혼자 집을 짓고 있는 사람이 있다. 앞으로 얼마나 지나야 건축물이 완공될지 모르지만 완공 후에는 문화재, 적어도 충청도 명물이 될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는 30년 만에 재건축하는 우리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조각건축가이다.

집사람이 요구하는 사다리는 다음 기회로 미루자 이번 '사위의 400만원짜리 선물' 사업인 데크 만들기는 일단 종료된 것 같다. 출근시간에 맞추려고 장비들을 서둘러 치우고 주변을 정리하였다. 남은 자재가 거의 없는 것을 보니 물목을 제대로 산정한 것 같다. 집사람이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귀신같이 쓸 만큼 목재를 사왔어요?" 하면서 치켜세운다. 우쭐해진다.

새로 만든 데크 반대편에는

개통식을 한 데크  집사람 생각이 바꿔져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벽에 붙여 설치해야 할 것이나 그것은 데크공사와 별도로 생각하기로하고 아침식사를 새 데크에서 하는것으로 개통식을 하였다.
개통식을 한 데크 집사람 생각이 바꿔져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벽에 붙여 설치해야 할 것이나 그것은 데크공사와 별도로 생각하기로하고 아침식사를 새 데크에서 하는것으로 개통식을 하였다. ⓒ 정부흥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 연장들을 대충 치우고 붉은 파라솔을 씌우니 정원의 데크 맛이 난다. 그런대로 만족스럽다. 집사람이 가지고 나온 아침 식사로 데크 개통식을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대문을 나선다.

"아니……"

집 앞 주차장에 쌓인 낡은 데크를 뜯어낸 폐목들이 출근길을 가로막는다. 100만원 분량의 목재를 사왔다면 폐목재도 그 만큼 나올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데크공사 중에도 이 길을 오갔지만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사실이다.

매년 봄 가을 두 차례 오일스테인을 먹인 목재를 한 트럭 태운다는 일이 아무렇게나 생각할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주차장에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적당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한 동안 멍하게 폐목재를 쳐다보고 있노라니 가슴 속에서 울리는 소리가 있다.

"부흥아! 너도 돌아갈 때 자식이나 지인들에게 부담스런 흔적을 남기지 말고 나비 같이 가볍게 떠나거라!"

철거한 데크 폐목들 한 트럭 분의 폐목은 처분하기가 매우 곤란하다. 못이 없다면 목재보일러를 쓰는 사람에게 줄 수 있으나 못이 많은 폐목은 그럴수도 없다. 지금도 적당한 방법을 찾지 못해 고민 중이다.
철거한 데크 폐목들한 트럭 분의 폐목은 처분하기가 매우 곤란하다. 못이 없다면 목재보일러를 쓰는 사람에게 줄 수 있으나 못이 많은 폐목은 그럴수도 없다. 지금도 적당한 방법을 찾지 못해 고민 중이다. ⓒ 정부흥

'사위의 400만원짜리 선물'에는 나를 깨우는 +α가 숨어 있었다.


#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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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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