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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홍성태 교수의 책
책겉그림홍성태 교수의 책 ⓒ 현실문화

예전에는 거짓말도 잘하고 자꾸자꾸 하면 참말처럼 믿는 세상이었다. 이솝 우화에 등장하는 양치기 소년도 그랬고, 히틀러 체제에서 괴벨스도 그랬다. 요즘엔 천안함 사건과 4대강 사업과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꼭 그런 것만 같다. 정확한 통계나 자료도 없이, 그저 뭉뚱그려서 잘 포장하고 마케팅을 멋지게 하는 까닭에서다.

 

4대강 사업은 그 진면목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도 아닌데 4대강을 들먹이며 물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며 그걸 떠들어대지 않았던가. 강물도 오염이 되지 않았는데도 여러 희귀종들이 날아오게 해야 한다며 그걸 밀어붙이지 않았던가. 댐 주위에는 홍수가 나지 않았는데도 그것을 대비해야 한다며 그걸 아름답게 포장하고 홍보하지 않았던가.     

 

한강 르네상스는 또 어떤가? 한강변 곳곳에 30층을 훨씬 넘는 초고층 건물들을 짓겠다고 하니, 그것이 한강에 무슨 유익이 되겠는가. 토건족들이 좋아할게 불을 보 듯 뻔하지 않겠는가. 용산에 국제여객선 터미널을 만들어서 중국을 오가는 멋진 국제유람선을 운항하겠다는 것도 가당키나 한 일이겠는가. 누가 그 유람선을 타고 중국을 오가겠는가. 결국 그것이 경부운하 서북단을 건설하는 꼴이니 한반도 대운하와 통하는 일이지 않겠는가?  

 

생태사회학자 홍성태교수가 쓴 <생명의 강을 위하여>(현실문화 펴냄)는 그와 같은 현 정부의 거짓 꾸미기와 부풀리기를 환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해 주며, 그와 같은 생명의 강을 지키기 위해 시민단체와 종교 단체뿐만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어떤 접근을 해 나가야 하고,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하나하나 일깨워 주고 있다.

 

그는 이 책을 두 가지 목표로 썼다. 하나는 '강 죽이기'에 대한 역사-구조적 실체를 분석할 뿐만 그것을 통해 극단적인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하여 진정한 선진화를 이루기 위한 개혁의 과제를 제시하는 것, 다른 하나는 학문적인 기여로서 토건국가가 지닌 문제가 극단적인 상황까지 이른 한국사회의 현실과 구조에 대한 사실적 이해를 심화하여 올바른 한국사회론을 정립하는 것에 있다.

 

그가 말하는 '강 죽이기'에 대한 역사-구조적 실체란 무엇인가? 그것은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던 한강과 우리나라의 자연 강들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그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한강은 상수도를 만들어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맑고 깨끗했단다. 여름철이면 누구라도 한강에 나와 뛰어놀 정도였단다. 더욱이 우리나라 자연 하천과 강들도 굽이굽이 그 역사와 모래사장을 자랑하고 있었단다.

 

그것이 박정희 정권의 '파괴적 근대화'로 인해 오염되고 파괴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같은 토건국가 이미지와 실체를 전두환 정권과 이명박 정권이 고스란히 이어받았으며, 한강 르네상스를 추진하려는 것도 그 이미지와 실체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그 같은 '도시 마케팅'에 우리 국민과 서울 시민들이 속아 넘어갈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5천 톤급의 거대한 배들이 한강을 오가게 되면 자연형으로 변형한 한강변은 거센 물결 때문에 모두 파괴되고 말 것이다. 운하는 강바닥과 강변을 모두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운하를 만들겠다는 것은 한강의 자연을 한강종합개발사업보다 더욱더 대대적으로 파괴하겠다는 계획과 같은 것이다. '한강운하'는 한강의 바닥과 주변이 모두 더욱 거대하고 강력한 콘크리트로 뒤덮이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184쪽)

 

그는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려는 한반도 대운하가 지닌 문제점에 대해서도 몇 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이른바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틀 반이 걸리는 운하를 누가 이용하겠냐는 것, 누가 요트를 타고 콘크리트 옹벽수로 속에서 관광을 즐기겠냐는 것, 화물선은 매연만 뿜어낼 것이기에 결코 생태적이지 않다는 것, 경운기보다 느린 속도의 배를 타고 유원지를 누가 찾아가겠냐는 것, 일시적인 경기 부양 효과보다도 머잖아 재정파탄에 직면하게 될 것 등이 그것이다.

 

그와 아울러 진정으로 강을 살릴 수 있는 방안도 몇 가지 제시한다. 이른바 직강화한 강이 본래대로 굽이치며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것, 댐과 보를 가능한 한 철거해서 강이 본래대로 흐르도록 하는 것, 하구언을 모두 철거해서 강이 자유로이 바다로 흘러가게 하는 것, 습지를 최대한 복원하고 보호하는 것, 댐건설과 관리를 위해 설립된 수자원 공사는 역사적 사명을 다했으므로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 그리고 사실상 '4대강 죽이기'이자 '대운하 살리기'인 '4대강 살리기'를 즉각 중단토록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아울러 홍성태 교수는 우리와 인접해 있는 중국의 '삼협댐' 문제를 예로 든다. 그 댐 건설로 인해 엄청난 수몰민이 사기를 당했고, 처음 60억달러 예산에서 2기에는 250억 달러로 폭증했고, 그 공사의 총경리가 12억 원을 해외로 빼돌리고 사라졌는가 하면, 현 정부 관리도 공사자금을 착복했다가 사형을 당했다고 한다. 아울러 '댐 국가'로 불리는 일본도 수많은 댐을 건설하기 위해 막대한 세금을 퍼부어 자연을 파괴하는데, 건설업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정치권은 또 막대한 자금을 챙기고 있으니, 그것이야말로 토건국가의 폐해임을 지적하고 있다.

 

그렇기에 아무리 4대 강을 살린다고 해도, 아무리 한강을 르네상스 부흥기로 올려놓는다고 해도 속지 말자. 그 속에는 토건국가의 개발 음모와 그에 따른 국민적 환경적 폐해가 속출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국민들과 서울 시민들은 그 거짓부렁에 결코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자꾸자꾸 부풀리고 꾸며대는 이들 앞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확실하게 진실을 보여주도록 하자.


생명의 강을 위하여 - 생태사회학자 홍성태 교수의 4대강 지키기 제안

홍성태 지음, 현실문화(2010)


#한강 르네상스#4대강#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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