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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다롄 도착한 김정일.
중국 다롄 도착한 김정일. ⓒ 연합뉴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방문과 관련해,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서 중국에 대한 격앙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일 중국에 대해 "북한이 놀 수 있는 판을 깔아준 것"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서 김 위원장을 받아들여,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국제적으로 밝히고, '6자회담 정국'으로 국면을 바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줬다는 불만이다.

 

더욱이  지난달 30일 상하이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후진타오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지 불과 3일 뒤에 김 위원장의 방북이 이뤄졌다는 점도 청와대로서는 불쾌감이 높아지는 요인이다.  정부는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중국 측에 사전에 알리겠다"는 이 대통령에게 후 주석이 "한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있는데 대해 평가한다"고 한 것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었다.

 

"김정일이 6자회담 복귀선언한다면? 더 묘해지는 것"

 

이 관계자는 '김정일의 6자회담 복귀 선언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렇게 된다면 상황이 더 묘해지는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정부가 '선(先) 천안함 원인규명, 후(後) 6자회담 재개 논의'라는 입장을 정했음에도,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방문 중에 6자회담 복귀의지를 밝히고 나설 경우 최근 중국과 미국 등의 움직임을 볼 때 한국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천안함 침몰 사태의 엄중함에 비춰 그 철저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해 앞으로의 대처방안에 대해 관련국과 긴밀히 협의해 나간다는 게 정부의 기본입장"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이번에도'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사전에 중국으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 외교통상부 한 관계자는 "이번이 김 위원장의 5번째 방중인데 그동안 한 차례도 중국은 사전에 우리에게 알려준 적이 없었고, 지난달 20일 한중정상회담 때도 중국은 아무런 언질을 주지 않았다"면서 "북한과 중국의 특수관계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양국 관계가 2008년에 '전략적 동반자'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격상됐고, 불과 며칠 전에 정상회담이 있었음에도 김 위원장의 방문을 시사할 만한 어떤 '힌트'도 없었다는 점에서 양국 관계를 되짚어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외교부에서는 김 위원장의 방중 징후가 포착되면서 상당히 당황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방중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지난달 27일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과 6자회담 복귀 선언 여부와 관련해 "중국이 지금 김 위원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일축했었다. 북중 관계와 중국 내부 흐름을 잘못 읽어 김 위원장 방중 가능성 자체를 무시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정세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몽준 "김 위원장 받아들인 중국에 실망, 우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중국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3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천안함 사태 와중에 중국이 김 위원장의 방문을 받아들인 데 대해 실망이고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방중이 이뤄지면 중국 지도부는 천안함 사태에 대한 우리의 우려와 분노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 상대방의 뜻을 받아주다가도 어느 상황이 되면 자신의 뜻대로 선을 그어버리는 '강대국 정치'를 겪고 있다.


#김정일#중국방문#이명박#6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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