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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양가 상함제가 적용되는 아파트임에도 건축비가 크게 부풀려진 것으로 나타난 인천 송도 더샵하버뷰 2 아파트의 조감도.
 분양가 상함제가 적용되는 아파트임에도 건축비가 크게 부풀려진 것으로 나타난 인천 송도 더샵하버뷰 2 아파트의 조감도.
ⓒ 포스코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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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7만 원과 471만 원.

지난 2009년 분양된 인천 송도 더샵하버뷰2 아파트의 건축비와 법정 기본형 건축비를 나란히 놓은 것이다. 이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이 아파트의 건축비가 기준선인 기본형 건축비를 3배 이상 웃도는 수준에서 부풀려진 것을 나타낸 수치다.

고분양가를 막기 위해 마련된 분양가 상한제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 제도를 보완하기는커녕 "효과가 없다"며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미 지난 2월 경제자유구역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확정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샵하버뷰2의 높은 건축비를 사례로 들면서 무력화된 분양가 상한제의 조속한 정상화를 요구했다.

송도 더샵하버뷰2 아파트의 건축비, 법정 건축비보다 3배 높아

분양가 상한제는 국토해양부가 고시하는 법정 기본형 건축비를 아파트 건축비 기준선으로 삼아, 건축비와 분양가에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1999년 폐지된 뒤 8년 뒤인 2007년 부활했다.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단장은 "당시 관료들의 농간으로 구멍 뚫린 분양가 상한제가 탄생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됨에도 심각한 건축비 부풀리기가 나타난 송도 더샵하버뷰2는 분양가 상한제가 가진 제도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더샵하버뷰2는 포스코건설과 미국 부동산개발회사인 게일 인터내셔널의 합작회사인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가 2009년 분양했다. 이 아파트의 건축비 내역은 감리자모집공고문(2008년 12월), 입주자모집공고문(2009년 6월)을 통해 일부 공개됐다.

경실련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감리자모집공고문에 나타난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1551만 원(이하 3.3㎡당)이다. 이중 건축비는 무려 1447만 원에 달했다. 당시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기본형 건축비(471만 원)의 3배가 넘는다.

"가산비용을 포함해도 터무니없는 수준"이란 게 김성달 경실련 시민감시국 부장의 설명이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된 청라 푸르지오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 1362만 원 중 공개이윤을 더한 건축비는 819만 원 수준이었다. 이마저도 건축비가 부풀려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더샵하버뷰2의 부풀려진 건축비는 감리자모집공고문과 입주자모집공고문을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NSIC는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분양시장이 침체되자 더샵하버뷰2의 당초 분양가에서 248만 원 인하된 1303만 원에 입주자를 모집했다. 건축비는 당초 1447만 원에서 748만 원으로 떨어졌다.

김성달 부장은 "감리자·입주자모집공고문에서 더샵하버뷰2의 건축비가 699만 원이나 차이가 난다"며 "당초 더샵하버뷰2의 건축비와 분양가는 기본형 건축비에 적정이윤을 덧붙인 합리적인 분양가가 아니라, 부풀려진 엉터리 분양가인 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NSIC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포스코건설 쪽은 지난 4월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아파트 건설로 인한 이윤은 모두 사회기반시설 조성에 사용되기 때문에 아파트 분양을 통해 얻는 수익은 거의 없다"면서 "더샵하버뷰2의 경우, 당시 분양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손해를 보고 분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분양가 인하 제도가 분양가 인상 합법화하는 제도로 둔갑"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강당에서 무력화된 분양가 상한제의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강당에서 무력화된 분양가 상한제의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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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는 처음부터 제도에 허점이 많았다는 게 경실련의 설명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지난 2007년 4월 주택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지만, 정치권에서 2007년 11월까지 입주자를 모집하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삽입한 탓에 분양가 상한제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무엇보다 분양가 상한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건축비 산정 자체에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이 많다. 가산비용이라는 명목으로 사업시행사가 사실상 자유롭게 건축비를 책정할 수 있고, 또한 분양가 심사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샵하버뷰2를 비롯해 송도·청라신도시에 지어진 많은 아파트의 건축비가 법정 기본형 건축비(2010년 현재 479만 원)를 크게 웃도는 데도 건설사가 책정한 분양가가 그대로 확정됐다. "분양가 인하를 위한 제도가 분양가 인상을 합법화하는 제도로 둔갑했다"는 게 김성달 부장의 설명이다.

이대영 경실련 사무총장은 "보다 강력한 분양가 상한제를 재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토부가 고시하는 기본형 건축비와 가산비용 등 법적 건축비 산정 기준부터 전면 재조사하여 누가 거품을 잔뜩 포함시켰는지 조사해야 한다"며 "또한 공무원과 정치인의 들러리인 '허수아비' 분양가 심사위원회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양가 상한제#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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