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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콘은 해바라기과의 작물로 원산지는 남아메리카라고 한다. 생김새는 마와 같으며 담백한 배 맛에 버금하고 약간의 한약 냄새가 난다. 우리나라에는 언제 누가 도입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지난 수년 사이에 시중에 야콘이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재배하는 면적도 많이 늘었다고 알고 있다.

 

야콘은 알게 된 것은 지병 때문이었다. 병이란 자랑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주로 술자리 피하기 위한 핑계로 당뇨라는 사실을 알린 것인데 들어준 친지나 동료들은 당뇨에 좋다는 갖가지 약을 소개해주었고, 더러는 좋다는 식품을 구해서 보내주는 이들도 있었다. 당뇨에 좋다는 약과 음식이 그렇게 많은 줄은 처음 알았다. 그런 과정에서 소개받은 것이 야콘이었다.

 

그러다 텃밭 농사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심은 작물이 야콘이었다. 마침 모종을 가까운 곳에서 구할 수 있었기에 첫해에는 무려 300주나 구입하는 욕심을 부렸다. 구입처에서 알려준 대로 두둑을 치고 비닐 멀칭을 하여 간격을 맞추어 심는 데는 동생 내외의 도움을 받았어도 거의 한나절이 걸렸다고 기억한다.

 

가을의 야콘        막 캐어낸 야콘의 모습.
가을의 야콘 막 캐어낸 야콘의 모습. ⓒ 홍광석

야콘은 심어 놓으면 성장도 빠르고 어느 정도 자라면 잎이 무성해져 풀이 자랄 틈을 거의 주지 않기 때문에 우선 김매는 수고를 덜 수 있으며 여타 잔손질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잎과 줄기는 차로 만들어 먹을 수 있고, 또 특별한 화학비료를 준다거나 물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좋은 점이다.

 

야콘의 수확량은 토질과 기후에 따라 다를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1주당 적게 달린 것에서는 2kg, 많이 달린 것은 6kg쯤 되는데 100주를 심었을 경우 1주당 평균 4kg 정도 수확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 중에서 시장에 내놓을 만큼 상품성 있는 양은 절반 정도로 보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래도 판매를 목적으로 할 경우 고구마나 감자 등에 비해 단위 면적당 생산가격이 좋아 아직까지는 수익성도 높은 편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작은 일이지만 선물했을 경우 희소성 때문에 받는 사람이 더 신기해하고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좋은 점일 것이다.

 

그러나 수확할 때 함부로 삽질을 하면 야콘이 쉽게 부러지는 점은 유의할 사항이다. 경험 없는 첫 해에는 쉽게 캐려고 삽으로 뿌리를 들어 올리는 바람에 손실도 많았다. 그렇게 상한 것은 못 먹는 줄 알고 버렸는데 알고 보니 부러진 것도 버릴 일은 아니었다. 야콘은 상처난 부분이 쉽게 썩지 않기 때문에 상처 난 것이라도 모아두었다가 겨울 동안 가족들의 간식으로 해도 손색이 없고, 자잘한 것도 모아서 즙을 내면 좋은 식품이 된다는 점을 알려두고 싶다.   

 

야콘을 심을 때 주의할 사항 중의 또 하나는 밭의 두둑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두 해째 까지도 수확양이 시원치 않았는데 원인은 고구마 두둑을 생각하고 두둑의 높이를 낮게 했던 것이 문제였다. 두둑이 높지 않으면 뿌리가 옆으로 뻗거나 굽어지고 발육이 좋지 못하여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많이 나온다, 좋은 야콘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밭 두둑을 높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순전히 경험에 의한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3년째 되던 해부터는 두둑을 높이하고 간격을 넓혔더니 제법 만족할 만한 수확을 할 수 있었다. 전해에 우리 가족이 먹은 양을 빼고도 그해 처음으로 10박스 가량 판매를 해서 일당도 안 되는 수입을 올린 적이 있다. 그러나 장사에 익숙하지 못한 탓인지 판매해 놓고도 뒷맛이 개운찮았기에 다음부터는 판매는 일체하지 않고 마을 사람들은 물론 멀리 있는 서울과 전주의 동서집이며 동생들까지 나누는 것으로 끝내고 말았다. 그래도 우리 가족이 겨우내 간식으로 먹었으니 한마디로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고 본다.

 

야콘 모종     내가 만들어 본 모종의 일부이다.
야콘 모종 내가 만들어 본 모종의 일부이다. ⓒ 홍광석

그러면서 모종을 사지 않고 직접 만들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금년에는 많이 떨어졌으나 작년까지만 해도 1주에 500원이었으니 사서 심는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야콘을 떼어내고 남은 뿌리에 달린 눈을 겨울 동안 쌀겨 속에 묻었다가 봄에 움을 떼어 심는다기에 그렇게 해봤더니 의외로 잘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시험 삼아 지난 가을 수확하고 남은 뿌리를 하우스안에 모아 다시 비닐로 싸두었다가 지난 초봄에 열어보니 움이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조심스럽게 움을 떼어 상토를 담은 포트에 옮기고 그늘에 두었더니 열흘쯤 후 신기하게 잎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300여개의 포트를 보니 금년에는 모종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기쁨이지만 새로운 시도가 성공했다는 사실이 흐뭇하게 한다.

 

야콘을 약재로 소개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또 당뇨 치료에 특효 식품이라는 소개도 적당하지 않을 것이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싱싱한 채소가 부족한 겨울철에 과일과 채소 대신할 수 있는 식품으로 보면 좋지 않을까 한다. 우리 집에서는 온가족이 주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기보다는 주로 간식으로 깎아 먹었다(남미에서는 식량 대용이라고 들었다).

 

야콘의 저장은 봉지에 담거나 종이 상자에 담아 아주 춥지 않은 서늘한 곳에 두면 된다. 이 때 봉지를 싸매어 공기를 차단하기 보다는 수분이 증발 할 수 있도록 위를 열어 놓는 것이 좋다.

 

그리고 여름 야콘 잎을 따서 차로 만들어 연중 마시는데 그것이 정확하게 어느 정도 혈당을 조절하는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나 개인적으로는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한 때 식 전 혈당 수치가 340을 오르내리고 또 220선에서 떨어지지 않아 많은 고민을 했는데 현재는 약을 먹지 않고도 특별히 과음하는 경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한 120에서 140선에 안정되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평상시의 1시간 정도 걷기, 주말의 텃밭 농사, 각종 식이요법과 병행하고 있기에 꼭 야콘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느낌에 의한 섣부른 판단일 수 있기 때문에 참고하시기 바란다. 

 

날씨가 시국만큼이나 엉망이었다. 벌써 야콘을 심을 두둑을 만들고 멀칭까지 해두었으나 아직 야콘 모종은 비닐하우스 안에 보호 중이다. 예년 같으면 4월 20일경 본 밭으로 옮겼을 것인데 금년에는 아무래도 열흘쯤 늦춰야 할 것 같다. 

  

야콘을 재배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올리고당의 성분이 높은 종류의 야콘과 조금 퍽퍽한 종류가 있다 정확한 성분 비교는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내년에는 좀 더 맛있는 야콘을 재배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야콘이 반짝하는 유행성 식품으로 끝날지 아니면 고구마처럼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작물로 남을지는 모른다. 그렇더라도 금년에는 가급적 맛 좋은 야콘 모종을 생산하는 단계에 도전해보고 싶다.

 

생계형의 농업이 아닌 텃밭 농사란 많이 생산하면 이웃과 나누고, 농사가 안 되면 안 먹으면 되기에 시장 가격에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된다. 또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선거판에서 표를 얻기 위한 것처럼 사정할 필요도 없다, 실패로 인한 상처가 없는 도전이요 일과 놀이라고 할 수 있다. 텃밭이 있는 분들도 자급할 수 있는 양의 야콘이라도 심어 본다면 성장에서 수확하는 과정까지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고 본다.

 

덧붙임. 야콘을 생식하신 분들 중에는 배변이 잘 되고 방귀가 자주 나오더라고 말하는 분도 많았음. 혹시 선보는 자리나 사돈을 만나는 자리에 가야할 분은 참고로 유념하시기 바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겨레 블로그, 한토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야콘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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