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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세력에게 천안함 침몰은 어떤 의미일까? 차디찬 물속에서 젊음을 바친 46명 승조원들의 희생을 진정으로 애통해하며, 주검 앞에 울부짖는 가족들을 진정 위로하는 마음을 가졌을까? 아마 누구보다 애통하고, 위로했으리라. 그 마음을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천안함 침몰 원인을 북한 공격으로 거의 단정하면서 그들이 쏟아내는 글들은 '대북보복공격'이다. 극우세력뿐만 아니라 보수신문도 전쟁불사를 부추기고, 집권여당 대표마저 북한 소행으로 밝혀지면 우리 정부는 중대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반도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전쟁불사론'을 부르짖는 그들은 '애국'을 입에 담는다. 북한이 했으면 우리도 상응한 보복을 하는 것은 애국이고, 전쟁을 두려워하는 자는 노예라고 비난한다. 초등학교 5~6학년만 되어도 한반도에 제2한국전쟁이 발발하면 우리는 끝난다는 것쯤은 다 알고 있는데도 단호한 대처, 보복공격을 감행해야 한다니 그들이 2010년의 지배세력이라는 것이 통탄스럽다.

전쟁불사론도 용납될 수 없는데 이제는 '비상계엄령'까지 주장하는 이가 생겼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다. 그는 <김동길프리덤워치>에 올린 '내가 대통령이라면'는 글에서 "내가 대통령이라면, 천안함이 격침되었다는 정보에 접하자마자, 공연히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안보회의를 세 차례, 네 차례 소집하여 시간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국방장관을 불러 비상계엄령을 준비하라고 명령하겠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령'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이다. 1981년 전두환 신군부가 비상계엄령을 내린 후 아직 대한민국에서는 사라진 것이다. 군사독재정권도 아닌 지금 이 단어를 들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위기라는 반증이다. 민주주의가 바로 세워진 나라에서 비상계엄령은 내려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천안함 때문에 영원히 다시는 발령하지 말아야 할 비상계엄령을 입에 담았다. 더 끔찍한 것은 김 명예교수가 비상계엄령을 내리겠다고 주장 한 후 "김정일 편에 서서 대한민국을 헐뜯기만 하는 입만 살아있는 요 고약한 놈들은 군사정권하에 갇혀있던 의왕구치소와 안양교도소에 분산·수용하고 일단 인신보호영장(habeas corpus)을 당분간 대통령 직권으로 정지시키겠다"고 말한 것이다.

김정일 편에 섰다고 표현했지만 쉽게 말하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을 말한다. 바로 이들을 낱낱이 잡아 감옥에 잡아넣겠다는 발상이다. 군사독재정권 시절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선언이다. 김동길 명예교수는 박정희 독재정권시절 민주화 운동을 했던 이다. 그런 그가 박정희가 갔던 그 길을 가겠다고 나섰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민주주의를 입에 한 번이라도 담았던 이가 비판세력을 낱낱이 잡아 감옥에 가두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배반이다. 정부를 비판하면 무조건 김정일 추종세력이니, 좌파니하면서 비판세력을 하나 남겨두지 않겠다는 발상을 하면서 자신들을 애국세력이라고 자랑하니 통탄스럽다. 

재미있는 것은 '내가 대통령이라면'글은 박정희 정권 시절 김 명예교수가 <동아일보>에 투고한 '내가 대통령이라면'에서 제목을 따왔다는 점이다. 그는 <동아일보>에 쓴 글에서 "대통령이면 그만이지 각하니 각상이니 제발 부르지 말라고 하면서, 자기의 노모에게는 따뜻한 밥 한 그릇 대접 안하면서 청와대에 햅쌀을 진상하는 놈들도 괘씸하다고 하였다"며 "청와대는 월말에는 반드시 가계부를 공개하라.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주는 금일봉의 액수는 얼마나 되며, 쌀값도 찬값도 두부 값도, 한 달 마신 소주 값도 공개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자기가 박정희 정권을 비판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보수정권을 비판하면 무조건 김정일 편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 앞에 할 말을 잊는다. 자기가 박정희를 비판했다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것도 민주주의에서 당연한 일이다. 김동길 교수는 대한민국을 헐뜯는 세력이라고 하지만 이들이 진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임을 알아야 한다.

그는 이어 "링컨 대통령이 남북전쟁 때, 북에 침투하여 남군을 두둔하던 반동분자들의 입을 틀어막고, 손·발을 묶어 놓기 위해 취한 비상수단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제 '반동분자'까지 나왔다. 총만 들지 않았지 언어로 비판세력을 단죄하고 있다.

비상계엄령을 내린 후 그가 할 일은 "즉시 전군의 전투부대를 휴전선 전역에 배치하고 대북방송을 요란하게 재개하여, '까불면 죽는다'고 우리가 먼저 호통을 치고, 공군전투기가 휴전선 상공을 날게 할 것"이라며 "'그러다 전쟁나면?' 걱정되십니까. 전쟁할 각오를 하고 위기에 직면하면 전쟁이 나지 않고, 전쟁이 날까봐 벌벌 떨면 전쟁이 터진다"고 결국은 '보복공격'을 주장했다.

천안함이 결국은 '비상계엄'과 '전쟁불사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연 이것이 차디찬 물속에서 영원히 잠든 우리 해군 장병들의 바람일까? 자신이 대통령이라면 비상계엄령을 내리겠다고 주장하는 김동길 교수에게 우리 역사에서 일어난 한 사건을 예로 들겠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1976년 10월 18일 새벽 0시 박정희 대통령은 부산직할시 일원에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결국 1979년 10월 20일, 계엄령을 선포하여 부마 사태를 무력 진압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는 계엄령 선포 6일 후인 26일 심복이었던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총탄에 피살되었다.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비상계엄령을 내린 후 박정희는 갔음을 김동길 명예교수는 잊지 말아야 한다.

역사를 조금 더 앞으로 돌리면 1952년 5월 25일 이승만 대통령은 '부산정치파동'을 일으키고, 공비가 출몰한다는 이유로 부산, 경남, 전남, 전북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리고 8년 후 1960년 이승만은 4·19혁명으로 권좌에서 물러났다.

전두환은 어떤가 1981년 비상계엄령으로 수많은 피를 대가로 집권은 했지만 퇴임 후 백담사로 쫓겨났고, 1995년 내란죄 및 군사반란죄 수괴 혐의로 사형 선고받은 비극을 겪었다. 이처럼 대한민국 역사에 비상계엄령을 내린 국가 지도자 중 비극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김동길 명예교수는 "이런 생각을 하는 이 몸이 오늘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닌 것이 다행인가 불행인가" 묻고 "어쨌건 대통령이 아닌 것만은 확실한다"고 말했다. 답한다, 비상계엄령을 입에 함부로 담는 김 명예교수가 2010년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는 것이 천만 다행이다.


#김동길#비상계엄령#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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