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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에서 8개월째 영어 강사로 일하고 있는 미국인 D씨는 인터넷으로 책을 사기 위해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회원가입을 하려고 하자 내국인·외국인용이 따로 구분되어 있다. 외국인 회원가입을 눌렀다. 나오는 것은 모두 한글. 한국어를 공부 중인 D씨는 읽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다. 어렵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지만, 이번엔 실명인증에서 문제가 생긴다. D씨는 결국 회원가입 하기를 포기한다.

국내 체류 외국인 1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국내에 체류 중인 많은 외국인들이 인터넷 회원 가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로 실명확인제도 때문이다. 국내인은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외국인은 '외국인 등록번호'를 통해 실명확인이 이루어진다.

많은 사이트들이 외국인 등록번호를 통한 가입 절차를 마련해 놓았지만 외국인들은 불만을 호소한다. 이러한 가입 절차조차 마련해 놓지 않은 사이트도 상당수다. 인터넷의 익명성이라는 역기능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지만, 그 미비함으로 인해 많은 외국인들이 불편을 느끼고 있다.

외국인 회원가입 안내가 한글?

 외국인을 위한 회원가입 절차를 찾아볼 수 없는 국내 사이트들
 외국인을 위한 회원가입 절차를 찾아볼 수 없는 국내 사이트들
ⓒ 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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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을 위한 가입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만, '외국인 가입' 버튼을 눌러도 나오는 것은 한글뿐이다. 영어로 된 설명을 마련해 놓은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어나 일본어를 찾아보기는 더더욱 힘들다. 외국인을 위한 가입 안내 페이지인데도 불구하고 전부 한글로 되어있다.

심지어 외국인들을 위한 가입 페이지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곳도 있다. 실명인증을 주민등록번호로만 가능하게 해 놓은 것이다. 외국인 가입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 서류를 직접 우편이나 팩스로 보내야 하는 사이트도 있다.

외국인 가입이 불가능한 A 사이트의 한 관계자는 현재 외국인 가입은 불가능한 서비스라며 죄송하다는 말만 전했다. 또 다른 사이트의 관계자는 외국인 가입이 가능한지 여부조차 잘 알고 있지 못했다. 외국인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함이 잘 드러난다.

국내에 체류 중인 프랑스인 P씨는 인터넷 회원가입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P씨는 "어떤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려고 했지만 내 이름이 너무 길어서 빈 칸 안에 다 쓸 수 없었다"며 "외국인 등록번호를 쓰는 곳이 없는 사이트도 많고, 있어도 불편하게 되어있다. 전부 한글로 써 있어서 아마 번역하는데 3일은 걸릴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왜 회원가입 하는데 이렇게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지 이해가 안 간다"며 우스꽝스럽다(ridiculous)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일본인 E양 역시 이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외국인 등록번호로 회원가입을 할 수 있는 곳도 있고 못하는 곳도 있어요. 또 어떤 사이트는 관련 서류를 직접 보내야만 되는 곳도 있고요. 저는 학생이라 인터넷을 이용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가입이 되지 않으면 많이 불편해요"라고 답했다.

최소의 정보로 가입 가능한 외국 웹 사이트

 가입 시 많은 정보가 필요 없는 외국 사이트.
 가입 시 많은 정보가 필요 없는 외국 사이트.
ⓒ 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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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사이트의 경우 회원가입을 하는 데에 많은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최소의 정보만 입력하면 사이트의 이용이 자유롭다. 외국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해외 거주경험이 있는 대학생 Y양은 "외국 인터넷 사이트는 회원 가입 절차가 간단해서 나 같은 외국인도 웹 사이트 이용에 아무런 제약이 없어 편했다"며 "우리나라처럼 회원 가입을 할 때 실명확인이 필요하다면 외국인들이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09년 초 이후부터, 하루 방문자 숫자가 10만 명 이상인 웹사이트에 대해 '제한적 본인 확인제' 규정을 적용해 실명이 확인된 회원들에게만 해당 웹사이트에 글을 작성·게재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또 해당 사이트들을 대상으로 제한적 본인 확인 시스템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외국인회원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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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를 꿈꾸는 대학생 입니다. 불합리하고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는,'사회의 카운슬러'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 그러한 사람이 기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으로써 이곳에서 경험을 쌓고 싶습니다. 사회 소외계층이나 여러곳에서 발생하는 불편들 등 개선되고 바뀔수 있는, 그리고 바뀌어야 하는 부분들에 대해 기사를 쓰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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