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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 산책 중 예측하기 어려운 갑작스러운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숨졌더라도, 안전난간과 같은 안전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다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 사건은 1심은 국가와 지자체에 30%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으나, 항소심은 사고자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뒤집었으나, 대법원이 다시 국가와 지자체에도 책임이 있다고 최종 교통정리를 한 판결.

 

A(25)씨는 2005년 10월22일 오후 6시10분께 친구와 함께 강릉시 주문진항 방파제 위에서 산책을 하던 중 방파제 끝 근처에서 방파제를 넘어오는 파도에 휩쓸려 해상에 추락해 실종됐다가 다음날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에 유족은 "방파제에 안전요원을 배치했어야 했고, 사고 당시 3~4m의 높은 파도가 예상돼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있었으므로 경고방송 등으로 방파제의 출입을 통제하거나 대피시켰어야 했다"며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 국가와 강릉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반면 국가와 강릉시는 "망인이 방파제에 설치된 진입금지 난간시설과 위험안내 표지판을 통해 출입이 금지된 곳임을 알았고,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있어 너울성파도의 위험성을 감지했음에도 일몰시각을 전후해 방파제에 무리하게 진입해 산책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므로 망인의 전적인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맞섰다.

 

1심 "안전시설 갖추지 않았고, 경고방송도 하지 않지 않아"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33민사부(재판장 김윤권 부장판사)는 2007년 8월 피고들의 책임을 30%로 인정해 "피고들은 원고에게 768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방파제는 두 번 추락사고가 발생한 곳이므로 피고들은 진입금지 난간시설과 위험안내 표지판의 설치만으로 사람들이 출입하지 않도록 기대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안전요원 등을 배치해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거나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더군다나 사고 당일과 같이 풍랑주의보 등이 발효된 경우라면 경고방송을 한다든지 만일의 추락사고에 대비한 충분한 구명시설을 갖추어야 함에도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에서 방파제의 설치, 관리상 하자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다만, 망인에게도 출입금지시설을 무시하고 방파제에 진입한 점, 위험안내 표지판의 내용을 무시하고 주의를 게을리 한 점, 더구나 일몰 무렵에 파고 약 2.5m 정도의 파도가 치고 있는 방파제에 들어가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방파제에 진입해 사고를 당한 과실이 손해의 발생 및 확대의 원인이 된 만큼 피고들의 책임을 30%로 제한한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갑작스런 너울성파도 예상하기 힘들어"

 

하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다. 서울고법 제19민사부(재판장 최재형 부장판사)는 2008년 6월 국가와 강릉시의 안전관리소홀 책임을 30%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망인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당시 방파제에는 휴양객들이 실족으로 인한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시설(난간)이 설치돼 있지 않고 약 1km에 이르는 방파지에 구명튜브와 로프가 1곳에만 비치돼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는 시설로서의 적절한 안정성을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한국관광공사에서 이 방파제에서의 낚시를 지역 여행상품으로 소개했고, 다수의 주민이나 관광객에 의해 휴식 공간으로 현실적으로 이용되는 이 방파제의 경우 관리자에게 휴식을 위한 출입자의 안전을 위해 상시 안전요원까지 배치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사고 당시 3~4m의 파도가 예상된다는 풍랑주의보만 내려졌을 뿐 너울성파도가 있을 것이라는 예보는 없어 파도가 방파제를 넘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힘든 상태였고, 실제 큰 바람 없이 2.5m 정도의 파도만 일다가 갑자기 방파제의 높이를 초과하는 너울성파도가 덮치는 바람에 망인이 휩쓸려 사고가 난 것이어서 경고방송을 하는 등으로 방파제에 있는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파도에 휩쓸려 추락할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출입자 스스로 방파제에 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전난간은 기본적으로 실족에 의한 추락 방지를 위한 안전시설이라고 할 것인데, 방파제를 넘어온 7m 정도의 너울성파도에 휩쓸려 추락해 사망한 것이어서 어느 모로 보나, 이 사건 방파제에 안전난간이 설치되지 않은 하자와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렇다면 이 사건 방파제의 설치 관리상 하자와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피고들에게 30%의 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방파제 설치ㆍ관리상의 하자가 원인 제공"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강릉시 주문진항 방파제를 산책하다 너울성파도에 휩쓸려 숨진 A씨 유족이 국가와 강릉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사고를 일으킨 파도가 7m 높이의 너울성파도였다고 해도, 안전시설이 갖춰진 경우에도 망인이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추락했으리라고 인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안전시설을 갖추지 않은 방파제의 설치ㆍ관리상의 하자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파도에 휩쓸릴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출입자 스스로 방파제에 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 등은 원고들이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데 참작하는 것으로 족하고, 이를 이유로 (사고와 안전시설을 갖추지 않은 것과의) 인과관계를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원심은 방파제의 설치ㆍ관리상의 하자와 이 사건 사망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위법하므로,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방파제#너울성파도#손해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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